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밀 할아버지, 사람은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나요?"


.........


"하밀 할아버지, 왜 대답을 안 해주세요?"

"넌 아직 어려. 어릴 때는 차라리 모르고 지내는 게 더 나은 일들이 많이 있는 법이란다."

"할아버지, 사람이 사랑 없이 살 수 있어요?"

"그렇단다."


할아버지는 부끄러운 듯 고갤를 숙였다.

갑자기 울음이 터져나왔다.



*

나는 마약에 대해서도 침을 뱉어주고 싶을 정도로 경멸한다.

마약 주사를 맞은 녀석들은 모두 행복에 익숙해지게 되는데,

그렇게 되면 끝장이다.

행복이란 것은 그것이 부족할 때 더 간절해지는 법이니까.

하긴 오죽이나 간절했으면 주사를 맞았을까마는

그 따위 생각을 가진 녀석은 정말 바보 천치다.


...


아무튼 나는 그런 식으로 행복해지기보다는 그냥 이대로 사는 게 더 좋다.

행복이란 놈은 요물이며 고약한 것이기 때문에

그 놈에게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어야 한다.

어차피 녀석은 내 편이 아니니까 난 신경도 안 쓴다.

나는 아직 정치를 잘 모르지만 그것은 언제나 누군가에게

득이 되는 것이라고 들었다.


*

하밀 할아버지는 인정이란, 인생이라는 커다란 책 속의

쉼표에 불과하다고 말하는데,

나는 노인네가 하는 그런 바보 같은 소리에 뭐라 덧붙일 말이 없다.

로자 아줌마가 유태인의 눈을 한 채 나를 바라볼 때면

인정은 쉼표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쉼표가 아니라,

차라리 인생 전체를 담은 커다란 책 같았고,

나는 그 책을 보고 싶지 않았다.



*

생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별로 신경쓰지 않고 살아가게 한다.


*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

"내가 흉측하다는 걸 나도 알아."

"아줌마는 다른 사람과 다를 뿐이에요."

 

*

사랑해야 한다.

 

- 에밀 아자르(로맹가리), <자기 앞의 생> 중, 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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