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케의 로댕 - 개정판
라이너 마리아 릴케 지음, 안상원 옮김 / 미술문화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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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릴케와 로댕>의 1부는 릴케가 로댕의 전기 집필을 의뢰받아 쓴 <로댕론>이고, 2부는 릴케가 한 로댕에 관한 강연을 로댕론에 더한 글이다. 릴케는 로댕의 비서로 일하고 교류하면서 로댕의 작품세계와 작업방식을 관찰, 연구했다고 한다. 로댕의 작품에서 얻은 것이 릴케의 시문학에 영향을 줬다는 사실이 재미있게 느껴졌다. <릴케와 로댕>을 요약하자면 릴케가 로댕에게, 그리고 삶과 예술에게 보내는 러브레터다!


로댕에 대해 아는 건 생각하는 사람뿐이던 나라서 책이 어렵지는 않을까했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일단 이미지 자료가 풍부해서 로댕의 다양한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그걸 시인인 릴케의 섬세하고 수려한 묘사과 함께 읽으니 책 읽는 즐거움이 배가 된다. 릴케의 문장이 정말정말 좋았는데 내 표현력이 아쉽다. 릴케의 감성이나 예술관이 나랑 잘 맞아서 책에 인덱스도 많이 붙였다. 이 책을 읽으면서 로댕의 작품을 눈으로 보고 싶었던 만큼, 릴케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릴케는 로댕 작품을 관찰하며 삶을 찾아낸다. 나의 최근 관심사가 삶과 죽음이라 그런지 문장 하나하나가 눈에 밟힌다. 특히 <칼레의 시민>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  

다만 역자 해설과 로댕 연보를 먼저 읽었으면 이해가 더 쉬웠을 것 같다. 시인 릴케가 조각가 로댕에게 받은 영향을 대략적으로 알 수 있어서 다른 사람들은 역자 해설을 먼저 읽어보길 추천!



📌우는 발이 있다는 것을, 완전한 한 인간을 넘어서 울음은 어디에나 있다는 것을, 모든 땀구멍에서 솟아나는 엄청난 눈물이 있다는 것을.
-34쪽

📌고요란 없었으니, 심지어 죽음 속에도 고요는 없었다. 멸망도 일종의 운동이기에, 죽은 자도 결국 멸망과 더불어 삶에 종속되는 셈이었다.
-45쪽

📌동경과 아픔 속에, 광기와 불안 속에, 상실과 획득 속에 삶이 있었다. 여기에는 측량될 수 없는 요구가 있었으니, 그것은 세상에 있는 모든 물이 한 방울로 메말라버리고 말 정도로 엄청난 갈증이었다. 여기에 거짓말이나 거부는 없으며, 주는 표정과 받는 표정이 순수하고 위대하였다. 여기에 악덕과 모독, 저주와 축복이 있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이 모든 것을 파묻어 감추고는 마치 그런 일이 없는 것처럼 돌아가는 세계는 궁색한 것임에 틀림없다는 사실을 불현듯 깨닫게 된다.
-68쪽

📌육체 위에는 언제나 변화와 물결이, 썰물과 밀물이 있는 반면에, 얼굴 속에는 대기가 머무르고 있다. 마치 많은 일들이, 기쁜 일과 불안한 일이, 어려운 일과 기대로 가득 찬 일이 일어났던 방 안과 같다. 그리고 어떤 일도 결코 지나가버리지 않았고 다른 것으로 대치되지도 않았다. 말하자면 하나의 일은 다른 것과 나란히 놓인 채 계속 존재하며, 유리병 속에 들어 있는 꽃처럼 메말라버린 것이다.
-88쪽

📌그러나 그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결단을 내렸고 이 마지막 시간을 자기 방식으로 살았으며, 자신의 영혼과 함께 이 시간을 축하했고, 또 아직 삶에 매달려 있는 자신의 육체로 이 시간을 괴로워했다.
-114쪽

📌그는 손을 허공 속에 펼치고, 새에게 자유를 주는 것처럼 무언가를 풀어놓아주고 있다. 그것은 이별이다. 불확실한 모든 것과의 이별, 어딘가에 살고 있고 어쩌면 언젠가 만나게 될 수도 있었을 사람들과의 이별, 내일과 모레의 모든 가능성들과의 이별, 그리고 그것은 또한, 멀리만 있을 것이라고, 길고 긴 시간의 끝에서 온화하게 조용히 만나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던 저 죽음과의 이별이다.
-118쪽

📌그는 큰 것과 작은 것에서, 거의 보이지 않는 미세함과 측량할 수 없는 거대함 속에서 삶을 인식합니다. 일어나거나 잠자리에 들 때 삶이 거기 있고, 밤을 지새는 가운데도 삶은 있습니다. 옛날풍의 단촐한 식사시간도 삶으로 가득하고, 빵도, 포도주도 삶으로 충만합니다. 즐거워하는 개들 속에, 백조들 속에, 빛나는 비둘기떼 안에도 삶이 있습니다. 작은 꽃송이마다 삶이 온전히 들어 있고, 열매마다 백 배의 삶이 있습니다. 채소밭에서 가져온 배춧잎 하나도 삶을 자랑하며 얼마나 정당한지 모릅니다. 참으로 기꺼이 삶은 물 속에서 빛나며 꽃 속에서 행복해 합니다.
-188쪽

📌한 곳만을 그리려고 몰두하면 자기가 아직 잘 알지 못하는 수천 가지 다른 사물들에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을 놓지고 만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1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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