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더스티는 다시 한 번 생각을 정리해보려 애썼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낱낱이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리라. 어쩌면 그들이 자신의 말을 믿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심이 들었고, 설사 그들이 자기 말을 믿는다 해도 어쩐지 그들에게 소년에 대해 이야기하기가 썩 내키지 않았다. 그 소년이 무슨 짓을 했든, 그가 조쉬 오빠에 대해 무엇을 알고 있든 전혀 아는 바가 없든, 소년보다 이 사람들이 훨씬 못미더웠다. 
“난 그저 발자국을 쫓아갔을 뿐이에요.”
더스티가 말했다.
“눈 위의 발자국을 보고 따라간 것뿐이란 말이에요.”
“날 바보로 아나본데.”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전….”
“날 바보로 알고 있는 게 틀림없어.”
남자의 목소리는 냉혹했고 악의로 가득 찼다.
“아직 어린 소녀인 네가 한밤중에, 그것도 온통 눈으로 뒤덮여 있는 이 공원 을 혼자서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거지. 세상에, 그것처럼 멍청한 짓이 또 있을까. 넌 네 두 눈으로 똑똑히 발자국을 보았어. 그 발자국이 누구 발자국인지도 모르면서 단지 호기심으로 발자국을 따라갔다는 말인데. 내가 그 따위 말을 믿을 것 같아?”
더스티는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래?”
그가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네, 저는….”
“그리고는 나한테 거짓말한 것도 모자라 이제는 무례하게 굴고 있어.”
남자가 좀 더 가까이 걸음을 옮겼다. 개들도 거의 더스티의 손이 닿을 만큼 가까운 거리에서 더스티를 노려보더니 더스티를 향해 풀쩍 뛰어 올랐다. 더스티가 벽에 납작 달라붙는 동안, 남자는 개들을 뒤로 잡아당기고 손목에 가죽 끈을 묶어 끈을 짧게 했다. 덕분에 개들과 더스티와의 간격이 제법 벌어졌지만 그래봤자 고작 몇 인치에 불과했다. 소년들도 더스티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그렇게 고집 부려봐야 소용없어.”
남자가 말했다. 남자는 오싹할 정도로 목소리를 낮게 깔았다.
“보아하니 제법 영리한 아이 같은데. 아무 이유 없이 혼자서 어슬렁거리며 공원을 돌아다닐 리가 없어. 눈 위에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의 발자국이 찍힌 걸 보고 쫓아갔을 리도 없고 말이야. 왜냐고?”
더스티는 여전히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건 위험하기 때문이지.”
남자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밤늦은 시간에는 험악한 인간들이 돌아다니거든. 그런 위험한 인간들 눈에 띄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을 텐데. 지금은 마음이 바뀌셨나?”
“내 일에 상관 마세요.”
“네가 사실대로 말하면 상관 안 하지.”
“사실대로 다 말씀드렸잖아요.”
“그러니까 도대체 왜 발자국을 따라갔냐니까?”
“그냥요.”
더스티는 경멸하는 눈초리로 남자의 얼굴을 쏘아보았다.
“난 네가 그래도 머리가 좀 돌아가는 아이일 줄 알았는데. 아무래도 나한테 설득 좀 당해봐야겠는걸.”
남자는 소년들을 슬쩍 쳐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소년들이 더스티를 향해 다가왔다.
더스티는 그래봤자 시간 낭비만 할 뿐이라는 걸 알면서도 날카롭게 비명을 질렀다. 눈 덮인 골목길에서 자신의 비명 소리를 들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였다. 그래도 더스티는 연거푸 비명을 질렀고, 그러자 금발 소년이 한 손으로 재빨리 더스티의 입을 틀어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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