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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였다. 아빠가 아빠 휴대전화로 더스티에게 전화를 걸었던 것이다. 아빠는 메시지를 남기지는 않았지만 전화기에 대고 날카롭게 질러대던 더스티의 비명소리를 듣고 이만저만 걱정하는 게 아닐 터였다. 더스티는 잠시 마음을 가라앉힌 다음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빠가 얼른 전화를 받았다.
“더스티니?”
아빠의 목소리가 잔뜩 긴장되어 있었다. 더스티는 대답을 하려 했지만 막상 아무 말도 할 수 없다는 걸 알았다. 목소리만으로도 지금 자신이 처한 상황이 고스란히 드러나리라는 걸 깨달았던 것이다.
“더스티?”
아빠가 다시 더스티의 이름을 불렀다.
“너 괜찮니?”
“아빠?”
더스티가 간신히 입을 열었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아직은 무슨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아빠를 부르는 것 외에는.
“그래, 더스티.”
아빠가 한결 안심이 되는 목소리로 말했다.
“더스티, 괜찮아?”
“응.”
“아직 집에 도착하지 못해 미안하다. 헬렌 아줌마는 차에 태워 집에 데려다주었는데, 아빠는 아직 맥주집 밖에서 꼼짝을 못하고 있단다. 이놈의 고물차가 움직일 생각을 해야 말이지. 수리업체 사람들이 오는 길이니까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야. 아마 엔진이 멈췄거나 뭐 그런 것 같아.”
더스티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조금 전에 너한테 전화했는데.”
아빠가 계속해서 말했다.
“알아.”
“그런데 수신 상태가 영 엉망이었거나 무슨 문제가 있었나보더라. 전화가 울리긴 했니?”
“응.”
“그렇구나. 아무 소리도 안 들렸거든. 그래서 전화를 받았니?”
더스티는 휴대전화를 움켜쥔 손을 옆으로 툭 떨어뜨렸다. 아빠는 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던 것이다. 더스티가 전화기에 대고 그렇게 비명을 질렀건만 모두 괜한 일이 되어버렸다. 그러니 당연히 경찰도 올 리가 없었다. 조금 전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던 것이다.
더스티는 한숨을 내쉬었다. 남자가 협박한 걸 생각하면 어쩌면 차라리 잘 된 일이었는지도 몰랐다. 더스티는 이제 뭘 해야 할지, 그리고 혹시라도 할 말이 있다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생각을 좀 할 필요가 있었다. 한 가지만큼은 아주 분명했다. 이 일에 대해 아빠에게 말하지 않겠다는 것, 어쨌든 지금은 말할 때가 아니라는 것 말이다. 아빠에게 말해봤자 아빠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일도 아니었다. 아빠는 이제 막 새로운 여자를 만나 흥분된 상태이고, 조쉬 오빠와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계속되는 실직 상태를 감당하기에도 여전히 벅찰 테니 말이다.
더스티는 눈물을 닦고 눈꺼풀 위에 내려앉은 눈을 털어냈다. 다른 손에 쥐고 있던 휴대전화가 바닥에 떨어져 점점 축축해졌다. 전화기에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밤중의 정적 속에서 들려오는 부드럽고 가느다란 음성이었다.
“더스티?”
아빠가 계속 더스티의 이름을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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