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투 런 Born to Run - 신비의 원시부족이 가르쳐준 행복의 비밀
크리스토퍼 맥두걸 지음, 민영진 옮김 / 페이퍼로드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야기의 시작은 슬프게도 한번 걸리면 진짜 고치기 힘들다는 '족저근막염'에서 시작됩니다. 구조가 아름답다고 감탄한 사람이 다빈치였던가요? 사람의 발은 아치 구조로 이루어있고 아치에 탄력을 주는 힘줄이 발뒤꿈치와 발바닥을 연결시켜주는 족저근막입니다. 하지만 여기에 한번 통증이 시작되면 정말 잘 낫지 않고 오래간다고 합니다.(저는 안결려봐서 잘 모르겠는데 최근 이걸로 고생하고 있는 김여사를 보니 참 아파하더군요.)

종군기자로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취재를 하던 저자는 달리기를 시작하면서 각종 부상에 시달리게 됩니다. 그러던 차에 취재를 하다가 우연히 험준한 협곡에 숨어살면서 일생을 달리면서 살아가는 타라우마라(Tarahumara)족의 기사를 읽게되고 그들과 소통이 가능한 블랑코라는 사내를 만나면서 달리기에 대한 비밀에 접근해 가기 시작합니다.

그 비밀은 거칠고 황량한 코퍼 캐니언을 샌들하나 신고 거침없이 달리는 투라우마라 부족은 다리부상에 시달리지 않지만 각종 첨단 운동화로 무장한 현대인들은 오히려 부상에 시달리고 있다는 아이러니입니다. 운동화가 비쌀수록 더 많이 부상에 시달리고 맨발에 가까운 신발이 오히려 발을 보호한다는 사실. 더군다나 나이키는 이 사실을 알고 있었고 가능하면 부상을 막아준다는 포장을 위해 노력을 끊임없이 해서 각종 기능을 추가하는 새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기까지면 몇년전에 화제가 되었던 독일 장관 요쉬카 피셔의 '나는 달린다'부터 시작하여 최근의 마라톤 열풍에 기대는 또하나의 책에다가 다국적기업의 비밀을 폭로하는 것을 덧붙이는 것으로 끝났겠지만 이책의 미덕은 거기서 끝나지 않고 문명세계의 울트라 마라톤 주자들과 원시세계의 타라우마라족의 달리기 경기를 생생하게 보여주며 인간 진화의 최근 학설까지 동원하여 인간이 왜 달려야만 하는가? 달리기에 얼마나 잘 진화되었는가? 달리기를 그만두었기 때문에 폭력, 비만, 질병, 우울, 끝없는 욕망 등 인간의 모든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했다고 주장합니다.

인간의 외모 - 털없는 원숭이 -는 친척 유인원들과 98%의 유전자를 공유함에도 아주 많이 다른데 그중 설명하기 힘는 난제가 털가죽을 포기하고 전신에서 땀을 흘리는 땀샘을 보유하게 된 이유입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인간은 도구의 발달에 의해 사냥을 하게 된것이 아니고 달리는 능력을 진화시켜 사냥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초식동물을 지칠때까지 추적하여 열사병으로 쓰러지게 하는 방식으로 사냥을 하게 되었다는 것인데 이런 장거리 달리기의 능력은 아킬레스건(다른 영장류는 없다고 합니다)과 땀을 통한 효율적인 체온조절 기능때문에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이 학설을 발표한 연구자가 아프리카의 부시맨(쿵족)의 도움으로 실연해 보았다고 하네요. 즉 인간을 유인원이 아닌 인간이게 하는 중요한 이유가 '달리기'라는 주장이지요. 현생인류인 호모 사피엔스가 훨씬 더 건장하고 근육질인 네안데탈인을 멸종으로 이끈 이유도 달리는 능력 때문이라고 합니다. 또한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마라톤 주자들은 19세부터 매년 점점 빨라지기 시작해서 27세에 정점에 이른 뒤 천천히 쇠퇴하는데, 이들이 다시 19세와 같은 속도로 달리는 나이가 놀랍게도 64세라고 합니다.

"우리는 늙어서 달리기를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달리기를 그만두기 때문에 늙는다!" 


제가 자출 하면서 3-4년 정도의 짧은 라이더 경력을 통해 얻은 달리기에 대한 몇가지 선입견은 1. 달리기는 참 힘들다.(그쵸?) 2. 저렇게 달리면 분명히 관절염 생긴다. 3. 달리기는 잠시도 쉬지 못한다.(심지어 내리막에서도^^)  4. 달리기는 물도 맘대로 마시기 힘들다.(자전거는 배낭을 안매도 기본 물통 2개 1.5리터의 물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였습니다. 그래서 달리기에 심정적으로 동의는 하면서도 실행에 옮기는 것에는 거의 관심이 없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인간을 인간이게 만든 이유가 달리기라면 한번 달려보고 싶다는 생각 불현듯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엇그제 점심시간에 잠깐 시험삼아 뛰어봤더니 40분 정도 거리 5km 남짓인데도 불구하고 놀랍게도 매일 4시간씩 안장에 앉아있어도 생기지 않던 근육통이 그정도 자극에 엄청난 근육통이 생겼습니다. 계단을 오르내리기 힘들 정도군요. 정말 오랜만에 겪는 근육통....^^  이래서 몸이나 정신이나 익숙하지 않은 자극을 주는 것이 중요한가 봅니다.

네 그래요. 이런 사유로 마라톤 풀코스에 나가기로 했습니다. 10월 10일 강화도 해안도로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에 참가 신청을 냈고 일단 목표는 거창해야 하니까 1. 서브쓰리  2. 네시간 이내  3. 좀 비겁하지만 6시간 이내에 들어가 회수차량에 실리지 않는것으로 정했습니다.^^ 거의 매일 자출하니까 따로 달리는 시간을 내기는 힘들어서 오늘처럼 비가 내려서 자전거를 타지 못하는 날이 집중적으로 연습하기 좋은 날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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