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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더기에서 내려오다가 당장이라도 심장이 터져 버릴 것만 같은 고통 때문에 실신한 적도 있었는데,  

제창 병원의 캐나다인 의사는 내 몸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다고 말했다.  

그럼 이 고통은 어디에서 오는 것입니까?   

내 물음에 캐나다인 의사는 오른손 검지로 가슴을 가리키며 외국인 특유의 음성으로  

그 고통은 마음에서 오는 것입니다, 라고 말했다. 
 

- 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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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포트를 샀다. 최근에 뭔가 산 것 중 가장 보람차다.  

정말이지 물이 삽시간에 끓는다.  

그 끓는 속도에 길들여지면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다.  

신경숙 씨의 <물속의 사원>을 읽고 커피 한 잔을 마셨고 식빵도 먹었다.  

<물속의 사원>은 마치 처음 읽는 것처럼 전혀 새로웠다. 읽기 쉬운 글은 아니었다. 물과 파충류란 내게 공포의 대상이어서.  

이제 좀 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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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차 안에서 음악을 들으면
누군가 내 삶을 대신 살고 있다는 느낌
지금 아름다운 음악이 아프도록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있어야 할 곳에서 내가 너무 멀리 왔다는 느낌
굳이 내가 살지 않아도 될 삶
누구의 것도 아닌 입술 거기 내 마른 입술을 가만히 포개어본다


- 음악, 이성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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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혼자서,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낯선 도시에 도착하는 것을 수 없이 꿈꾸어 보았다. 그러면 나는 겸허하게, 아니 남루하게 살 수 있는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그렇게 되면 <비밀>을 간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자신에 대해 말을 한다거나 내가 이러이러한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 보인다거나, 나의 이름으로 행동한다는 것은 바로 내가 지닌 것 중에서 그 무엇인가 가장 귀중한 것을 겉으로 드러내는 일이라는 생각을 나는 늘 해왔다. 무슨 귀중한 것이 있기에? 아마 이런 생각은 다만 마음이 약하다는 증거에 지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_ 장 그르니에, 「섬」中, 민음사, 77-7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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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국적인 견지에 보면 삶은 비극적인 것이다. 바싹 가까이에서 보면 삶은 터무니없을 만큼 치사스럽다. 삶을 살아가노라면 자연히 바로 그 삶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고 그런 것 따위는 느끼지 않고 지냈으면 싶었던 감정들 속으로 빠져들게 마련이다

*

우리가 어떤 존재를 사랑하게 될 때면 그에 대해서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지게 마련이어서, 그런 것은 사실 우리들 자신밖에는 별 흥밋거리가 되지 못하다는 사실을 적절한 순간에 늘 상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 오직 보편적인 생각들만이 사람들에게 호소력을 가진다. 왜냐하면 그런 생각들이라야 이른 바 그들의 <지성>에 호소할 수 있기 때문이다.


*

“그 사람은 늘 가장을 하고 연기하는가요?”

어떤 사람은 찰리 채플린에 관하여 이런 질문을 했다. 그러나 가장을 하고 연기하는 쪽은 채플린이나 돈키호테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다.

 

_ 장 그르니에, <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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