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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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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밀 할아버지, 왜 대답을 안 해주세요?"
"넌 아직 어려. 어릴 때는 차라리 모르고 지내는 게 더 나은 일들이 많이 있는 법이란다."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
"그렇단다."
할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고갤를 숙였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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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약에 대해서도 침을 뱉어주고 싶을 정도로 경멸한다.
마약 주사를 맞은 녀석들은 모두 행복에 익숙해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끝장이다.
행복이란 것은 그것이 부족할 때 더 간절해지는 법이니까.
하긴 오죽이나 간절했으면 주사를 맞았을까마는
그 따위 생각을 가진 녀석은 정말 바보 천치다.
...
아무튼 나는 그런 식으로 행복해지기보다는 그냥 이대로 사는 게 더 좋다.
행복이란 놈은 요물이며 고약한 것이기 때문에
그 놈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어차피 녀석은 내 편이 아니니까 난 신경도 안 쓴다.
나는 아직 정치를 잘 모르지만 그것은 언제나 누군가에게
득이 되는 것이라고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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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밀 할아버지는 인정이란, 인생이라는 커다란 책 속의
쉼표에 불과하다고 말하는데,
나는 노인네가 하는 그런 바보 같은 소리에 뭐라 덧붙일 말이 없다.
로자 아줌마가 유태인의 눈을 한 채 나를 바라볼 때면
인정은 쉼표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쉼표가 아니라,
차라리 인생 전체를 담은 커다란 책 같았고,
나는 그 책을 보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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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살아가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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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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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흉측하다는 걸 나도 알아."
"아줌마는 다른 사람과 다를 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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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해야 한다.
- 에밀 아자르(로맹가리), <자기 앞의 생> 중, 열린책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