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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자동차 소리는 아니었다.
더스티는 정문을 향해 돌아보았다. 누군가가 골목 끝까지 차를 몰고 온다면 그 이유는 딱 두 가지였다. 손 코티지를 방문하기 위해서거나 아니면 스톤웰 공원을 방문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렇게 밤늦은 시간에는 어느 쪽에도 해당사항이 없을 것 같았다. 아니, 어쩐지 그보다 훨씬 무시무시한 일이 기다리고 있을 것 같았다.
자동차는 헤드라이트를 켜지 않은 채였다.
더스티는 골목에서 꽤 아래에 떨어진 곳에 있어 이곳에서는 차량의 정체를 확인할 수 없었지만, 예전부터 자주 아빠와 차를 타고 공원과 집을 오갔던 터라 조만간 자동차가 공원 정문 위로 불빛을 비추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런 불빛도 비치지 않았고 자동차라고 생각한 것 또한 자동차가 아니었다. 엔진 소리로 그것을 알 수 있었다. 그것은 자동차보다 더 큰 것이었다. 더스티는 불안스레 정문 쪽으로 시선을 던졌고 바로 그때 엔진 소리가 멈추었다.
또다시 침묵이 묵직하게 내려앉았다.
더스티는 나무들이 서 있는 장소를 향해 비탈을 달려 내려갔다. 골목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간에 아무튼 소년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눈 위에 펼쳐진 발자국을 따라가면서 더스티는 자기도 모르게 어깨너머로 뒤를 돌아보았다. 자신이 지금 점점 약해져가고 있다는 걸 느꼈다. 자기 앞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을지 겁이 났고, 뒤에는 또 무엇이 놓여 있는지 몰라 두려웠다.
또다시 조쉬 오빠 생각이 났다. 조쉬 오빠였다면 그대로 밀고 나갔을 것이다. 조쉬 오빠라면 그랬을 거라고 믿었다.
더스티는 애초 계획대로 줄곧 달렸다. 한참을 달린 후 앞을 보았을 때 더스티 앞에 나무들이 서 있었다. 숲 한가운데 나 있는 길이 눈에 묻히긴 했지만 오른쪽에는 큰 단풍나무가 왼쪽에는 마로니에가 서 있는 것으로, 그 사이의 길을 금세 알아볼 수 있었다. 발자국은 눈에 덮여 형체조차 사라진 길을 따라 숲속을 향해 죽 이어졌다. 더스티는 다시 한 번 어깨너머로 뒤를 돌아보았다.
정문에는 여전히 개미 새끼 한 마리 보이지 않았는데, 더스티가 정문을 바라보는 바로 그때 거무스름한 무언가가, 바닥까지 몸을 낮춘 무언가가, 담장 사이 틈새로 희미하게 움직이는 것이 눈에 띄었다. 더스티는 서둘러 숲 속으로 달렸다. 지금으로선 무얼 판단할 겨를이 없었다. 이제 와서 다시 돌아갈 수도 없는 일. 더스티는 내처 달릴 수밖에 없었고 더 이상 낭비할 시간이 없었다.
더스티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고 눈 위에 박힌 발자국을 응시했다. 손가락과 발가락이 점점 차가워졌고 바람은 거세지고 있었다. 언뜻언뜻 보이던 나뭇가지들이 캄캄한 밤 그늘 속으로 사라졌다. 소년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었지만 어차피 이곳에서 소년을 발견하리라 기대하지도 않았다. 더스티의 짐작이 틀림없다면 소년은 이 숲의 반대편에, 아마도 눈 속에 큰대자로 누워 있을 것이다.
더스티는 계속 달렸다. 이곳의 지면은 더 미끄러웠다. 나무 위의 눈은 제법 녹아 내렸지만, 바닥의 눈은 앞으로 죽 이어진 발자국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여전히 깊이 쌓여 있었다. 더스티는 서둘러 달렸다. 더스티의 머릿속은 소년과 조쉬 오빠, 그리고 자신의 뒤를 쫓는 사람들 생각으로 가득 찼다. 더스티는 숲 한가운데 나무를 베어낸 삼림개척지에 다다라 낡은 분수 옆에 멈추어 섰다.
지금은 분수에서 물이 콸콸 흘러나오지 않았다. 분수 위로 눈이 소복이 덮여 있었다. 더스티는 돌로 조각된 못생긴 아기 천사를 슬쩍 내려다본 다음 그 옆에 놓인 빈 와인병을 쳐다봤다. 그 옆에, 그러니까 바로 옆에 역시 비어 있는 작은 약병 한 통도 눈에 띄었다. 분수 위 숲 쪽으로 발자국이 죽 이어져 있었다. 더스티는 이 발자국을 따라 길을 재촉했고, 바로 그때 한밤중의 정적을 깨고 낯선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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