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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로 숨을 헐떡이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캄캄한 한밤중에 그 소리는 더욱 거칠게 들렸지만, 더스티는 그것이 소년들의 숨소리이며 그들이 멀리 있지 않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어깨너머로 뒤를 바라보았다. 아직 아무런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더스티는 길을 따라 달렸고, 그렇게 달리는 동안 마음은 알 수 없는 공포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이 길로 오다니 엄청난 실수였다. 이 오솔길은 승마길 만큼이나 외진 곳이었다. 결국은 벡데일 도로와 만나긴 하겠지만 2킬로미터 가까이 달려도 노울에서는 집 한 채 발견하지 못할 테고 어디 한 군데 마음 놓고 숨어 있을 곳도 없을 터였다. 더군다나 오솔길 양쪽의 돌담과 그 위의 풀밭, 그리고 눈 위에 남긴 발자국으로 소년들은 더스티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정확하게 파악할 게 뻔했다.
더스티는 다시 한 번 어깨너머로 뒤를 흘긋 바라보았는데, 이번에는 두 개의 형체가 자신을 좇아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고 그러자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들은 5미터도 채 되지 않는 간격으로 쫓아오고 있었다. 더스티는 그들을 따돌리기 위해 전속력을 다해 필사적으로 내달렸다. 가볍고 맑은 눈송이들이 다시 내리기 시작했다. 서둘러 길을 재촉하는 동안 눈송이가 더스티의 눈앞을 흐리게 만들었다. 귀에는 여전히 소년들의 가쁜 숨소리가 들렸지만, 지금은 더스티의 호흡이 더 가빠지고 있었다. 지치고 겁이 났지만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로 소년들이 계속 자신을 따라잡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여유를 부릴 틈이 없었다.
더스티는 그들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필사적으로 걸음을 재촉했다. 지금 이렇게 내리는 눈이 얼마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눈발 사이로 시선을 던져보지만, 보이는 것이라고는 어둠 속으로 쭉 뻗은 인적 없는 오솔길뿐이었다. 하지만 어쨌든 더스티는 소년들보다 앞서 있었고, 잠시 동안 그들 사이는 일정한 간격을 유지했다. 마침내 기력이 떨어지기 시작할 무렵, 저 앞에 헤드라이트가 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더스티는 헤드라이트를 향해 달리면서 두 팔을 흔들며 큰소리로 외쳤다.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그리고는 재빨리 어깨너머로 뒤를 바라보았다. 소년들이 바짝 뒤쫓아 와 그들과의 간격이 2미터도 채 벌어지지 않았다. 다행히도 그들은 천천히 속도를 늦추더니 마침내 그 자리에 우뚝 멈추어 섰다. 그들도 분명히 자동차를 보았고 그래서 일단 걸음을 늦추었던 것이다. 헤드라이트 불빛은 점점 밝아졌다. 이제야 비로소 차량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승용차가 아니었다. 끔찍할 만큼 귀에 익은 엔진 소리를 낸 그 차량은 흰색 소형트럭이었다.
더스티는 공포가 엄습해오는 걸 느끼며 그 자리에 멈추어 섰다.
소형트럭이 더스티와 약간의 거리를 두고 멈추었다. 헤드라이트가 꺼졌다. 엔진 소리도 멈추었다.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은 남자가 소형트럭에서 내려 뒤쪽으로 걸어가더니, 잠시 후 끈에 묶인 두 마리의 투견을 데리고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더스티는 공포에 질린 채 남자의 모습을 빤히 바라보았다. 남자는 개들을 데리고 더스티를 향해 다가오기 시작했다. 더스티는 재빨리 사방을 둘러보았고, 소년들은 그녀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오고 있었다. 더스티는 휴대전화를 찾으려고 주머니를 뒤지다가 이내 주머니에서 손을 뺐다. 전화할 시간조차 없었다. 이제 그들은 더스티 쪽으로 바짝 다가왔다. 더스티는 얼른 도망쳐야 했고, 남은 방법은 한 가지뿐이었다. 더스티는 벽을 향해 달려가 벽 위를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렇게 한창 벽을 타고 있을 때, 남자가 명령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서 가!”
그러자 개들이 더스티를 향해 쏜살같이 내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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