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상 해수욕장 유실물 보관소
한유주 외 지음 / 뿔(웅진)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소설가 8인(한유주, 김종호, 박주현, 서준환, 김숨, 박솔뫼, 김성중, 김태용)의 <망상 해수욕장 유실물 보관소>입니다.

 

<망상 해수욕장 유실물 보관소>, 참 해괴한 제목이 아닐 수 없는데요.

 

책의 제목 중 "망상", "유실", "보관"'이라는 단어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망상 해수욕장 유실물 보관소>는

 

현실인지 환상인지 모르는 일들과 그 사이에서 혼란에 빠진 인물 내면의 심리, 치밀한 사건 구성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고 하네요.

 

저는 개인적으로 <망상 해수욕장 유실물 보관소>이 그저 스릴러 작품인 줄 알고 책장을 펴게 되었다가

 

상당히 당혹스러웠던 작품입니다.

 

8분의 작가와 8편의 단편들. 첫번째 이야기는 한유주 님의 <왼쪽의 오른쪽>.

 

이 작품은 읽으면서 받은 느낌은 상당히 몽환적인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우선 내용 자체가 한 눈에 따악하고 들어오지 않는 점이 가장 큰 요인일텐데요. 거기에 "~아니라, ~않고, ~며, ~인데, ~이상" 이런 식으로,

 

한 문장이 끊어지지 않고 억지로 길게 늘어트리는 글이 쉽게 접해보지 못했던지라 모든 것에서 몽환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었던 작품입니다.

 

그래도 이런 몽환적인 분위기에 깃든 살인마의 모습. 색다른 반전의 맛도 있는 작품이네요.

 

두번째 이야기, 김종호 님의 <디포의 주머니>.

 

이 작품에 대해서는 딱히 이야기할것이 없습니다.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도저히 이해가는 부분이 한치도 없었기에

 

딱히 이 작품에 대해 뭐라 할 수가 없네요.

 

세번째 이야기, 박주현 님의 <3>.

 

<망상 해수욕장 유실물 보관소>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은 이야기 중의 하나가 바로 이 작품입니다.

 

<3>의 부제는 "1975년 6월 29일생 ~ 1993년 5월 5일 사망". 마치 묘비에서 적힐 법한 이것이 부제인데요.

 

<3>이 흥미로운 점은 화자가 바로 시신(?!) 이라는 점입니다.

 

유령, 혹은 귀신이란 표현대신 시신이라고 표현을 한 것이 조금은 이상할 지 모르지만

 

작품 속의 주인공은 분명히 자신의 의지로 고통을 느끼면서 행동하는 것이 유령이나 귀신이란 표현보단

 

왠지 시신이란 표현이 더 어울려 보입니다. 작품 속의 이야기는 사실 스릴러로써 별 다를 것이 없지만 그래도 재미있게 읽을 만한 작품이 아닌가 싶습니다.

 

네번째 이야기, 서준환 님의 <창백한 백색 그늘>.

 

이 작품은, 사고로 크게 다친 손인목 장로의 사건을 담당하게 된 형사가 사고 사건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찾아가는 이야기인데요.

 

사건사고와 형사가 등장하는 방식이지만 독특하게도 <창백한 백색 그늘>은 사회가 도시화되는 과정에서 자신의 의지가 아닌

 

주변의 영향으로 고향을 떠난 서울에 올라온 세대와 그 세대의 아들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조정래 님의 <비탈진 음지>와도 굉장히 비슷한 느낌을 지울 수 없을 정도로 이야기 방식은 자르디만 많은 면이 닮아 있는 작품이네요.

 

김성중 님의 <불멸>.

 

<3>과 함께 <망상 해수욕장 유실물 보관소>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고, 다른 작품들에 비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입니다.

 

모리스 몽쿠르제 음악원에서 촉망받는 네 사람. 그 중에서도 가난한 앙투안은 성공에 대한 집착을 갖고 있습니다.

 

콩쿠르를 앞두고 라이벌이자 친구인 네 명은 흥겨운 술자리를 갖게 되고, 다음 날 잠에서 꺠자마자 악상이 떠오른 앙투안은

 

"불멸"이라는 그야말로 음악사에 남을 만한 대작을 작곡하게 됩니다.

 

하지만 "불멸"을 탐내는 학장과 자신의 "불멸"과 비슷한 라이벌의 곡 "맨발의 로린".

 

결국 성공과 자신의 곡에 대한 집착을 갖게 된 앙투안을 살인을 하게 되고, 갈피를 잡을 수 없게 흘러 가는 이야기입니다.

 

어떤면에서는 <향수>의 음악 버전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인간의 탐욕을 짧게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 바로 <불멸>입니다.

 

마지막 이야기, 김태용 님의 <나는 언제까지나 젊고 아름다운 것일까>.

 

제목과는 어울리지 않게 이 작품은 한 형사의 이야기입니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다는 전화를 받은 이 형사는 찝찝한 기분을 지울 수 없습니다. 며칠 후, 전화 속의 여자는 경찰서를 찾아오게 되고

 

자신의 당해야만 했던 피해를 이형사에게 털어놓게 됩니다. 피해자의 상황과 묘하게 눈길을 사로잡는 피해자, 배정미.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찾아간 피의자. 피의자는 피해자를 조심하라는 말을 남기고, 사건은 점차 배정미가 말했던것과는

 

전혀 다르게 진행됩니다. 이형사는 함정에 빠져 오히려 협박을 받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피해자로 알고 있던 배정미의 정체에 대한 혼란만을 가지고 오는 이야기입니다.

 

이 작품은 확실한 결말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시종일관 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인물과 과연 그녀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

 

긴장감이 잘 어우러진 작품이네요.

 

<망상 해수욕장 유실물 보관소>. 작품마다 전혀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때로는 몽환적이게, 떄로는 이해가 되지 않아 멍하게(?), 때로는 공포스러움, 긴장감, 인간의 탐욕과 광기까지..

 

8편의 단편이 수록이 되어 있는만큼 단 한권으로 많은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 아닐까 싶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