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일의 비밀 바일라 24
문부일 지음 / 서유재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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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인상적인 표지에 이끌려 읽고 싶었던 <73일의 비밀>! 쉽고 재미있어서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역사소설을 읽어보고 싶은 청소년 친구들에게 강력 추천하고 싶다.

<73일의 비밀>의 주인공은 러시아 한인촌에 살고 있는 열다섯 소년, 안드레이다. 조선이름은 한용남. 안드레이의 어머니, 소피아는 러시아인 아버지과 조선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안드레이의 아버지는 조선에서 러시아로 도망쳐 온 노비이다. 안드레이가 어릴 때 아버지는 사고로 돌아가시고, 소피아와 단둘이 가난하지만 열심히 일하며 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안드레이는 자신이 조선인도 러시아인도 아니라고 생각하며, 돈을 더 벌어서 어머니와 행복하게 사는 것 외에는 관심이 없다.

그러던 어느날, 안드레이를 흔드는 사건이 일어난다. 양조장을 운영하는, 안드레이를 잘 챙겨주던 박씨 아저씨가 총을 맞고 세상을 떠난 것이다. 박씨 아저씨를 죽인 범인은 일본인이었다. 이유는 박씨 아저씨가 독립자금을 지원했기 때문! 안드레이는 아저씨에게 조선이 어떤 나라이길래 목숨을 바쳐 지키려고 했는지 혼란스러워한다. 박씨 아저씨가 죽은 지 얼마되지 않아 안드레이는 전쟁터로 끌려갔던 이웃집 형의 사망소식을 듣게 된다. 가까운 사람들을 연이어 잃은 알렉세이는 전쟁이 더 이상 남의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된다.

안드레이는 소고기공장에서 함께 일하던 이상설 아저씨에게 네덜란드 헤이그에 함께 가자는 제안을 받는다. 이상설 아저씨는 일본의 감시를 피해 조선의 황제가 만국평화회의에 보내는 특사였던 것이다. 안드레이는 박씨 아저씨에게 보답하기 위해, 더 넓은 세상을 보기 위해 어머니와 함께 자신이 살아온 블라디보스토크를 떠난다. 안드레이는 이 은밀한 여정 속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순간의 기지를 발휘해 사건을 해결하기도 하면서 성장한다.

러시아 한인촌를 배경으로 내용이 시작되고, 안드레이가 헤이그 특사단에 합류하기까지의 흐름이 매끄러워서 놀랐다. 안드레이의 용기와 영리함을 여러 에피소드를 통해 보여준 덕분에 안드레이가 인정 받고 헤이그에 같이 가는 걸 제안 받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였다.
안드레이의 어머니 소피아가 활약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실제 사건과 잘 어우러져서 안드레이와 소피아가 진짜 살아있던 인물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읽기 전에는 헤이그 특사를 소재로 소설을 쓰는 건 어렵지 않을까 했는데, 참 잘 쓴 소설 같다.

우리는 헤이그 특사 파견 이후의 처절하고 슬픈 역사를 알고 있지만, 소설의 결말까지는 희망을 그리고 있어서 더 여운이 남았던 거 같다. 지금 내가 누리는 자유를 위해 어떤 노력과 희생이 있었는지 다시 한 번 생각하고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지 다짐한다.

📌왜 사람들은 귀족과 노예, 양반과 노비같이 신분을 나눠 차별하고 괴롭히는 것일까?
-24쪽


📌아빠의 얼굴은 점점 흐릿해지고 있다. 아빠가 살아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35쪽


📌이미 점퍼가 비에 흠뻑 젖어 몸이 너무 무거웠다 그런데 몸이 무거운게 아니라 어깨에 짊어진 삶이 무거운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곁에 있었다면 지금보단 가벼워지지 않았을까?
-67쪽


📌밭에 넘쳐흐르던 빗물과 둥둥 떠다니던 당근 싹이 떠올랐다. 다시 힘을 내서 살아갈 수 있을까? 그냥 주저앉고 싶었다. 도무지 용기가 날 것 같지 않았다.

-69쪽


📌아저씨에게 조선은 어떤 나라였으며, 왜 목숨을 걸고 지키려고 했을까? 돈을 많이 벌고 편하게 살면 될 텐데 왜 힘든 길을 선택해서 비참한 최후를 맞았을까? 도대체 나라라는 것이 무엇일까? 나는 조선인도 아니고 러시아인도 아닌 카레이스키라서 아저씨의 마음을 도무지 헤아리기 어려웠다.
-72쪽~73쪽

📌왜 세상이 이렇게 됐는지부터 많은 것들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계속해서 이렇게 살면 그 끝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전쟁을 하느라 모두 죽고, 모든 것이 파괴되면 끝이 날까? 그리고 평화를 강조하는 국제법은 왜 있는 것일까? 평화회의에서 국제법을 지켜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자고 말하지만 그 법을 따르지 않고, 전쟁을 일으키기 바빴다. (중략) 그리고 나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수많은 물음표들이 머릿속 가득 차올랐다.

-135쪽~136쪽

📌나는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았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고 엄마가 늘 말했으니까. 한 번 더 그 말을 믿고 싶다.
-139쪽

📌암스테르담으로 가는 열차와 상트페테르부르크로 가는 열차가 같은 시간에 출발해 배웅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잘 됐다. 떠나는 사람을 보며 손을 흔들 사람이 없으니까. 엄마와 나는 모두 홀가분하게 이곳을 떠나는 사람, 다시 여행자가 됐다.
-15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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