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더스티는 계속해서 흐느껴 울었다. 도저히 마음을 진정시킬 수가 없었다. 온몸이 덜덜 떨렸고, 시간이 지날수록 추위가 점점 심해졌다. 어떻게든 움직여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도저히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오히려 더 단단히 몸을 웅크리고 싶을 뿐 꼼짝도 하고 싶지 않았다. 더스티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앉았다. 이렇게 계속 여기에 있을 수는 없었다. 몸을 추스르고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야 했다. 지금은 어쨌든 마음을 진정시키는 일이 급선무였다.
더스티는 휴대전화가 내동댕이쳐진 곳으로 간신히 기어가 전화기를 집어 들었다. 다행히 망가진 것 같지는 않았다. 여전히 온몸이 부들부들 떨렸고 여전히 쉬지 않고 눈물이 흘렀다. 더스티는 눈물을 삼키고는 발을 질질 끌며 간신히 벽을 향해 다가가 기대어 섰다.
“울지 마.”
더스티가 중얼거렸다.
“울지 말란 말이야… 빌어먹을….”
하지만 눈물은 그칠 줄 모르고 펑펑 쏟아져 눈앞의 시야를 가리고 생각마저 막아버렸다.
“침착하자.”
하지만 도무지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아까처럼 다시 몸을 웅크린 채 주저앉고 싶었다. 아니, 아무도 찾을 수 없는 곳으로 사라지고 싶었고, 죽고 싶었다.
“그 사람들한테 질 수는 없어.”
더스티는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 머릿속에서는 아까 전화를 걸었던 사람을 찾아야 한다고 외쳤지만, 머릿속에서의 외침일 뿐 마음은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 휴대전화 버튼을 마구 눌러보았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침착하자. 넌 지금 전화기 버튼을 누르고 있어… 버튼을 누르고 있어….”
더스티는 자신이 무얼 누르고 있는지도 알지 못했다. 동시에 여러 개의 버튼을 무작정 마구 누르고 있었다.
“젠장… 제발 좀… 침착해 줘.”
더스티는 버튼을 누르던 동작을 간신히 멈추고 거칠게 숨을 쉬면서 벽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눈이 펑펑 내려 오솔길 위로, 돌담 위로, 그리고 더스티 위로 한층 두텁게 내려앉고 있었다. 굵은 눈을 보고 있으니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졌고, 몸은 꽁꽁 얼어붙었지만 얼굴과 몸 위에 부딪는 차가운 눈송이들의 감촉이 잠시나마 머리를 맑게 해주는 것 같았다. 더스티는 몇 차례 천천히 숨을 내쉰 다음 다시 휴대전화를 바라보았다.
“취소 버튼을 누르자. 액정의 숫자를 다 지우는 거야.”
더스티는 취소 버튼을 누르고 누르고 또 누른 다음, 마침내 주요 기능으로 돌아가는 방법을 찾았다. 아까보다 더 천천히 몇 차례 심호흡을 했다. 여전히 온몸이 떨렸고, 하얀 눈도 더 이상은 마음을 편하게 해주지 못했다. 온몸이 눈에 젖었고 추위 때문에 이가 딱딱 부딪쳤다.
“누가 전화를 걸었는지 찾아야 해.”
더스티는 혼잣말을 했다.
목소리를 크게 내면 마음이 좀 진정될 것 같았다. 더스티는 휴대전화의 수신번호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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