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말테의 수기 을유세계문학전집 144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김재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말테의 수기>는 20세기를 대표하는 시인, 릴케가 남긴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릴케의 이름을 들어보긴 했지만, 나는 올해 <릴케의 로댕>을 읽기 전까지는 그에 대해 잘 몰랐다. 이번에 <말테의 수기>까지 읽어보면서 느낀 릴케를 묘사해보자면, 정말 어렵지만 수려한 문장 때문에 읽기를 멈출 수 없는 작가다! 마음에 드는 부분마다 인덱스를 붙이다가 갖고 있는 인덱스를 다 써버렸다.

이 책은 평범한 소설의 형식을 따르지 않는다. 서로 연관 없는 이야기들이 몽타주 기법으로 엮여서, 읽다보면 내가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건지 알쏭달쏭하다. 이 때문에 <말테의 수기>를 도전했다가 실패한 사람들에게 '내용을 이해하려 하지말고 느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

<말테의 수기>는 지금으로부터 대략 100년 전에 쓰였는데, 100년 전의 글이 지금의 나를 관찰한 것처럼 우울과 불안을 표현하고 있다는 건 참 묘한 기분이 든다. 이게 바로 고전을 읽는 이유인 걸까?

📌정말 우습다. 나는 여기 작은 방에 앉아 있다. 나, 브리게가 말이다. 나는 스물여덟 살이고, 나를 아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나는 여기 앉아 있고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생각에 잠기기 시작한다.
-27쪽

📌그리고 이미 오래전에 공기가 바닥이 나서 이제 나는 고작 내 폐가 뿜어내고 나서 버린 것을 다시 들이마시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55쪽

📌모든 것을 다르게 보면서 살아가는 것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그러나 나는 두렵다. 그와 같은 변화가 뭐라 말할 수 없이 두렵다. 나는 이 멋져 보이는 세상에도 여태껏 제대로 적응하지 못했다. 이런 내가 다른 세상에서 뭘 어쩌겠는가?
-59쪽

📌머릿속에서 숫자 하나가 자꾸만 자라나 내 몸을 다 차지하고도 모자랄 정도로 커질 것 같은 불안
-71쪽

📌내 스스로가 불러들인 이 고독은 너무나 거대해져 이제는 내 심장이 감당할 수가 없다. 내가 떠나온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사람이 사람에게서 떠날 수 있다는 게 이해가 안 되었다.
-179쪽~180쪽

이렇게 작품 전반적으로 불안과 공포가 깔려있지만, 그와 함께 어린 시절에 대한 향수와 사랑도 느낄 수 있다. 특히 '사랑받는다는 것은 사라지는 것이고, 사랑한다는 것은 지속하는 것이다' (268쪽)를 읽었을 때에는 이 책의 큰 주제가 사랑이라고 확신했다.

❤️이 모든 것이 여전히 내 마음속에 있고,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마치 이 집의 모습이 까마득한 곳에서 내 안으로 무너져 내려 내 마음속 바닥에 부서져 있는 것 같다.
-30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는 다정하고 호리호리한 나의 어머니를 떠올리게 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녀를 보고 있노라면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제대로 떠올릴 수 없었던 섬세하고 미묘한 표정을 그녀의 얼굴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마틸데 브라헤를 날마다 보게 되고서야 나는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이 어땠는지 다시 깨닫게 되었다. 아니, 어쩌면 난생처음으로 깨달은 것인지도 모른다. 이제야 내 안에서 수백의 세세한 것들이 한데 모여 돌아가신 어머니의 모습으로 되살아났다. 그 모습은 이제 어디를 가나 나를 따라다닌다.
-33쪽

❤️오, 어머니. 당신은 지난 어린 시절 이 모든 정적을 막아 준 유일한 분이셨지요. 당신은 정적을 몸으로 떠안으며 이렇게 말씀하셨죠. "놀라지 마라. 엄마다." 당신은 공포에 질려 떨고 있는 자식을 위해 한밤 내내 정적이 되기로 결심하셨죠. 등불을 켜는 순간, 당신은 이미 소리가 되셨어요. (중략) 당신의 등 뒤에는 오로지 서둘러 오던 당신의 모습과 당신의 영원한 길, 사랑의 비행만 남은 듯 했답니다.
-83쪽~84쪽

그리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공감하며 미소 지을만한 문장들도 많아서 추천하고 싶다.

😊아, 책 읽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는 것은 얼마나 행복한 일인가.
-43쪽

😊나는 나의 오래된 물건들과 가족사진 그리고 책들과 함께 그 방에서 살고 싶다.
-48쪽

😊혹시 그녀가 보는 사이 책의 페이지가 자꾸만 불어나는 건 아닐까, 그녀에게 꼭 필요한데 책에는 쓰여 있지 않은 몇몇 말들을 덧붙여 가면서 읽고 있는 것은 아닌가.
-101쪽


#말테의수기#라이너마리아릴케#을유문화사

#세계문학전집#을유세계문학전집

#서평#서평단#을유문화사_서평단#도서지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0시의 고대 인류 탐험 지식 더하기 소설 2
이경덕 지음 / 다른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0시의 고대 인류 탐험>은 호기심 많은 난서가 유령클럽에 초대되어서 인류학자 유령들과 매일 밤 탐험을 떠나는 이야기다. 


할머니의 할머니, 또 할머니의 할머니.. 계속 거슬러가다보면 어디까지 닿을지, 첫 할머니는 어떤 모습이었을지에 대한 난서의 궁금증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난서는 답을 찾기 위해 유령클럽의 안내자 윌마를 찾아가고, 고인류학자 가족인 루이스, 메리, 리처드를 만나게 된다. 난서는 이들과 함께 신비한 인류의 뿌리를 찾아간다.


이 책을 통해서 다양한 고대 인류를 알게 되었다. 사헬란트로푸스 차덴시스, 호모 하이델베르겐시스 등등... 처음 들어보는 이름이 많았다. 너무 많은 고대 인류가 나와서 조금 헷갈리기도 했는데, 마지막에 있는 인류 진화 연대표를 보면서 전체 내용을 정리할 수 있었다. 화석 사진자료도 풍부해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특히 호모 플로레시엔시스의 진화 방향이 흥미로웠다. 거꾸로 작아져서 초기 고대 인류와 비슷해지다니! 고립된 섬에서 100만 년을 살며 환경에 맞춰 변했는데, 이를 섬 왜소화 현상이라고 한다. 환경이 우리에게 끼치는 영향을 생각해보게 한다.


난서가 인류 탐험에서 배운 것들을 현재의 우리에게 적용해보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생각할 거리를 제시해주는 것도 좋았다.


이전 시리즈인 <0시의 인류학 탐험>에서는 전세계의 장례문화를 다루는 것 같은데, 이것도 재미있어 보인다. 표지가 귀여운 이 시리즈가 계속 나오면 좋겠다!


📌가족은 주로 혈연이나 혼인으로 맺어져 일상을 함께하는 사람들의 집단 또는 그 구성원을 말한다.

‘그럼 혼자 사는 사람은 가족이 없는 걸까? 예전에 함께 살았던 사람은 더 이상 가족이 아닐까? 할머니는 할아버지와 결혼해 아빠를 낳으셨고, 엄마는 아빠와 결혼해 나를 낳으셨는데... 그렇다면 도대체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가족이지? 세상을 떠나 더 이상 일상을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은 가족이 아닐까?’

-9쪽


📌“세상은 때로는 가까이, 때로는 멀리 바라봐야 해. 발밑에서 화석을 찾으면서도 그 화석을 통해 아주 먼 과거를 보는 것처럼 말이야.”

-80쪽


📌“우리가 쓰는 말은 시간이 지나면 뜻이 바뀌기도 하잖아. 예전에는 좋은 의미였던 게 부정적인 의미로 변하기도 하고. 그런데 학명이나 이름은 뜻이 변하면 곤란하지. 그래서 의미가 굳어져 변하지 않는 죽은 언어인 라틴어를 쓰는 거야.”

-120쪽


📌“맞아. 머리가 좋은 사람은 혼자 다 하려고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시키려고 하지. 하지만 현명하고 지혜로운 사람은 다른 사람과 함께하고, 소통하며 배려하지. 인류가 여기까지 온 건 단순히 머리가 좋아서가 아니라 ‘함께’했기 때문이야.”

-195쪽~196쪽


#0시의고대인류탐험#이경덕#다른

#잃어버린조상들을찾는700만년의시간여행#지식+소설#청소년소설

#서평#서평단#도서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만과 편견
제인 오스틴 지음, 메이킹북스 편집부 옮김 / 메이킹북스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두 번째로 읽는 <오만과 편견>! 명작은 여러번 읽어도 명작이라는 걸 느낀다. 200년이 지난 지금도 읽는 고전이 된 이유가 있다. 특히 아름다운 표지와 함께라면 즐거움이 배가 된다ㅎㅎㅎ

이번에 읽을 때는 베넷 씨의 유머가 눈에 많이 들어왔다. 후반부에 나오는 '메리나 키티에게 구혼자가 오면 언제든 데려오너라. 난 한가하니까.' 라는 베넷 씨의 말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 중 하나다. 베넷 씨의 시선으로 책을 읽으니, 전에는 짜증나기만 했던 콜린스 씨 같은 어리석은 인물들도 더 재미있게 느껴졌다.

다아시와 엘리자베스의 대화도 번역 덕분인지 쉽게 따라갈 수 있었다. 둘 사이에서 오가는 날카롭고 유쾌한 농담은 <오만과 편견>의 묘미인 것 같다. 둘의 관계가 변화하고, 서로를 통해 나은 사람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지켜보는게 참 즐거웠다!

😂"어떻게 자기 딸들에게 그런 심한 말씀을 하세요? 나를 괴롭히는 걸 즐기시는 거죠? 내 불쌍한 신경에 대한 동정심은 조금도 없으시군요."
"그건 오해요. 난 당신 신경을 몹시 존중하고 있소. 그건 내 오랜 친구잖소. 지난 이십 년 동안 당신이 그 신경을 얼마나 아끼는지 지켜봐왔지 않소."
-10쪽

😂"키티는 기침하는 데 분별이 없지. 타이밍을 영 못 맞춘다니까." 베넷 씨가 말했다.
-11쪽

📌우리 중 대부분은 실제든 상상이든 무언가에 자부심을 품고 있지. 하지만 허영심과 오만은 다른 거야. 흔히 동의어로 쓰이지만 말이지. 오만은 우리가 우리 자신을 어떻게 보는가에 관한 것이고, 허영심은 남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기를 원하는가에 관한 것이지.
-23쪽

📌내 생각엔, 내일 당장 그와 결혼한다해도 1년간 그를 관찰하고 결혼하는 것만큼 행복할 가능성이 있어. 결혼 생활의 행복은 전적으로 운에 달려 있어. 서로 성격을 잘 알든 비슷하든, 그게 행복을 보장해주진 않아. 결국 세월이 지나면 누구든 차이를 드러내고, 불만을 겪게 돼. 차라리 평생을 함께할 사람의 결점을 너무 깊이 알지 않는 편이 나아.
-25쪽

📌"생각이 너무 빨리 흘러서 표현할 시간이 모자라거든. 결국 내 편지가 아예 아무런 생각도 전하지 못할 때도 있지."
-47쪽

📌세상을 알면 알수록 더 실망스러워지고, 인간의 성품이 얼마나 모순투성이인지, 겉보기에 드러나는 장점이나 지성이 얼마나 믿을 수 없는 것인지 확인하게 돼.
-122쪽

❤️실망과 우울함은 이제 안녕이네요. 바위와 산에 비하면 사람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우리가 얼마나 황홀한 시간을 보낼지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뛰어요. 그리고 돌아올 땐 흔히 여행자들이 그렇듯 두서없이 아무 말 못하는 일이 없게 할 거예요. 어디를 갔는지, 뭘 보았는지 똑똑히 기억하고, 호수와 산과 강을 머릿속에서 뒤섞지 않을 거예요. 서로 위치가 어디였는지 싸우는 일도 없을 테고요. 우리만큼은, 누구보다도 정확하게 기억해서 돌아올 거예요.
-137쪽

📌"내가 얼마나 한심하게 행동했는지! 분별력이 있다고 자부했으면서! 스스로 똑똑하다고 믿으면서! 제인의 솔직함을 가볍게 여기고, 괜히 의심한 하면서 스스로를 똑똑하다고 착각했잖아. 정말 부끄럽고 당연한 벌이야. 사랑에 빠졌다면 이보다 더 눈이 멀 수 있었을까? 하지만 내 잘못은 사랑이 아니라 허영심 때문이야. 한쪽의 호감에 들떠서, 다른 한쪽의 무시에 자존심이 상해, 그때부터 눈을 감고 귀를 막아버렸지. 지금 이 순간까지 나는 나 자신을 몰랐어."
-173쪽

📌"무언가 아쉬움이 남아 있어야 오히려 기대가 온전히 실현될 수 있지. 모든 게 완벽하다면, 실망만 기다리고 있는 셈이니까."
-192쪽

📌조지아나는 처음엔 엘리자베스가 오빠와 농담을 나누며 친근하게 구는 모습에 놀라 당황했지만, 곧 알았다. 아내라면 남편과는 자유롭게 웃고 기뻐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은 동생으로서는 누릴 수 없는 친밀함이라는 것을.
-312쪽


#오만과편견#제인오스틴#메이킹북스

#세계문학컬렉션

#책#서평#서평단#도서지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벼랑 위의 집
TJ 클룬 지음, 송섬별 옮김 / 든 / 2021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가제본 서평단으로 읽어본 <벼랑 위의 집>! 가제본인데도 깨알 같은 디테일이 사랑스러운 책이었다. 민트색 내지나 책 귀퉁이에 그려진 고양이 칼리오페 같은 것들!! 책의 외관처럼 내용도 아기자기한 힐링 판타지였다ㅎㅎ


<벼랑 위의 집>은 마법적 존재와 그들을 관리하는 기관이 있는 세상이다. 마법아동관리부서에서 일하는 라이너스 베이커는 마르시아스 섬의 고아원에 파견 임무를 맡게 된다. 그곳의 특별한 여섯 아이들과 원장 아서를 만나면서, 라이너스의 흐릿했던 삶이 색채로 물들게 된다!


라이너스가 아이들과 모험을 떠나는 부분이 제일 좋았다. 특히 탈리아와 라이너스의 티키타카가 재미있어서 킥킥 웃었다. 샐이 라이너스에게 마음을 열 땐 내가 감동을 받기도 했다.


후속작인 <모든 빛의 섬>에서 마르시아스 섬 친구들과 에필로그에 나온 데이비드가 나오는 것 같은데 기대된다!


📌고작 수요일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심지어 다시 생각해 보니 수요일도 아니고 화요일이라는 점이 더 지독했다.

-25쪽


📌어릴 때부터 라이너스는 자기가 입만 다물고 있으면 남들이 자기가 그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나아가 그가 존재한다는 사실마저도 종종 잊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어머니 말로는 어린 시절의 그는 벽에 바른 페인트나 마찬가지로, 그 자리에 있다고 누가 말해주지 않으면 기억조차 희미한 아이였다고 했다.

-27쪽


📌"안 그래도 생각할 게 얼마나 많은데. 예를 들면 내일 말이야. 어째서 매일 내일을 걱정하며 살아야하는 걸까?"

-44쪽


📌어쩌면 어느 정도는 정말 외롭지 않다고 믿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아무리 따뜻한 마음을 갖고 있어도, 줄 수 있는 사랑이 아무리 커도, 혼자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받아들인다. 그게 그들의 인생이니까. 라이너스는 스물일곱 살 때 자신의 삶 역시 그럴 운명이라는 걸 알았다.

라이너스가 그렇게 생각하게 된 무슨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어쩐지 자신이... 다른 사람들보다 흐릿한 것 같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선명한 세상에서 자기 혼자만 흐릿한 것 같았다. 그는 다른 사람의 눈에 띌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45쪽


📌"식인종일지도 모르지. 그리고 내가 코스 요리 정도는 되겠다만, 이미 아서를 잡아먹고 배가 불러서 어쩌면... 간식 정도를 원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탈리아가 놀라서 헉 하는 소리를 냈다.

"그럼... 내가 간식 크기잖아?"

-288쪽


📌"라이너스, 엄청난 모험을 했다던데."

"맞아요. 제가 안전하다고 느끼는 수준을 약간 벗어날 정도였죠."

"아마 자기가 알던 세계를 처음 벗어나는 탐험가들은 대부분 그런 기분이 들 거야."

-295쪽


📌"하지만 조심해서 옮겨야 해요. 천시가 신이 나서 법석을 떨다가 책상 모서리가 벗겨졌거든요. 제가 괜찮다고 했어요. 때로 벗겨지고 부서지더라고 여전히 좋은 것들이 있잖아요."

"오히려 개성이 더해지지. 또 기억이 담기기도 하고 말이야. 준비됐니?"

-336쪽


📌세상에 너 같은 사람은 오로지 너밖에 없단다. 난 네가 어떤 아이이지 알고, 또 어떤 아이가 아닌지도 알아. 집으로 돌아오렴. 내가 너한테 바라는 건 집으로 돌아오는 게 전부야.

-373쪽


📌"살아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악몽을 꾼단다. 하지만 아무리 지독한 악몽이라 해도 꿈일 뿐이야. 언젠가는 깨어날 꿈, 그리고 결국 잊힐 꿈이지. 악몽에서 깨는 순간이면 세상 그 무엇보다도 깊은 안도감이 느껴지더라고. 지금까지 본 것들이 전부 진짜가 아니란 걸 알게 되니까."

-375쪽


📌그러나 고요하기만 한 어둠 속에서 그로부터 그 순간을 앗아갈 수 있는 건 그 무엇도 없었다.

-382


📌"저는 그 말을 믿지 않겠습니다. 우리가 우리인 건, 어떻게 태어났느냐가 아니라 우리가 이 삶을 어떻게 살기로 결정하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그저 흑백으로 나눌 문제가 아니란 말입니다. 흑과 백 사이에 그토록 많은 것들이 있으니까요. 숨겨진 의미를 모르면서 도덕적인 것과 비도덕적인 것으로 나눌 수도 없습니다."

-540쪽


📌태어나서 처음으로 라이너스는 자기 몸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아직 혈압은 높을지 몰라도, 삶은 뱃살이나 베개에 떨어진 머리카락을 걱정하기에는 너무나 풍부한 것이었으니까.

-578쪽~579쪽


📌푸르디푸른 바다 위의 집에서 그는 혼자 생각했다. 때로 우리는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다고.

그리고 운이 좋다면, 삶 역시 그 답으로 우리를 선택해 준다고.

-596쪽


#벼랑위의집#TJ클룬#든

#아서와선택된아이들#판타지소설

#소설신간#베스트셀러#책추천#소설추천

#책#서평#서평단#가제본서평단#도서지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여인과 군상
하인리히 뵐 지음, 사지원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하인리히 뵐은 <여인과 군상>을 쓰고 다음해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노벨문학상이라는 이름 때문인지 거의 700쪽에 가까운 분량 때문인지 내겐 다소 어려운 책이었다. 주인공 레니의 삶을 추적해나가면서, 적지 않은 주변인물 각각의 이야기도 함께 들어야한다는 점이 날 더 힘들게 했다. 나 자신을 레니에 대해 조사하는 집요한 탐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끝까지 읽는 데 도움이 됐다.


2차 세계대전이라고 하면 내게서 엄청 먼 역사 속 이야기처럼 느껴지는데, 이 소설은 그렇지 않다고 소리치는 것 같아서 소름이 돋았다. 전쟁의 참혹함, 한 순간에 닥쳐오는 비극, 살고 싶은 마음과 소중한 사람이 살길 바라는 마음이 생생하다. 시대의 흐름에 휩쓸리기도 하고 꿋꿋하게 버티기도 하는 레니의 모습을 보며 인간적인 삶이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책의 일부에서는 한강 작가님이 떠오르기도 했다.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생의 연약함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런 것 같다. 


특히 좋았고 또 슬펐던 부분은 레니와 보리스의 사랑 이야기이다. 보통 전쟁 속에서 피어나는 사랑 이야기가 다 그렇다지만 정말 안타까웠다. 일제 크레머나 마르그레트의 마지막도 마음에 남는다. 계속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정이 들었나보다.


📌레니의 할머니 게르타 바르켈(처녀 시절 성은 홀름)은 이미 오래전에 이 거울이 이제 지나치게 악의적으로 아첨한다고 말했다. 레니는 이 거울을 자주 사용한다. 레니의 머리 스타일은 레니의 걱정을 자아내는 것 중의 하나다.

-3쪽


📌두 가지 비육체적인 특성을 얘기했는데 두 가지를 덧붙여 설명하면, 레니는 하소연하지 않고 후회하지 않는 특성이 있다. 그녀는 첫 남편이 죽었을 때 슬퍼하지 않았던 것조차 후회하지 않는다. 레니의 후회하지 않는 성격은 아주 완전한 것이어서 후회하는 능력과 관련하여 "조금 더 후회한다"거나 "조금 덜 후회한다"라고 말하는 것은 적당치 않다. 간단히 말해서, 레니는 아무래도 후회라는 말이 무슨 말인지를 모르는 것 같다.

-4


📌그래서 레니는 어떻게 하는가? 레니는 혼자서 춤을 춘다. 때로는 침실에서 옷을 아주 가볍게 입고서, 심지어 욕실에서는 발가벗고 거울 앞에 서서 춤을 춘다. 이때 때때로 이 장면을 보고 깜짝 놀라는 사람도 있다.

-23쪽


📌눈물, 웃음, 울음은 단지 위기 상황에서만 일어나는 것이어서, 위기가 없거나 위기를 벗어나서 또는 위기 속에서라도 삶을 통해 눈물을 흘린 일이 전혀 없는 모든 사람에게는 축복이 적당히 일어날 수 있다.

-150쪽~151쪽


📌밤에 우리가 남몰래 울음에 항복한다면, 그 눈물은 누가 세는가. 결국 누가 우리의 웃음과 고뇌를 걱정하는가.

-211쪽


📌독일 사람들에게는 웃음, 울음, 고통, 괴로움, 행복보다는 학교 규칙이 더 중요한 것인가?

-219쪽


📌아들이 떠나기 전에 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정치적인 발언을 했습니다. 위험했죠. '도망가라'라고 말했어요, '즉시'. 그러자 아들은 이마에 주름을 지으며 '도망이요?' 하고 내게 묻는 거였어요. 그래서 나는 아들에게 '도망치다'가 무슨 의미인지를 설명했어요. 그러자 아들은 나를 웃긴다는 듯이 응시하더군요. 그 애가 어디 가서 말을 할까 겁이 났습니다. 그 애가 그렇게 하려고 했더라도 사실 어디 가서 말할 시간은 없었어요.

-266쪽


📌그러나 그들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부터 1킬로미터 너비의 지뢰밭을 지나 서로를 향해 달려오며 지뢰가 없는 3~4제곱미터의 면적에서 서로 부둥켜안고 자거나 링에서의 투쟁을 수행하고자 했다.

-356~357


📌물론 그들은 객관적인 일로 쓸데없이 많은 시간을 버렸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는 '나를 아직 사랑하세요?'와 같은 필요한 질문이 있는데 말입니다. 이것도 압축해서 해야 했습니다. 예를 들어 보리스가 '여전히 나를? 나처럼?' 하고 말하면 레니는 그것이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아직 나를 사랑해요?'하는 뜻이라고 알아들었습니다. 그러면 그녀도 '예, 그래요, 그래요' 하고 재빨리 말할 수 있었습니다.

-359쪽


📌왜 꼭 노래를 부르려고 하느냐고, 전쟁 상황에서 노래 부르는 소련 전쟁 포로는 틀림없이 도발로 여겨질 게 분명한데 왜 노래를 부르려고 하느냐고 물었을 때, 그는 내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노래를 부르면 매우 기쁩니다.'

-369쪽


📌너무 늦었습니다. 그는 이미 죽어 있었습니다. 그들은 그가 만들어 낸 독일 이름조차 제대로 알지 못했습니다. 그의 이름이 벨호르스인지 뵐호르스트인지 또는 볼호르스트인지 발호르스트인지 몰랐습니다. 레니도 마르그레트도 로테도 정확히 몰랐습니다. 무엇 때문에 필요하겠어요? 그들이게 그는 보리스였습니다. 그들은 당연히 독일군 수첩을 자세히 본 적이 전혀 없었고 이름을 적어 놓지도 않았습니다.

-452쪽~453쪽


📌12년이 된 재킷은 어떤 사람에게는 자기 피부보다 사랑스러워서 대체 불가하다. 왜냐하면 피부는 이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킷은 그렇지 않다.

-579쪽


#여인과군상#하인리히뵐#지식을만드는지식

#독일문학#노벨문학상

#책서평#책리뷰#서평#서평단#도서지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