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인과 군상
하인리히 뵐 지음, 사지원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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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의 참혹함, 한 순간에 닥쳐오는 비극, 살고 싶은 마음과 소중한 사람이 살길 바라는 마음이 생생하다.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기도 하고 꿋꿋하게 버티기도 하는 레니의 모습을 보며 인간적인 삶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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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자병법 - 이겨놓고 싸우는 인생의 지혜 현대지성 클래식 69
손무 지음, 소준섭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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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어렸을 때 엄마가 읽는 걸 보고 <손자병법>은 언젠가는 읽어봐야 할 책이라고 생각했다. 이번에 알았는데 손자병법은 2500년 전에 쓰인 병법서라고 한다. 그렇게 긴 세월을 지나서 지금까지 읽히고 사랑받는 건 놀라운 일이다. 연휴동안 조금씩 읽어봤는데, 역시 오래 곁에 두고 읽기 좋은 책이었다.

오래된 책이라 조금은 지루할거라 짐작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다. 한편 한편이 재미있는 교양 수업을 듣는 기분이다. 손자병법에서 하는 이야기의 역사 속 예시를 함께 보여줘서 좋았는데 와신상담 같은 고사성어의 유래도 알 수 있었다. 몰랐던 역사 이야기를 배우는 것도 좋지만, 아는 이야기를 만나는 것도 반가웠다.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과 살수대첩 같은 이야기!

이건 딴 이야기인데, 공부하듯이 읽고 싶어서 연필을 들고 있었다. 그런데 제 4편 형에 나오는 사마양저의 이야기에서 죄 없는 마부랑 말을 죽이길래 깜짝 놀라서 책에다 '말은 왜 죽여!!'하고 썼다. 이런 에피소드가 꽤 있어서 친구랑 교환독서를 하며 감상을 나누기에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손자가 노자의 도가 사상에 영향을 받았다고 하는데 노자의 도덕경도 읽어보고 싶다.

📌인간관계에는 단순한 적대보다 복잡한 감정, 이른바 은혜와 원한을 뜻하는 은원(恩怨)이 얽혀 있기 마련이다. 오히려 가까운 사이일수록 이해관계와 감정이 충돌하기 쉽고, 때로는 원수가 되기도 한다. 반대로 적과는 단순한 이해관계만 존재하므로 오히려 타협이나 협상이 가능하기도 하다.
-48쪽 (제1편 계)

📌그러므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을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95쪽 (제3편 모공)

📌남을 아는 사람은 지혜로운 자이지만, 자기 자신을 아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총명한 자이다. 남을 이기는 사람은 힘센 자이지만, 자기 자신을 이기는 사람이야말로 진정 강한 자이다.
-103쪽 (부록 전장에서 피어난 노자의 철학)

📌이는 마치 가을에 새로 돋아난 짐승의 가는 털을 집어 들었다 하여 힘이 세다 할 수 없고, 태양과 달을 볼 수 있다 하여 눈이 밝다 할 수 없으며, 천둥소리를 들었다 하여 귀가 밝다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112쪽 (제4편 형)

📌음계는 궁(宮), 상(商), 각(角), 치(徵), 우(羽) 다섯 가지에 불과하지만, 이 다섯 음계가 합쳐져 연주되는 음악은 무궁무진하여 다 들을 수 없다. 색채는 청(靑), 적(赤), 황(黃), 흑(黑), 백(白) 다섯 가지에 불과하지만, 이 다섯 색채가 조합되어 만들어 내는 장관은 무궁무진하여 다 볼 수 없다. 맛은 맵고, 시고, 쓰고, 짜고, 단 다섯 가지에 불과하지만, 이 다섯 맛이 배합되어 내는 풍미는 무궁무진하여 다 맛볼 수 없다. 작전의 전술 역시 기(奇)와 정(正) 두 가지에 불과하지만, 기정(奇正)의 변화와 운용은 무궁무진해 끝나지 않는다. 기정은 서로 의존하고 전화(轉化)하며 마치 둥근 고리처럼 끝도 없이 이어지니, 어느 누가 그 변화를 끝낼 수 있겠는가?
-131쪽 (제5편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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릴케의 로댕 - 개정판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안상원 옮김 / 미술문화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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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릴케와 로댕>의 1부는 릴케가 로댕의 전기 집필을 의뢰받아 쓴 <로댕론>이고, 2부는 릴케가 한 로댕에 관한 강연을 로댕론에 더한 글이다. 릴케는 로댕의 비서로 일하고 교류하면서 로댕의 작품세계와 작업방식을 관찰, 연구했다고 한다. 로댕의 작품에서 얻은 것이 릴케의 시문학에 영향을 줬다는 사실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릴케와 로댕>을 요약하자면 릴케가 로댕에게, 그리고 삶과 예술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다!


로댕에 대해 아는 건 생각하는 사람뿐이던 나라서 책이 어렵지는 않을까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일단 이미지 자료가 풍부해서 로댕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걸 시인인 릴케의 섬세하고 수려한 묘사과 함께 읽으니 책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릴케의 문장이 정말정말 좋았는데 내 표현력이 아쉽다. 릴케의 감성이나 예술관이 나랑 잘 맞아서 책에 인덱스도 많이 붙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로댕의 작품을 눈으로 보고 싶었던 만큼, 릴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릴케는 로댕 작품을 관찰하며 삶을 찾아낸다. 나의 최근 관심사가 삶과 죽음이라 그런지 문장 하나하나가 눈에 밟힌다. 특히 <칼레의 시민>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  

다만 역자 해설과 로댕 연보를 먼저 읽었으면 이해가 더 쉬웠을 것 같다. 시인 릴케가 조각가 로댕에게 받은 영향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어서 다른 사람들은 역자 해설을 먼저 읽어보길 추천!



📌우는 발이 있다는 것을, 완전한 한 인간을 넘어서 울음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모든 땀구멍에서 솟아나는 엄청난 눈물이 있다는 것을.
-34쪽

📌고요란 없었으니, 심지어 죽음 속에도 고요는 없었다. 멸망도 일종의 운동이기에, 죽은 자도 결국 멸망과 더불어 삶에 종속되는 셈이었다.
-45쪽

📌동경과 아픔 속에, 광기와 불안 속에, 상실과 획득 속에 삶이 있었다. 여기에는 측량될 수 없는 요구가 있었으니, 그것은 세상에 있는 모든 물이 한 방울로 메말라버리고 말 정도로 엄청난 갈증이었다. 여기에 거짓말이나 거부는 없으며, 주는 표정과 받는 표정이 순수하고 위대하였다. 여기에 악덕과 모독, 저주와 축복이 있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모든 것을 파묻어 감추고는 마치 그런 일이 없는 것처럼 돌아가는 세계는 궁색한 것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게 된다.
-68쪽

📌육체 위에는 언제나 변화와 물결이, 썰물과 밀물이 있는 반면에, 얼굴 속에는 대기가 머무르고 있다. 마치 많은 일들이, 기쁜 일과 불안한 일이, 어려운 일과 기대로 가득 찬 일이 일어났던 방 안과 같다. 그리고 어떤 일도 결코 지나가버리지 않았고 다른 것으로 대치되지도 않았다. 말하자면 하나의 일은 다른 것과 나란히 놓인 채 계속 존재하며, 유리병 속에 들어 있는 꽃처럼 메말라버린 것이다.
-88쪽

📌그러나 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결단을 내렸고 이 마지막 시간을 자기 방식으로 살았으며, 자신의 영혼과 함께 이 시간을 축하했고, 또 아직 삶에 매달려 있는 자신의 육체로 이 시간을 괴로워했다.
-114쪽

📌그는 손을 허공 속에 펼치고, 새에게 자유를 주는 것처럼 무언가를 풀어놓아주고 있다. 그것은 이별이다. 불확실한 모든 것과의 이별, 어딘가에 살고 있고 어쩌면 언젠가 만나게 될 수도 있었을 사람들과의 이별, 내일과 모레의 모든 가능성들과의 이별, 그리고 그것은 또한, 멀리만 있을 것이라고, 길고 긴 시간의 끝에서 온화하게 조용히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저 죽음과의 이별이다.
-118쪽

📌그는 큰 것과 작은 것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 미세함과 측량할 수 없는 거대함 속에서 삶을 인식합니다. 일어나거나 잠자리에 들 때 삶이 거기 있고, 밤을 지새는 가운데도 삶은 있습니다. 옛날풍의 단촐한 식사시간도 삶으로 가득하고, 빵도, 포도주도 삶으로 충만합니다. 즐거워하는 개들 속에, 백조들 속에, 빛나는 비둘기떼 안에도 삶이 있습니다. 작은 꽃송이마다 삶이 온전히 들어 있고, 열매마다 백 배의 삶이 있습니다. 채소밭에서 가져온 배춧잎 하나도 삶을 자랑하며 얼마나 정당한지 모릅니다. 참으로 기꺼이 삶은 물 속에서 빛나며 꽃 속에서 행복해 합니다.
-188쪽

📌한 곳만을 그리려고 몰두하면 자기가 아직 잘 알지 못하는 수천 가지 다른 사물들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을 놓지고 만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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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키메라의 땅 1~2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김희진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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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서평단으로 받아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키메라의 땅>!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이름만 들어봤지 그의 책을 읽어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 왜 유명한지 알 것 같다. 책을 한 번 펼치니, 페이지가 넘어가는 걸 멈추지 못하고 소설 속 세계로 빠져들었다.


이야기는 주인공 알리사의 <변신 프로젝트>가 세간에 알려지면서 시작된다. 변신 프로젝트는 인간종의 다양성을 위해 혼종을 만드는 연구다. 박쥐 인간인 에어리얼, 두더지 인간인 디거, 돌고래 인간인 노틱. 이 세 종을 통해 각종 재해에서도 인간을 살아남게 하기 위함이 목적이지만, 이 프로젝트는 당연하게도 사람들의 반발을 불러일으킨다. 실험을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살해 위협까지 받게 된 알리사는 연구부 장관인 친구의 도움을 받아 국제 우주 정거장에서 실험을 지속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우주 정거장에도 알라사의 연구를 탐탁치 않게 생각하는 동료들이 있고 문제가 발생한다. 가까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과학자 동료인 시몽과 사랑에 빠지며 알리사에게도 평온한 날이 찾아오나 싶었지만...... 지구에서 제3차 세계대전이 발발한다. 그 전쟁에서 대부분의 인류가 사망하고 지구는 방사능으로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된다. 신인류를 창조하고자 하는 알리사는 우주에서 1년여 간의 시도 끝에 세 혼종 태아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그들이 인류의 미래가 될 것이라 굳게 믿으며 알리사는 지구로 돌아간다. 뱃속에 있는 시몽의 아이와 함께!


이후에는 상대적으로 평화로워 보이는 시기와 종족 간의 갈등! 대립! 전쟁! 이 계속해서 주요 이야기로 나온다. 기존 인류인 사피엔스와 혼종들간의 대립, 세 혼종 간의 갈등, 노틱과 디거 사이의 전쟁... 그렇게 많은 이들이 죽어나갔는데도 사람들은 싸우는 걸 멈추지 않는다. 분명 역사를 배웠는데도 왜 더 나은 방향으로 가지 않고 역사는 되풀이되는 걸까? 알리사는 공포와 사랑 중에 사랑을 택하는 사람이고, 그 사랑으로 새로운 인류를 키웠는데도 말이다. 알리사는 부정했지만 그 사랑이 약간은 위선적이고 오만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알리사가 나랑은 다른 유형의 사람이라 그런지, 행동이나 생각이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많았다. 사실 알리사 말고도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나와는 맞지 않았다. 마음이 가고 정이 들려고 하다가도 한 페이지 넘어가면 싫어할 이유를 만들어 준다ㅋ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를 계속 읽게  만드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박쥐, 돌고래, 두더지와 인간의 혼종이라는 설정이 내게 흥미롭게 다가오기도 했고, 등장인물들의 관계가 파국으로 치닫는 걸 보면서 어디까지 가나 보자 하는 마음도 있었던 거 같다. 그래도 마지막에 나오는 네 번째 혼종 아이는 좋았다. 알리사가 자신의 책임을 미래로 미루는 것 같기도 했지만, 인간이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찾아내는 이야기는 재밌으니까. 


📌까마귀들이 우리보다 훨씬 총명해. 그들은 살아남았고, 게다가 우린 그들의 먹이가 되어 주었지. 인류 역사에서 전쟁이 일어난 후엔 늘 그랬던 것처럼. 이긴 전쟁이든 진 전쟁이든.

-162쪽 (키메라의 땅 1)


📌메아리는 삶에서 우리 태도의 영향을 보여 주는 흥미로운 은유이기도 하단다. 보내는 대로 돌아오는 거야. 두려움을 보내면, 네게도 두려움이 오지. 불신을 보내면 너도 불신을 받아. 모욕을 보내면 네게도 모욕이 돌아와. 사랑을 보내면 너도 사랑을 받지. 우주는 네가 보낸 것을 언제나 되돌려주는 거울처럼 돌아간단다.

-252쪽 (키메라의 땅 1)


📌모든 것이 태어나고, 성장하고, 성숙하고, 늙고, 죽고, 퇴락한다.

-63쪽 (키메라의 땅 2)


📌「난 네게 때로는 답이 너무 명백하기 때문에 답을 생각해 내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 거야.」

-123쪽 (키메라의 땅 2)


📌「그리고 미적으로 완벽하다는 느낌은 어쩌면 자연에 다양성이 있기에 비로소 드는 것일 수 있지. 셀프서비스 식당에 식사하러 가서 수많은 음식을 고를 수 있을 때도, 반드시 다른 것보다 더 입에 맞는 음식이 있어. 그렇다면 그곳이 객관적으로 볼 때 맛집과는 거리가 멀더라도 칭찬을 늘어놓게 되지.」

-134쪽 (키메라의 땅 2)


#서평단#도서지원#서평

#키메라의땅#베르나르베르베르#열린책들

#키메라의땅1#키메라의땅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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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일의 비밀 바일라 24
문부일 지음 / 서유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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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인상적인 표지에 이끌려 읽고 싶었던 <73일의 비밀>! 쉽고 재미있어서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역사소설을 읽어보고 싶은 청소년 친구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다.

<73일의 비밀>의 주인공은 러시아 한인촌에 살고 있는 열다섯 소년, 안드레이다. 조선이름은 한용남. 안드레이의 어머니, 소피아는 러시아인 아버지과 조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안드레이의 아버지는 조선에서 러시아로 도망쳐 온 노비이다. 안드레이가 어릴 때 아버지는 사고로 돌아가시고, 소피아와 단둘이 가난하지만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안드레이는 자신이 조선인도 러시아인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돈을 더 벌어서 어머니와 행복하게 사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던 어느날, 안드레이를 흔드는 사건이 일어난다. 양조장을 운영하는, 안드레이를 잘 챙겨주던 박씨 아저씨가 총을 맞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박씨 아저씨를 죽인 범인은 일본인이었다. 이유는 박씨 아저씨가 독립자금을 지원했기 때문! 안드레이는 아저씨에게 조선이 어떤 나라이길래 목숨을 바쳐 지키려고 했는지 혼란스러워한다. 박씨 아저씨가 죽은 지 얼마되지 않아 안드레이는 전쟁터로 끌려갔던 이웃집 형의 사망소식을 듣게 된다. 가까운 사람들을 연이어 잃은 알렉세이는 전쟁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안드레이는 소고기공장에서 함께 일하던 이상설 아저씨에게 네덜란드 헤이그에 함께 가자는 제안을 받는다. 이상설 아저씨는 일본의 감시를 피해 조선의 황제가 만국평화회의에 보내는 특사였던 것이다. 안드레이는 박씨 아저씨에게 보답하기 위해,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자신이 살아온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난다. 안드레이는 이 은밀한 여정 속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순간의 기지를 발휘해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면서 성장한다.

러시아 한인촌를 배경으로 내용이 시작되고, 안드레이가 헤이그 특사단에 합류하기까지의 흐름이 매끄러워서 놀랐다. 안드레이의 용기와 영리함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준 덕분에 안드레이가 인정 받고 헤이그에 같이 가는 걸 제안 받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안드레이의 어머니 소피아가 활약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실제 사건과 잘 어우러져서 안드레이와 소피아가 진짜 살아있던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읽기 전에는 헤이그 특사를 소재로 소설을 쓰는 건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참 잘 쓴 소설 같다.

우리는 헤이그 특사 파견 이후의 처절하고 슬픈 역사를 알고 있지만, 소설의 결말까지는 희망을 그리고 있어서 더 여운이 남았던 거 같다. 지금 내가 누리는 자유를 위해 어떤 노력과 희생이 있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고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지 다짐한다.

📌왜 사람들은 귀족과 노예, 양반과 노비같이 신분을 나눠 차별하고 괴롭히는 것일까?
-24쪽


📌아빠의 얼굴은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아빠가 살아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35쪽


📌이미 점퍼가 비에 흠뻑 젖어 몸이 너무 무거웠다 그런데 몸이 무거운게 아니라 어깨에 짊어진 삶이 무거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곁에 있었다면 지금보단 가벼워지지 않았을까?
-67쪽


📌밭에 넘쳐흐르던 빗물과 둥둥 떠다니던 당근 싹이 떠올랐다. 다시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냥 주저앉고 싶었다. 도무지 용기가 날 것 같지 않았다.

-69쪽


📌아저씨에게 조선은 어떤 나라였으며, 왜 목숨을 걸고 지키려고 했을까? 돈을 많이 벌고 편하게 살면 될 텐데 왜 힘든 길을 선택해서 비참한 최후를 맞았을까? 도대체 나라라는 것이 무엇일까? 나는 조선인도 아니고 러시아인도 아닌 카레이스키라서 아저씨의 마음을 도무지 헤아리기 어려웠다.
-72쪽~73쪽

📌왜 세상이 이렇게 됐는지부터 많은 것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이렇게 살면 그 끝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전쟁을 하느라 모두 죽고, 모든 것이 파괴되면 끝이 날까? 그리고 평화를 강조하는 국제법은 왜 있는 것일까? 평화회의에서 국제법을 지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말하지만 그 법을 따르지 않고, 전쟁을 일으키기 바빴다. (중략)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수많은 물음표들이 머릿속 가득 차올랐다.

-135쪽~136쪽

📌나는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엄마가 늘 말했으니까. 한 번 더 그 말을 믿고 싶다.
-139쪽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열차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열차가 같은 시간에 출발해 배웅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잘 됐다. 떠나는 사람을 보며 손을 흔들 사람이 없으니까. 엄마와 나는 모두 홀가분하게 이곳을 떠나는 사람, 다시 여행자가 됐다.
-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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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일의비밀#문부일작가#서유재
#장편소설#팩션#헤이그특사#광복80주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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