나카노 교코 : 명화의 거짓말

명화의 거짓말 - 명화로 읽는 매혹의 그리스 신화 ㅣ 명화의 거짓말
나카노 교코 지음, 이연식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2월

 

[명화의 거짓말]은 우리에게 친숙한 그리스 신화를 소재로 그려진 명화들의 숨겨진 뒷이야기들을 알려준다.

서론으로 그리스신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나와있고, 신들별로 파트를 나누어 각 신들의 특성에 맞추어 그림에 대해 이야기한다.

오랫만에 읽어보는 미술 서적으로 한때 책이라고는 미술 작품 해설책들만 읽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무서운 그림]으로 유명한 저자 나카노 쿄코의 글인데, 나는 [명화의 거짓말]을 더 재미있게 읽었다.

[무서운 그림]의 경우 저자의 주관이 너무 강하게 느껴져 동감이 잘 가지 않았었는데 [명화의 거짓말]은 몇가지 이야기는 동감안가는

부분이 있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수긍할 수 있었고 읽는 내내 흥미 진진했다.

단순히 명화가 그려진 시대의 배경, 작가의 상황 이런 딱딱한 설명이 아니라 그림에 맞추어 신화를 풀어나간다는 것

(실제로는 반대겠지만)이 재미있었다.

제목처럼 모든 명화들이 거짓말을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보이는 것 이상으로 숨겨진 것이 있다는 것이 흥미롭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자면작가의 말중에 재미있으면서도 아이러니 했던 것이 '과연 그리스 신화가 필독서여도 괜찮은것인가?'

하는 것.  요즈음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내가 초,중학교를 다닐때만 해도 그리스신화는 필독서로서 한국설화는 잘 몰라도 그리스신화에

대해서는 얼추라도 모르는 아이가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교양 필독서였는데 요번에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스 신화의 남성우월주의,

성을 가리지않고 색을 밝히는 제우스, 변덕이 심하고 인간에게 화풀이 하는 신들, 근친상간에 시대적 특성의 잔인함..등

정말 아이들이 읽고 뭔가를 배우기에는 잔인하고 문제있지 않은가? 싶었다.

어렸을적 읽을때도 느꼈지만 커서 나만이 이렇게 생각한게 아니라는 사실에 괜시리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웃기기도 하고..

설화처럼 교훈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인걸까?

그런데 사실 그리스신화에서는 교훈을 얻을 수 있을 만한이야기가 그렇게 많은가 하면 그건 잘 모르겠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옛 사람들에게 그림이란 상상력을 펼치는 존재였다는 점이다.

단순히 보고 감상하고 거기에 그치는 것이 아닌 그림의 인물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상상하여 머릿속에 그려갔다는 것.

그래서 명화로서 남은 그림들은 그만큼 강한 존재감을 지니고 있는것이 아닐까.

한두점을 제외하고는 다 본 적 있는 그림이었는데 못 봤던 그림중 하나가 요 작품,

카미유 코로의 [저승에서 에우리디케를 데려오는 오르페우스].

지금 봐도 명화로 남는 명화들은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다. 기존의 명화하면 떠오르는 강렬하고 화려한 유화색채들과는 다르지만

투명한듯 하면서 몽환적인 전체적인 톤이나 분위기가 정말 마음에 드는 그림이다.

'안개의 화가'라 불릴만 하다.

각 작품의 이야기중 기억에 남는 것은 표지이기도 한 장 레올 제롬의 [피그말리온과 갈라테아]와 니콜라 푸생의 [인생의 춤].

전자는 아름다운 그림의 분위기와 다른 화가의 '의도'때문에, 후자는 화가가 그림을 그린 의도가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책자체가 많이 두껍지도 않고 각 명화에 대한 이야기도 짧은 편이라 읽기에 부담이 없고,

그림에 대해 여러가지 생각해볼 수 있어서 흥미진진하다.

딱딱하고 설명서 같은 미술 서적에 질린 사람들이라면 특히나 즐겁게 읽을 수 있을것 같다.

이용한 : 나쁜 고양이는 없다

나쁜 고양이는 없다 - 어쩌다 고양이를 만나 여기까지 왔다 ㅣ 안녕 고양이 시리즈 3
이용한 글.사진 / 북폴리오 / 2011년 11월

  

길 고양이들의 이야기를 담은 [안녕 고양이]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 [나쁜 고양이는 없다].
왠지 귀여우면서도 안타까운 제목인 [나쁜 고양이는 없다].

'나쁜 고양이는 없다'는 말은 나에게 있어서는 당연한 말이지만, 그렇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 또한 있을 것이다.

안타까운 사실은 그런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많다는 것이다.

 

고양이는 주인도 못알아 본다, 버릇이 좋지 않다, 고양이는 흉물이다 등등의 참 여러가지 이유들로

고양이들은 미움을 받는다.

잘못한 것 하나 없어도 어느새 '나쁜 고양이'가 되어있는 것이다.

물론 음식물쓰레기를 헤집어 놓는다거나 하는 말썽을 부리곤 하지만 먹을 것이 없어, 살아가고자 하는 것을..

 

물론 요즈음은 캣맘같은 길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거나 돌보아주는 사람들도 많이 늘었지만

아직 길고양이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차가운 것이 현실이다. 

  

길고양이들의 삶은 고되다.

먹이도 스스로 찾아야하고 보금자리도 스스로 찾아내야만 한다.

기댈 곳없이 온갖 위협을 당하며 험난한 세상을 살아 나가야한다.

 

집고양이의 수명은 평균 15년정도지만 길고양이들의 수명은 2-3년정도라고 한다.

2-3년. 길다면 긴 시간이지만 한 생명이 살다가기에는 짧은 시간이다.



[안녕 고양이]시리즈들은 그런 짧지만 긴 묘생의 기록이다.

새 생명의 탄생, 형제들과의 장난, 따스한 햇빛을 쬐며 자는 낮잠.. 엄마에게서 독립해 스스로로 살아갈 방법을 배우고

사랑을 찾기도 하며 훌쩍 성묘가 되어버리곤 하는.
 

 

 

가볍게 읽다가 든 생각을 이야기해보자면 우선 사진찍는 기술이 느셨다! 전작들보다 절묘한 순간 순간을 잘 포착된 것 같다.

어떤 순간을 잘 포착했느냐 하면 그건 직접 보고 확인하도록^^

읽다보면 '야 절묘하다' 하고 느껴지는 사진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중간에 컷만화?가 더욱 재미져졌다. 

한때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커플깨는 고양이사진이 실려있는 거 보고 놀랐다. 그게 바로 너희였구나! 하는 반가움과 함께.

 

 

[나쁜 고양이는 없다]에는 전작 [명랑하라 고양이]에 나오는 고양이들이 대거 등장해서 괜시리 친숙한 기분이 드는데

전작이 소개글 이었다면 이번작은 본편같은 느낌?

떠나고 남은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가 자세히 나온다. 내가 반한 크림색 마당고양이 달타냥에서 부터 봉달이, 전원고양이등.

 

그리고 이 [나쁜 고양이는 없다]를 읽으면서 묘-했던게 뒷맛이 씁쓸하달까, 너무나 현실적이어서 안타까웠다고나 할까..

살고자 아웅다웅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안타까워하고 사진 속 귀여운 아이들을 보며 가슴 설레고, 웃음지었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의 마지막이 너무나 안타까운 헤어짐이 많아서 가슴이 아프다.

로드킬도 너무나 슬프지만 일부러 '고양이를 죽이기 위해' 놓아진 쥐약담긴 밥을 먹고 떠나간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어째서 죽일 수 밖에 없는걸까. 그들의 이유가 머리로는 이해가 될지모르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다.

나에게는 하나하나가 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이들인데..

어떤 이유든간에 헤어짐은 슬픈거지만 이런 헤어짐은 그 누구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명랑하라 고양이]에 이어 다음권이 나올지는 몰랐는데 마지막이라고 하니 아쉽다.

마지막이기때문인지 아니면 전에 본 고양이춤([안녕 고양이]시리즈들을 이용해 만들어진 최초의(!)길고양이 다큐멘터리)

생각이 나서 그런건지 전작들보다 더 집중해서 길고양이들 하나하나의 이야기를 읽어내려갈 수 있었다.

그리고 단순히 내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마지막권이라 그런지 더욱 여러 많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 것 같다.

 

다른 [안녕 고양이]시리즈들은 안읽더라도 이 [나쁜 고양이는 없다]만은 읽어보았으면 한다.

단순히 나처럼 고양이가 좋아서도 좋고, 고양이가 아닌 다른 동물들을 좋아해도 좋다.

또는 누군가의 추천으로, 혹은 우연히라도 좋으니까 

누구든간에 부디 이 책을 읽게되면 조금이나마 길고양이를 따뜻한 시선을 봐주길, 간절히 바란다.

 

 

이 세상의 모든 고양이들은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살아갈 자격이 있다.

나쁜 고양이는 없다!
 

초 : 나의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ㅣ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1
초(정솔) 글.그림 / 북폴리오 / 2011년 11월

 

  

네이버 도전 만화가 베도시절부터 지켜보면 만화가 웹툰이 되고, 이렇게 책이 되어 나왔다.

사실 책이 나온지 몰랐기때문에 놀랍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기쁘기도 하다.

나는 많은 웹툰들을 즐겨보지만 이만큼 매화 매화마다 동감하며 웃음짓고 눈물 흘려본 적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내가 동물을 좋아하거니와, 더욱이 반려 동물로서 고양이를 키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는 반려동물, 그리고 살아 있는 동물들에 대한 웹툰이다.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는 글자 그대로 작가 초님의 어린고양이 순대와 늙은개 낭낙이를 가리킨다.

어릴때 부터 함께 자라온 늙은 개 낭낙이와 새로이 반려동물로 맞이한 어린 고양이 순대와의 일상을 주인의 입장에서,

그리고 반려동물 그들의 입장에서 그려나간다.

나이가 들어 이젠 귀도 멀었지만 그래도 가족의 사랑을 느끼며 살아가는 낭낙이.

아직 어리고 모르는 것도 많아 장난도 많이 치지만 엄마가 너무너무나 좋은 순대.

너무나 소중한 반려동물을 두어 기쁘고 한없이 사랑스럽지만 그만큼 안타까움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주인.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이야기를 주로 이끌어 나가는 것은 이들의 이야기지만 그 외 다른 동물과 사람의 이야기들

또한 감동적으로, 하지만 가볍지만은 않게 담겨져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은 느꼈을 법한 기쁨, 즐거움, 행복함, 그들이 있어 느낄 수 있는 위안들.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하는 미안함, 그리고 야속하게도 다르게 흘러가는 시간에 대한 안타까움이나 씀쓸함 같은 감정들.

 

단순하게 그려진 그림이 이처럼 공감을 자아내고 감정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게 정말 대단하구나 싶다.

 

어리광쟁이 순대의 모습을 나의 고양이와 비교해보기도 하고, 안타깝고 불쌍한 아이들의 이야기에는 눈물도 흘리며,

아이들이 하는 사랑스러운 말에 감동받으며 정말 말그대로 공감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웹툰 스크롤바를 내리면서도 꺼이꺼이 울었는데 책이라고 뭐 다르랴.

이미 봤던 내용이여도 슬프고 안타까운건 안타까운것을..

 

 

출판물만의 특전(?)으로는 작가 초님의 낭낙이와 순대에 아직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그리고 동물에 대한 생각(혹은 관점)들이 글로서 수록되어있다.

여기서 때로는 '누구도 어쩔 수 없는' 이유로 동물들을 떠나보낸 이야기에 대한 초님의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좋았다.

 

조금 다르지만 후쿠시마에 남은 남자에 관한 글은 다른 의미로 내 마음을 울렸다.

 

 

 

조금 아쉬운 점은 웹툰으로 그려졌던 그림이라 그런지 출판용으로 편집하면면서 해상도 조금 깨지는 그림들이 있다는 것.

근데 뭐 솔직히 크게 신경이 쓰일 정도는 아니다.

그냥 이런 것에 민감한 편이다보니 눈에 띄었을 뿐. 모르는 사람은 모를지도?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나처럼 한화 한화마다 공감하며 읽어나갈 수 있을 것이고

동물의 귀여움을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그들의 귀여움에 대해 알아갈 수 있을 것이다.

교훈...이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애매하지만 읽고나면 무언가 남는 책.

 

 

 

[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는 한번쯤은 꼬옥 읽어봤으면 하는 그런 책이다.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 미치오 슈스케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장사수완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는 히구라시는 중고 매장 가사사기의 부점장. 부점장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그는 쓸모없는

물건을 덤탱이 씌여 사오곤 해서 점장 가사사기에게 할 변명이나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점장 가사사기도 히구라시 만만치 않게 [머피의 법칙] 책을 옆구리에 끼곤 뭐든 미스테리와 연관지어 생각하는 괴짜.

그리고 그런 가사사기를 추종하는 조숙한 여중생 나미.

 

적자에 시달리는 중고매장을 뒤로 하고, 세 사람이 함께하는 미스테리한 사계절이 시작된다.
 

 

첫 시작부터 마지막 역자 후기마저 유쾌한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

 

유별한 개성의 캐릭터들과 깨알같은 유머, 그리고 너무 무겁지도, 가볍지도 않은 미스테리.

딱 내가 좋아하는 분류의 소설이라 읽는 내내 굉장히 재밌었다! 제법 두께가 있는 편인데 한번에 쭉쭉 읽어 내려갔다.

드라마화 하기에도 딱 좋을 것 같다.

 

될대로 되라(?) 싶으면서 가사사기에 대한 나미의 동경심을 깨뜨리지 않기 위해 남몰래 뒤에서 노력하는 히구라시나

체스는 둬본 적도 없으면서 체크메이트 운운하는 어설픈 탐정 가사사기, 그런 가사사기의 리액션 파트너 미나미 나미.

각 캐릭터들의 개성이 두드러진 데다가 이 캐릭터간의 미묘한 관계가 묘하게 웃음짓게 만든다.

난 이 세 사람의 미묘한 관계가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매 계절 이야기 시작할때 늘어 놓는 중고 매장의 물건들이나 (그것들을 아는 사람들이여야 반갑게 웃을 수 있을 것 같지만)

어설픈 가사사기의 추리나 그에 장단 맞춰주기위에 노력하는 히구라시의 모습등 작은 부분에서 큰 부분까지 유머러스한

작품 전체의 분위기가 좋았다.

 

사건들 자체도 무겁진 않고 생각할 요소가 있는, 나름 감동적으로 해결되기에 일본 소설특유의 유머나 미스테리 좋아하는

소설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거 같다.

 

[달과 게]를 읽어본 나로서는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을 읽으면서 이게 정말 미치오 슈스케의 글인가 싶었다.

미치오 슈스케의 새로운 면을 발견한 느낌. 개인적으로는 [가사사기의 수상한 중고매장]쪽이 좀 더 마음에 든다.

보통 글에는 그 사람의 분위기가 남아 있기 마련인데 사실 모르고 봤다면 미치오 슈스케의 글인지 몰랐을 것 같다.

인터뷰에서 대답한 '한 작품에서 해치울 수 있는 건 전부 해치운다'는 말이 굉장히 기억에 남았다.

모든 것을 한 작품에 쏟아붓고 다음에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시작한다는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다.

 

다른 작품들은 어떤 또 다른 느낌일지, 아직 읽어보지 못한 미치오 슈스케의 글들을 읽어 보고 싶다.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스물 여덟,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

스물여덟,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 - 콘크리트 정글에서 진짜 정글로
제니퍼 바게트.할리 C. 코빗.아만다 프레스너 지음, 이미선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10월

 

스물 여덟. 창창한 20대에 작별을 고하고 책임질 것이 많아지는, 많은 것이 달라질 30대를 맞이할 나이.

우리는 매 한 해, 나이를 하나 씩 더 먹을때마다 (다르게 표현하자면 사회적으로 어른이 되어갈 수 록) 신경써야 될 것들이

많아지고 무언가에 얽매이게 된다.

'누군가의 엄마', '누군가의 아내' 불리기 이전의 내가 나일 수 있는 나이.

그런 스물 여덟살의 나이의 '길 잃은 소녀들' 제니퍼, 할리, 아만다는 사랑하는 사람을 뒤로 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정든

보금자리를 떠나 세계 일주를 나선다.
  

 

[스물 여덟, 죽거나 혹은 떠나거나]는 '길잃은 소녀들' 세 사람이 각 지역에서 마다 돌아가서 쓰는거라 매번 느낌이 다르고

각자 생각하는게 달라서 읽는 것이 지루하지 않다.

읽으면서 너무 솔직하게 실명을 거론하며 말하는 세사람을 보며 이래도 되는건가? 싶기도 했지만 왠지 웃음이 나왔고

그만큼 솔직한 글이라 느껴졌다.

사실 이 책은 여행기로서의 글보다는, 셋이 고민하는 것에 같이 고민하고 공감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여행기로서도 괜찮은 글이지만 단순히 여행기가 아니라 그녀들의 솔직한 심정을 느낄 수 있었고 앞으로의 삶에 대한 그녀들의

고민들은 내 고민, 아니 누구나의 고민이 될 수 있는 것들이라 공감하게 만든다.

물론 개인개인의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세사람의 길잃은 소녀들이 느끼는 두려움, 불안함들은 누구나 느끼는 것 아닐까.

내가 잘 하고 있나, 이게 옳은 것인가, 내가 제대로 해나가고 있는 걸까... 누구나 살면서 한번쯤은 길을 잃지 않을까

아니면 나같이 언제나 늘 길을 잃은 것 같은 느낌일지도 모른다.

그녀들은 잃으면 잃은데로 두려워 말라고 한다. 두려워서 그저 그대로 있으면 결국 후회하게 된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하고나서 후회하는 것이 낫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사실 올해 가기로 했던 여행기획이 취소되고 나서- 여행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을 안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너무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졌다. 그리고 내가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많은 것들에 제약을 받고, 집착을 하게되고

잃을까 두려워하기전에. 떠날 수 있을때 조금이라도 떠날 용기가 있다면 떠나야 겠다는 의지와 용기를 얻었다.

사실 젠과 아만다, 할리 처럼 같이 여행을 떠날 수 있는 진정한 친구들을 찾은 세 사람은 정말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1년간 친구들과 그냥 만나서 노는것과 세계 일주를 하는 것은 많은 것이 다르니까.

막연하게 가지고 있는 나의 꿈중 하나는 그녀들처럼 세계 일주를 떠나보는 것인데, 같이 갈 사람이 없더라도 나 혼자서

나 자신이 좀 더 성장하는 여행을 떠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용기와 의지는 적어도 지금이기에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나는 세사람처럼 강인한 의지와 행동력을 지닌 사람은 아니지만, 20대가 가기 전에 어디론가 새로운 곳으로 꼭 떠나보고,

죽기 전에 꼭 세계일주를 떠나고 싶다.

나는 좀 의존적인? 성격이라 젠이 혼자 태국에서 지냈을때의 글이 특히나 기억에 남는다.

여행을 다녀오면 그녀들도 말했듯, 전혀 다른 내가 되어있길 바라지만 과연 정말 그렇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선은 떠나서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고 잠시 다른 세상을 느껴보는 것이 세계를 넓혀주는 것만은 맞다는 생각이 든다.

반복되는 일상에 지치거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사람들, 내가 제대로 살아가고 있는 것인가 불안해 질 때 곁에 두고 읽으면

좋을 것 같은 책이다. 

대신! 표지에 우스개 처럼 써있는 경고가- 정말임으로 주의하고 읽을 것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