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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여전히 더스티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발이 더 굵어지고 있었다. 더스티가 뒤를 돌아 남자를 응시했다. 남자는 소년들을 향해 두 눈을 깜박거렸다. 그들을 재빨리 흘끔 쳐다본 더스티는 그들 세 사람 사이에 무언의 메시지가 오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메시지의 내용이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자신에게 달가운 내용은 아닐 것 같았다. 남자가 입을 열었다.
“녀석은 어디에 있지?”
남자의 목소리는 굵고 거칠었으며, 억양이 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과 달랐다. 그가 어느 지역 사람인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더스티는 최대한 대담하게 대답했다.
“도대체 누가 어디에 있냐는 거예요?”
“나하고 장난칠 생각 마.”
“아저씨가 누굴 말하는 건지 전 모르겠는데요.”
남자와 그의 두 아들 사이에 또 한 차례 눈빛이 오갔다. 더스티는 소년들이 서서히 앞으로 다가오는 걸 느끼면서, 불안한 표정으로 남자를 흘긋 쳐다보았다. 남자가 거의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가볍게 머리를 가로젓자 소년들이 자리에서 멈추었다.
눈은 그칠 줄 모르고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남자가 가까이 다가왔다. 더스티는 개들을 바라보았다. 개들은 어떻게든 더스티를 향해 다가가려고 가죽 끈을 홱홱 잡아당기고 있었다. 남자는 투박하고 단단한 손으로 개의 목줄을 꽉 쥐었고, 더스티는 제발 그가 이 목줄을 놓지 않길 바랐다. 남자는 더스티의 손이 간신히 닿지 않을 정도의 거리에 개들을 멈춰 세우고는 다시 한 번 말을 건넸다.
“넌 스톤웰 공원으로 향하는 골목으로 그 녀석하고 같이 걸어갔잖아. 그리고는 정문 앞에서 멈추었어. 그리고 녀석과 같이 담장 틈사이로 들어갔지. 우리는 눈 위에 찍힌 발자국 두 개, 그러니까 너와 그 녀석 발자국을 똑똑히 봤어. 암만 봐도 아이들 발자국이더군. 다시 말해 넌 그 녀석과 함께 언덕 아래로 내려가 나무들 사이를 빠져나간 다음 분수를 지나 놀이터까지 온 거야. 심지어 녀석과 함께 그네 쪽에도 갔더군. 그런 다음 너희 둘은 반대편 입구로 향했어.”
더스티는 온몸이 덜덜 떨렸다. 이제야 자신이 이 일에 얼마나 깊이 관여되었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남자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자, 그 다음에는 어떻게 했지? 넌 입구의 문을 타고 넘으려 했어. 그렇다면 그 녀석은 어디로 간 거지?”
더스티는 생각을 정리하려 애썼다. 그들은 소년의 발자국이 눈에 덮여 점점 사라져간 걸 알아채지 못한 게 틀림없었다. 그들은 더스티가 출입문을 타고 넘어가는 모습만 보고 더스티를 잡으러 황급히 쫓아온 것이다.
“너희 둘이 정문까지 같이 왔잖아.”
남자가 말했다.
“우리는 네가 철문을 타고 올라가는 걸 봤어. 자, 녀석은 어디로 갔지?”
“녀석이라니, 누굴 말씀하시는 건지 전 정말 몰라요.”
“우리가 그 말을 믿을 것 같아?”
남자는 개들을 흘긋 내려다본 다음 다시 더스티를 쳐다보았다.
“우리를 속이려면 좀 더 그럴듯한 대답을 생각해내야 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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