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밀밭의 파수꾼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호밀밭의 파수꾼
-
홀든 콜필드는 펜시 고등학교에서 퇴학을 당했어요. 그곳은 누구나 ‘좋은 학교’라고 말하며 홀든 역시 ‘좋은 학생’으로 보는 그런 곳이죠. 홀든은 펜시에서 퇴학당하기 전 두 학교에서도 쫓겨나다시피 전학을 당했죠. 사실은 홀든이 학교생활을 견딜 수가 없었기 때문에 도망친거에요. 홀든에게 뭔가 잘난 구석이 있었던 건 아니에요. 선생들의 눈엔 그저 공부하기 싫어하는 별난 녀석정도겠죠. 어쨎든 이야기는, 홀든이 방학을 몇일 앞두고 퇴학을 당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상황에서 시작해 집에 도착하기까지의 이야기에요.
홀든은 이곳 저곳들을 떠돌며 이 사람 저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학교 친구들 혹은 선생들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정확히는 주로 그들의 욕을 하는 거죠. 그래요. 홀든은 학교며 친구며 선생이며 제 마음에 드는 것이 하나도 없나 봅니다. 굉장한 냉소주의자에요. 이 세상을 혼자 살아온 것 같은 녀석이죠. 하지만 그런 홀든에게도 가족이 있어요. 엄마와 아빠 그리고 D.B 형과 피비라는 여동생. 그리고 앨리라는 남동생도 있었는데 지금은 하늘나라에 가버렸어요. D.B 형은 소설을 쓰다 헐리우드로 건너가 영화 시나리오 작가로 살아가고 있어요. 그런 형을 보며 홀든은 돈에 물든 변절자라고 생각하고 있죠. 아마도 홀든은 D.B 형이 쓴 예전 이야기들을 아주 좋아했던 모양이에요. 사실 <호밀밭의 파수꾼>은 J.D. 샐린저가 쓴 글이라기 보다는 형인 D.B 가 썼다라고 하는 게 더 맞는 말일지도 몰라요. 책 말미에 홀든의 이런 이야기를 글로 옮긴게 D.B 형이라고 하니까요. 반면 제목은 여동생 피비가 지어 줬을거에요. 홀든이 밤에 부모님 몰래 집으로 들어와 피비만 보고 갈려고 했을때 이 영특한 아이는 홀든이 퇴학당했다라는 걸 눈치채고 오빠인 홀든을 질타하죠. 그러면서 홀든에게 오빠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이 뭐냐, 도대체 뭐가 되고 싶은 거냐는 질문을 던져요. 그리고 그때 홀든은 죽은 동생 앨리가 부르곤 했던 ‘호밀밭을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는다면’ 이란 노래를 떠올리고 그 노래에서 아이들이 호밀밭에서 뛰어 놀다 절벽으로 떨어지지 않게끔 지켜주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해요. 바로 호밀밭의 파수꾼이 되고 싶다고.
<호밀밭의 파수꾼>은 1951년에 발표된 소설인데 책의 내용을 보면 그때의 모습들을 볼 수 있어요. 제일 놀라운 점 중에 하나는 홀든은 고등학생인데 술집을 수차례나 드나듭니다. 그러나 항상 콜라만 마시죠. 술은 절대 안되나 봅니다. 반면에 담배에 대해서는 굉장히 관대하군요. 더군다나 나이와 관계를 불문하고 맞담배에 거리낌이 없죠. 사실 손윗사람에 대한 예의를 차리는 흡연문화를 가진 곳은 우리나라뿐일 거에요. 암튼 그 당시 담배는 일종의 사교문화로 인식되었죠. 미드 <매드맨>을 보면 그때 사람들이 담배를 얼마나 많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미친듯이 피워 댔는지 잘 알 수 있을거에요.
어쨎든 책이 출간된 이후 홀든 콜필드라는 캐릭터는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고 전후 미국사회에서 하나의 아이콘으로 자리잡게 되죠. 이제 6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홀든 콜필드가 제 역할을 하고 있나봅니다. 청소년과 성인을 가지리 않고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사랑하고 읽고 있으니까요.
어느 시대건 사람들은 불합리함에 저항하고 다양한 표현을 빌어 자신의 목소리를 내죠. 5-60년대의 많은 사람들이 홀든의 목소리를 빌어 사회를 향해 소리쳤겠죠. 우리도 각자의 목소리가 필요해요. 하지만 우리에겐 우리 시대에 맞는 홀든 콜필드가 필요하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할거에요. 혹은 더 이상 홀든 콜필드의 방식으로 행동하지 않는게 더 나을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