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판단이 틀림없었어. 넌 역시 영리한 계집애야. 기지가 보통이 아닌걸.”
더스티는 개들을 주시한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별로 예쁜 얼굴이라고는 할 수 없군. 안 그래? 그래봤자 고작 못생긴 말괄량이 주제에.”
더스티는 남자를 노려보았다. 경멸에 찬 그의 눈동자가 번득이고 있었다. 더스티는 자신의 눈동자도 그와 똑같이 번득이길 바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좀 이상하단 말이지.”
남자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 녀석은 꼭 너 같은 아이들을 데리고 돌아다닌단 말이야. 그러니까 내 말은 네가 한 미모 한다고는 볼 수 없단 뜻이지. 안 그래? 이쯤 되면 녀석이 노리는 인간이 어떤 부류인지 우리 둘 다 잘 알고 있는 것 아닐까.”
마치 더스티가 입을 열길 기다리기라도 하듯 그가 잠시 숨을 돌렸다. 더스티는 말을 하고 싶었다. 그를 향해 큰소리로 고함을 질러주고 싶었다. 하지만 속으로만 고함을 질러댈 뿐 겉으로는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남자는 콧방귀를 뀌었다.
“아니지, 이번엔 좀 이해가 안 되는 걸. 아무리 봐도 넌 그 녀석 타입이 아니거든. 그러기에는 너무 말괄량이 같단 말이지.”
또 그 소리였다. 마치 주먹으로 한 대 치는 것처럼 말괄량이라는 단어가 더스티를 세게 내려쳤다.
“자, 내 말 잘 들어, 아가씨.”
남자는 실눈을 뜨며 말했다.
“반드시 명심해야 할 사항 몇 가지를 말해주지. 난 경찰이든 누구든 이 일에 관여하는 거 원하지 않아. 내 말 알아듣겠어? 경찰한테든 가족한테든 친구한테든, 하여튼 얘기만 해봐. 그 즉시 네가 아끼는 누군가가 다치는 수가 있으니까. 물론 너 역시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그 조그만 주둥아리 나불거리기 전에 심사숙고하라 이 말씀이야.”
남자가 더 가까이 몸을 구부렸다.
“이게 끝이 아니라니까.”
그가 속삭이듯 말했다.
그리고는 소형트럭을 향해 몸을 돌렸다.
더스티는 둥글게 몸을 움츠리고 흐느껴 울기 시작했다. 더스티의 몸 위로 여전히 눈이 내리고 있었다. 더스티는 소형트럭을 보지 않았다. 지금은 도저히 그것을 볼 자신이 없었다. 엔진이 활기차게 그르렁 대는 소리를 들었고, 번쩍번쩍 빛나는 헤드라이트 불빛이 자기 몸 위로 떨어지다가 소형트럭이 후진하면서 불빛도 소리도 모두 희미해지는 걸 느꼈다. 잠시 후 소형트럭이 골목의 너른 구역에서 방향을 트는 소리, 엔진이 마지막 굉음을 내는 소리가 들렸다. 소형트럭은 침묵과 눈을 남긴 채 캄캄한 밤 속을 달려갔고, 더스티는 여전히 몸을 웅크린 채 바닥에 앉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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