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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차가운 공기가 달려가는 더스티의 얼굴을 세차게 때렸다. 더스티는 가쁘게 숨을 몰아쉬었다. 여전히 온몸이 떨려왔지만, 어떻게든 소년을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에 하나 소년이 과도한 양의 약을 털어 넣은 거라면(더스티는 그가 그랬을 거라고 확신하지만) 그가 위험에 처하게 내버려두어서는 안 되고, 혹시라도 이미 위험한 지경에 처했다면 어려움을 무릅쓰고서라도 그를 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조쉬 오빠라면 그랬을 것이다. 오빠라면 어떠한 위험이 닥치든 망설이지 않았을 것이다. 더스티는 언제나 조쉬 오빠의 그런 점에 감탄했으며, 이제 조쉬 오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아낼 기회가 온 만큼 오빠를 위해 오빠와 똑같이 용기를 발휘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때 문득 더스티는 아까 창문에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사실을 생각해냈다.
더스티는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어찌 된 일인지 골목의 눈은 아무도 발자국을 남긴 적이 없는 처녀설이 아니었다. 누군가 한 사람의 발자국이 스톤웰 공원 정문을 향해 길게 뻗어 있었던 것이다. 더스티는 오른쪽을 돌아보고, 이 발자국이 골목 저쪽 끝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지막으로 눈이 내린 후로 누군가 벡데일에서 이쪽으로 걸어왔던 것이다.
물론 이 발자국이 소년의 흔적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더스티는 소년이 근처에 있다고 확신했으며, 이런 한밤중 인적이 드문 마을 한구석에 소년 말고 다른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할 수가 없었다. 더스티는 눈 위에 또 하나의 발자국을 남기면서 공원을 향해 나 있는 골목길을 따라 달려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달리는 동안 머릿속에서는 이제 그만 멈추라고, 어서 집으로 돌아가 경찰에 신고하고 아빠에게 전화를 걸라고 외치는 아빠의 음성이 들렸다.
하지만 더스티는 이런 생각들을 몰아냈다. 이 일은 조쉬 오빠에 관한 일이었다. 어쨌든 아직 경찰에 알릴 일은 아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집안일이니까. 아빠는 지금 이 마을에 없기 때문에 설사 아빠의 휴대전화로 전화를 건다 하더라도 더스티가 소년에게 도착하기 전에 아빠가 먼저 소년이 있는 곳에 도착하기는 불가능했다. 그러므로 이 일은 순전히 더스티의 몫이었고, 어쩌면 혼자서 처리하는 편이 최선의 방법일지도 몰랐다. 소년이 목숨을 구할 생각이 없다고 아무리 고집을 부린다 해도 어쨌든 그 역시 위험한 상황을 맞이하길 바라지는 않을 터였다.
예상대로 스톤웰 공원의 정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더스티는 혹시 소년이 정문을 타고 넘어갔거나 공원 담장 사이 틈새로 들어가지는 않았는지 알아보려고 발밑을 둘러보았다.
으레 그렇듯 담장 사이에는 약간의 틈새가 벌어져 있었다. 더스티는 언제나처럼 그 틈새를 간신히 뚫고 들어가 발자국을 따라 달렸다. 발자국은 공원 안쪽, 자그마한 나무가 서 있는 방향으로 굽어진 비탈을 따라 내려가고 있었다. 주위에는 사람의 흔적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지만, 고요한 이곳 분위기가 더스티의 마음을 평온하게 만들어주었다.
뭔가 잘못 짚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기분은 단지 주변의 정적 때문만은 아니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든 이유는 바로 빛 때문이었다. 아마도 이 빛은 어둠과 눈이 한데 어우러져 만들어진 것일 테지만, 마치 어딘가 비현실적인 느낌이 감도는 차가운 빛이 허공 위를 떠다니는 것 같았다. 저 아래에 서 있는 나무들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반짝반짝 빛났고, 레이븐 언덕 꼭대기에서 한참 멀리 떨어진 곳까지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더스티는 어서 일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발걸음을 옮겼다. 어쨌든 소년을 제외하면 이곳에 있는 사람은 자기밖에 없는 게 틀림없었다. 마약중독자든 뜨내기든, 이런 날씨에 공원을 돌아다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테니까. 그때 더스티는 골목 안에서 자동차 엔진이 울리는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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