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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건 전화 받았냐고?”
더스티는 전화기를 다시 귓가에 가져다 댔다.
“응. 받았어.”
더스티가 웅얼웅얼 대답했다.
“그런데 집 전화는 왜 안 받았니? 집 전화로 먼저 걸었는데. 전화벨 소리 들었니?”
“침대에 누워 있었어.”
“아, 그랬구나. 미안. 지금도 침대에 있니?”
“응.”
“그래도 다행히 휴대전화를 켜놓았구나.”
“응.”
“어쨌든 너무 늦게 전화해서 미안하다.”
“괜찮아.”
“이런 날 저녁에 혼자 집에 있게 한 것도 미안하고.”
“괜찮아.”
“그래도 아주 신나게 보냈을 것 같은데, 안 그래? 평소처럼 잔소리로 신경 건드리는 아빠도 없겠다, 혼자서 마음껏 시간을 보냈을 테니 말이야.”
더스티는 이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았다. 아빠를 안심시켜야 했다. 평소대로라면 오늘 밤 어땠는지 물어볼 차례가 됐다. 조쉬 오빠와 엄마가 떠난 후 더스티는 아빠에게 언제나 모든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 밤은 아니었다. 그런 만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으면 아빠를 오해하게 만들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더스티는 오늘 밤 자기 목소리가 어떻게 나올지 안심할 수가 없었다.
“더스티?”
때맞춰 아빠가 말했다.
“너 오늘 너무 조용하다.”
“내가?”
“오늘 밤 아빠가 외출했다고 화난 거 아니지, 그렇지?”
“아니.”
“정말이야? 에이, 좀 화난 것 같은데.”
“화 안 났다니까.”
“아무튼 이건 네 발상이었다. 기억하지? 나를 외출하게 만든 거 말이야.”
“괜찮아. 정말 아무렇지 않아.”
“그런데 목소리는 별로 안 괜찮은 것 같은데.”
“화 안 났다니까 그러네.”
“목소리가 약간 가라앉아서 그런가?”
“정말 괜찮아요.”
“아빠는 정말이지 모든 일이 다시 잘되길 바란다.”
“그렇게 될 거야.”
더스티는 아빠가 어서 전화를 끊기만을 바랐다.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아빠에게 자신의 절망감을 들킬 가능성이 더 커질 테니까.
“나 좀 피곤해, 아빠.”
“그래, 미안. 어서 자라. 잘하면 아주 늦지 않게 들어갈 거야.”
“신경 쓰지 말고 천천히 와.”
더스티는 심호흡을 했다.
“난… 괜찮으니까.”
“이따 보자, 우리 딸.”
“그래.”
더스티는 아빠가 다시 말을 하기 전에 얼른 전화를 끊고 간신히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몸은 덜덜 떨고 있었지만 머리는 아까보다 맑았다. 더스티는 오솔길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노울을 지나 벡데일 도로로 향한 다음 그쪽 길로 해서 집으로 갈 수도 있고, 아니면 왔던 길을 따라 되돌아갈 수도 있었다. 지금 당장은 스톤웰 공원 쪽으로는 쳐다보고 싶지도 않았다. 하지만 스톤웰 공원 방향이 훨씬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는 건 생각해볼 여지도 없는 데다, 벡데일 도로로 갔다간 자칫 아빠가 더스티보다 일찍 집에 도착할 지도 모르고 어쩌면 길에서 더스티를 지나칠지도 몰랐다.
더스티는 승마길을 향해 돌아갔다. 아까보다 정신이 더 또렷해졌다. 더스티는 다시 아빠를 떠올리면서 조금 전 결심대로 아빠에게는 아무 말 하지 않기로 했다.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은 남자의 협박 때문만은 아니었다. 순전히 아빠를 위해서였다. 아빠는 도저히 이 일을 처리할 수 없을 것이다. 아빠는 이미 조쉬 오빠의 일로 몹시 상처를 받았고, 그 와중에 오스카 식당의 수석 요리사 자리마저 잘려 상심이 더 큰 데다 엄마마저 집을 나가는 바람에 이제는 거의 기진맥진해졌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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