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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개들이 으르렁거리며 앞으로 질주하는 소리가 들렸다. 더스티는 땅에서 풀쩍 뛰어 올라 벽을 기어오르기 위해 온몸을 비틀어가며 필사적으로 애썼다. 하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검은 형체들이 눈에 들어왔고, 아무래도 재빨리 벽을 넘기는 틀린 것 같았다. 이가 덜덜 떨릴 만큼 무서운 걸 꾹 참고 마음을 다잡으려 했다. 그때 누군가 자신의 두 다리를 붙잡고 자신을 벽에서 끌어내리려 했다.
두 소년 가운데 한 명이었다. 그는 더스티를 붙잡은 다음 그의 등에 더스티를 업어 개들 옆에 내려놓았다. 다른 소년 역시 앞으로 달려 나와 어른 남자에게 큰소리로 외쳤다.
“아빠! 그 사람들을 다시 부르세요! 그들을 다시 부르세요!”
남자는 휘파람을 불었다.
개들의 움직임이 서서히 멈추어 더스티는 다행이라고 여겼지만, 녀석들이 못마땅해 하는 표정이 역력한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대략 1미터 50센티미터쯤 되는 투견들은 여전히 으르렁대며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앉아!”
더스티를 붙잡고 있는 소년이 소리쳤다.
개들은 자리에 앉으려고 하지 않았다.
“이 녀석들 좀 앉으라고 해주세요, 아빠!”
“앉아!”
남자가 큰소리로 고함쳤다.
그러자 두 마리의 개들이 그 자리에 얌전히 앉았다.
“난 갈 거야.”
더스티가 소년에게 말했다.
소년이 더스티를 툭 하고 내려놓았다. 그 바람에 더스티는 한 차례 눈 위에 굴러 넘어진 다음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자 두 마리의 개들이 동시에 벌떡 일어나 더스티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앉으라니까!”
남자가 고함쳤다.
“제 자리에 있지 못해!”
개들은 즉시 주인의 말에 순종했지만 아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마지못한 태도였다. 더스티는 서서히 오솔길 방향으로 달아나려고 슬금슬금 움직이기 시작했다.
“너도 거기 그대로 있어!”
남자가 더스티를 지켜보며 소리쳤다.
더스티는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달아나려 해봐야 소용없었다. 자칫하다간 남자가 당장에라도 개들에게 명령해 자신을 덮치게 할지도 몰랐다. 어쨌든 분명한 사실은, 이 남자 외에는 아무도 개들을 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더스티는 자신을 둘러 싼 세 남자에게 시선을 고정시킨 채 벽에 기대어 몸을 움츠렸다.
남자는 키가 땅딸막하고 건장해 보였으며 우락부락하게 생긴 얼굴에 까만 콧수염을 길렀다. 얼굴에는 성난 표정이 아예 굳어져버려 더스티가 짐작하기에, 아마 단 한 순간도 그 표정이 떠난 적이 없었을 것 같았다. 소년들은 조금 전 더스티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이가 많아 보였다. 스무 살이나 스물한 살쯤으로 짐작되었다. 둘 다 운동선수처럼 체격이 건장했는데, 한 명은 까만 머리칼에 아버지를 쏙 빼닮았고, 조금 전에 더스티를 벽에서 끌어내린 다른 한 명은 앞의 소년보다 좀 더 키가 크고 호리호리한 체구에 외모도 호감이 갔지만 그만큼 위험한 인물임에 틀림없었다.
남자가 개들에게 다가와 그 사이에 섰다. 그리고는 더스티를 주시하면서 손을 아래로 뻗어 개들을 묶은 줄을 다시 단단히 동여맸다. 개들은 초조해하며 털을 곤두세웠지만 반항하지는 않았다. 개들의 시선 역시 더스티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더스티는 일이 어떻게 될지 예측하려 했고, 침착하려 애썼다. 이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어쩌면 자신이 두려워할 대상이 아닌지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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