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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티는 정문을 향해 뛰어간 다음, 뒤편 숲을 바라보면서 정문을 타고 올라가기 시작했다. 아직 사람들도, 그들이 데리고 다니는 개들도, 다가오는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정문 위까지 올라가자 비로소 한시름 놓였다. 공원 안쪽에서 개들이 불협화음을 내며 시끄럽게 짖어대는 소리가 들렸다. 더스티는 여전히 정문 맨 위에 매달린 채 숲을 응시했다.
드디어 세 사람의 형체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밤치고는 환한 편이라 해도 사람의 형체를 알아보기가 쉽지 않았지만, 그들의 윤곽만큼은 제법 눈에 들어왔다. 한 사람은 포니테일로 머리를 묶은 땅딸막한 남자였고, 나머지 두 사람은 열여덟, 열아홉 살쯤 되어 보이는 건장한 소년들이었다. 남자는 당장이라도 싸울 태세가 되어 있는 투견 두 마리를 줄에 묶어 앞세우고 걸어왔다. 남자와 소년들은 그네가 있는 방향을 샅샅이 훑어보았고 아직 더스티를 알아보지는 못한 것 같았다. 하지만 바로 그때, 개들이 더스티를 향해 다가가려 애쓰면서 줄을 잡아당겼다.
더스티는 아무에게도 자신의 움직임이 들키지 않길 바라면서 정문 반대편으로 살짝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와 동시에 남자가 큰소리로 외쳤다.
“저기다!”
남자가 곧바로 더스티를 가리켰다.
그리고 다음 순간, 개들이 더스티를 향해 전속력으로 달리고 있었다. 더스티가 정문에서 채 1미터도 달아나지 못하고 있을 때, 개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벌써 입구로 다가와 철문 틈새에 코를 박고 더스티를 향해 다가가기 위해 발버둥을 치며 달려들었다. 개들 뒤로 어른 남자 한 명과 소년 두 명이 눈길을 가로지르며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모습이 더스티의 눈에 들어왔다.
더스티는 황무지 가장자리에 빙 둘러 있는 승마길을 따라 황급히 달렸다. 길모퉁이를 돌자 정문은 이내 시야에서 사라졌고, 더스티는 이제 어느 쪽으로 달려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 머리를 굴리면서 계속 달려 내려갔다. 개들은 출입문이나 담장 틈새로 빠져나갈 수 없을 테고 어른 남자도 개들과 함께 그 자리를 지킬 수밖에 없을 테지만, 소년들은 쉽게 문을 타 넘어 자신을 쫓아올 수 있을 것이다.
어디로 가야 좋을지 여전히 확신이 서지 않았다. 황무지로 가는 건 올바른 선택이 아니었다. 그쪽은 워낙 황폐한 곳이라 설사 무사히 도망칠 수 있다 하더라도 기껏해야 레이븐 산과 머크웰 호수의 황량한 북쪽 가장자리를 향할 뿐이었다. 그쪽으로 가다간 집에서 한참 멀어질 뿐더러 사방이 꽁꽁 얼어붙어 인적이 드문 지역으로 향하게 될 터였다.
그나마 승마길을 택하는 편이 좀 더 나았다. 그 근처에는 사일러스 할아버지 외에는 아무도 살지 않았으며, 사일러스 할아버지라면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았다. 사일러스 할아버지의 낡은 오두막은 1킬로미터가 조금 못 미치는 곳에 있는데, 혹시라도 할아버지가 누군가를 도와줄 요량이라면 차라리 남극에서 사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할아버지는 난로 주위에 몸을 움츠린 채 앉아 있곤 했는데, 설사 아직까지 잠이 들지 않았다 하더라도 더스티가 도움을 청하면 보나마나 잠든 척할 게 뻔했다.
아무래도 노울까지 이어지는 오솔길을 따라 내려가는 편이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곳은 고작해야 말 세 필이 전부인 작은 마을에 불과했지만, 더스티가 도착할 무렵이면 틀림없이 누군가는 깨어 있을 게 분명했다. 더스티는 승마길을 따라 달려 내려갔다. 차가운 공기 속을 달리려니 숨쉬기가 힘들었다. 저 앞으로 오솔길 초입이 보이기 시작했다. 더스티는 누가 쫓아오지 않나 보려고 어깨너머로 뒤를 흘긋 바라보았다.
아직 아무도 쫓아오지 않았다. 더스티는 미끄러운 땅을 주의 깊게 살피면서 달렸다. 곧 눈이 펑펑 쏟아질지도 모르고, 승마길은 고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왼쪽으로 돌아 노울로 향하는 길을 따라 내려갔을 때, 아니나 다를까 예상대로 더스티가 두려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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