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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데이지라는 이름으로 불리지 않아.”
더스티가 천천히 말했다.
“그렇다고 말하지 않았어.”
소년이 말했다.
“하지만 그 비슷한 이름이긴 하잖아, 안 그래?”
더스티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럼… 말괄량이라는 이름은 어때?”
소년이 말했다.
“그렇게 불러도 괜찮겠니? 네가 좀 기분 나빠할지 모르지만, 어쩐지 네가 선머슴 같다는 생각이 들거든.”
더스티는 너무 놀라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정말이지 이젠 장난이 아니었다. 더스티를 말괄량이라고 부르는 사람은 이 세상에 딱 한 사람뿐이었다. 말괄량이는 그녀를 부르는 그만의 애칭이었으며, 짐작으로 알아맞히기에는 꽤나 특이한 애칭이었다. 이 소년은 더스티가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그것도 상당히 많이.
“조쉬는 어디에 있지?”
더스티가 차갑게 물었다.
“조쉬라는 애가 누군지 난 몰라.”
“조쉬가 어디에 있냐고. 어서 말해.”
“조쉬라는 애가 누군지 모른다니까.”
“조금 전에 네 입으로 조쉬라는 이름을 말했잖아.”
“그냥 지어서 불러본 거야. 너희 집 전화번호를 아무렇게나 눌러본 것처럼. 데이지라는 이름도 마찬가지고.”
“그럼 말괄량이도 그냥 불러본 거란 말이지?”
“응. 그런데 왜? 다른 사람들도 너를 그렇게 부르니?”
더스티는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대답하고 싶지 않았다. 더스티의 마음속에는 이제 온갖 의혹들이 물밀듯 밀려들고 있었다. 이 소년은 자신이 인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걸 알고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더스티는 최대한 알아낼 수 있는 대로 알아내야 했다. 마음속에서 떠오르는 그 얼굴에 대해서. 못 본 지 2년이 지났지만 매일, 아니 어느 땐 매시간, 그리고 어느 땐, 아마도 숨 쉬는 매 순간마다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그 얼굴에 대해서.
“조쉬는 어디에 있지?”
더스티가 다시 말했다.
“내가 말했잖아. 조쉬라는 애가 누군지 모른다고.”
“넌 알아.”
“몰라.”
“하지만 네가 방금 말한 이름은….”
“내가 뭐라고 말했는지 따위는 관심 없어.”
소년은 이제 좀 성질이 난 것 같았다.
“난 내가 하는 말을 통제할 수 없어, 알아듣겠어? 그냥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할 뿐이야. 무슨 근거로 그런 말들을 하는지 나조차 모른단 말이야.”
더스티는 마음을 진정시켜보려 애썼다. 지금은 신중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 소년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는 게 좋겠지만, 지나치게 다그치다간 저쪽에서 전화를 끊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필 왜 그런 이름들을 선택했는지 말해봐.”
더스티가 말했다.
하지만 소년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은커녕, 수화기 저편에서는 소년이 구역질하는 소리만 들려왔다. 그 소리를 듣고 있으려니 더스티의 마음이 온통 혼란스러워졌다. 만일 이것이 연극이라면 꽤나 설득력 있는 연기였다. 토하는 소리는 상당히 오랫동안 계속되는 것 같더니, 갑자기 뚝 멈추었다.
“너 괜찮니?”
더스티가 말했다.
아무런 대꾸가 없더니 또다시 구역질하는 소리가 들렸고, 그 소리에 더스티는 대충 상황이 짐작이 갔다.
“어지간히 마셨나보구나. 대체 뭘 마신 거니?”
“싸구려 포도주.”
대답이 들려왔다.
“엄청나게 맛이 없었어.”
그때 더스티의 귀에 뭔가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게 무슨 소리야?”
더스티가 말했다.
“뭐가?”
“지금 이 소리.”
“이거?”
이번에도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응.”
“알약 병.”
소년이 대답했다.
“아까 토할 때 조금 전에 먹은 약까지 전부 게워낸 것 같아. 그래서 약을 좀 더 먹으려고. 이놈에 약병을 제대로 열 수 있다면 말이지.”
“있잖아….”
더스티가 입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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