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머리에 부리부리한 눈썹, 건장한 체격에 우렁찬 목소리. 좌익도 우익도 아니다. 단지 국가의 국민이 되길 거부한 사내 '세금은 죽어도 낼 수 없다!' 라며 국가가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만들어낸 의무에 저항하며 국민의 의무를 버리고 자급자족의 전설속의 남쪽섬 파이파티로마로 떠나고자 하는 괴짜와 같은 아버지 우에하라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조르바와 같이 괴짜이면서 사회의 이단아 같은 사람으로 비출지 모르는 이런 인물의 숭고한 저항의식이 정말 아름답다. 그런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고 한없이 부끄러웠지만 남쪽섬에서 어느새 그런 아버지에 점차 동화되어가는 지로와 그 가족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또 작중에서 언론을 통해 우에하라 가족의 저항하는 모습을 보며 그 뜻에 동조하고 관심있어하면서도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결국에 자신의 생활에 안주하는 일반인들의 모습은 지금의 내 모습을 꼬집어 비판하는 것이 아닐까. 국민을 등지고 과거로의 회귀를 꿈꾸는 현 정부때문에 시끄러운 요즘상황에도 딱 들어맞는 내용인 것 같다. 기분도 싱숭생숭한 지금, 그 누구의 시선과 참견도, 그 어떤 것에도 구속받지 않고 남쪽 바다의 섬으로 떠나고 싶다. 나의 파이파티로마로. 정말 재미있다 이 책! "이 세상에는 끝까지 저항해야 비로소 서서히 변화하는 것들이 있어. 노예제도나 공민권운동 같은 게 그렇지. 평등은 어느선량한 권력자가 어느 날 아침에 거저 내준 것이 아니야. 민중이 한 발 한 발 나아가며 어렵사리 쟁취해낸 것이지. 누군가가 나서서 싸우지 않는 한, 사회는 변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