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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 - 유쾌한 미학자 진중권의 7가지 상상력 프로젝트
진중권 지음 / 휴머니스트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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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진중권의 변심(?)

  진중권. 그는 박정희의 “무덤에 침을 뱉”는 불경(?)한 행위를 통해 세간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네 무덤에 침을 뱉으마』를 발표할 당시만 하더라도 박정희 정권에 대한 비판은 대중들에게 그리 익숙한 것이 아니었다. 그는 왜곡된 역사를 조롱하고, 잘못된 사회와 드잡이 하였다. 그래서 그에게 꼬리처럼 붙은 수식어, “싸움닭.” 그런 그가 미학을 전공했다는 사실은 사뭇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그는 어느 일간지와의 인터뷰 중 자신의 전공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사회비평활동에 대해 마뜩찮아 한 적이 있다. 자신의 영역으로 돌아가도 될만한 사회를 꿈꾼다는 말도 함께.

  그런 그가 1994년『미학오딧세이』발표 이후 오랜만에 자신의 영역으로 돌아왔다.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을 통해서 말이다. 『놀이와 예술 그리고 상상력』은 방대한 세계역사 속에서 존재하였던 예술작품을 7가지 방식의 놀이로 분화하고, 그 예술과 놀이를 연결하는 끈이 인간의 상상력이었다고 설명한다. 그동안 사회에 대한 진중권식 독설에 익숙해 있던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그의 박학다식함과 세상을 창조적으로 해석하는 방식에 놀라워할지도 모르겠다. 그가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수많은 예술작품의 방대함 때문에, 또 그것들 사이의 유사성을 발견하고 그것들을 통해 사회를 해석하는 방식 때문에 말이다.  

2. 나는 상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어린이로써.

  이 책은 이성에 기반한 현대의 사고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인간의 상상력으로 가능하다. 과학과 기술이 세상에 혁명처럼 오기 전, 인간의 상상력이 사회를 해석하는 도구였던 시기가 있었다. 우리가 ‘중세’라고 부르는 시기가 바로 그 때이다. 과학혁명과 정치․경제혁명 이후 인간의 이성은 ‘중세’를 ‘암흑의 시기’라고 폄하하였다. 중세의 종교, 미신, 예술 등은 이성의 이름으로 거부되었다. 결국 16세기 이후 이 세계는 이성의 패러다임으로 움직였다.

  진중권은 과학에 대한 맹신 등으로 대표되는 이성의 과신이 오히려 이 시대를 제약하고 있다고 말한다. 즉, 이성이 인간의 상상력을 제약하는 틀이 되어 버린 것이다. 이 틀 밖에서 유일하게 존재하였던 것이 예술이다. 예술은 어린이처럼 사고하기 때문이다. 며칠 전 보았던 TV의 한 프로그램은 어린이를 상대로 ‘말하는 토끼’에 대한 반응을 실험하였다. 이성으로는 이해될 수 없는 ‘말하는 토끼’는 쉽게 어린이들의 친구가 되었다. 그들의 상상력에서 토끼는 말을 할 수 있고, 친구도 될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진중권은 이와 같은 어린이의 상상력이 예술 속에서 존재하였다고 말한다. 그리고 탈근대 혹은 탈현대의 패러다임은 이와 같은 상상력에 의해 움직일 것이다.

  그러나, 탈현대에 복원될 상상력의 패러다임이 중세와 같은 것은 아니다. 중세의 상상력이 과학과 기술의 결여 때문에 기인한 것이라면, 탈현대의 상상력은 과학과 기술의 도움을 통해 더욱 창조적인 형태를 띠게 된다. 그리하여, 그동안 오랫동안 견고히 쌓여있던 이성의 틀은 상상력에 의해 깨지게 될 것이다.

  우리는 이 시대를 ‘생각’하기에 ‘존재’하는 것으로 믿어왔다. ‘생각’은 수많은 이론을 낳았고, 우리는 ‘이론’ 때문에 죽살이치며 살았다. 이론, 사상 때문에 피로 덮였던 ‘광기의 시대’를 생각해 보라. 진중권은 이 사회가 상상력을 통한 ‘유희의 시대’가 되어야 한다고 강변한다. 상상력이 놀이가 되고, 놀이는 유희가 되고, 유희는 삶을 추동하는 시대. 어스름달 아래 검기울어져 가도록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즐기던 흥분 속에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개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를 타며 즐기는 여행같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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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의 국가·정체(政體) - 개정 증보판 헬라스 고전 출판 기획 시리즈 1
플라톤 지음, 박종현 옮김 / 서광사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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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을 더 올바르지 못하게 되는 쪽으로 인도하게 될 삶은 더 나쁜 것이라 하는 반면에, 혼을 더 올바르게 되는 쪽으로 인도하게 될 삶일 경우에는 더 나은 것이라 하면서 말일세. 그 밖의 모든 것에 대해서는 상관치도 않을 걸세. 살아서나 죽어서나 이게 최선의 선택임을 우리가 보았기 때문이네. 이 소신을 그야말로 금강석처럼 굳게 지니고서 저승(하데스)으로 가야 할 것이네. - 플라톤, 국가 p.6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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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1달여간을 지리하게 잡아온 플라톤의 '국가'를 다 읽은 후, 나는 잘짜여진 종교서적을 읽었다는 생각을 했다. 자연과 인간은 유기적으로 엮여 돌아가며, 따라서 자연의 원리 속에서 인간의 그것 역시 발견해야 한다는 그의 생각구조는 800여 페이지가 넘는 긴 분량을 통해 철저하게 유지되었다. 다른 것을 배제하더라도, 논리의 완결성만큼은 어느 누구도 함부로 깨기 어려울 듯 했다.
 
  특히, 후반부에 나오는 국가의 4가지 정체, 그 변화과정과 훗날 이것을 더욱 발전시켜 완결된 6정체론은 현재까지도 그 의의를 상실하지 않았다고 본다. 역사 속에서 가장 이상적인 정치체제로 평가받는 민주주의의 위험성, 그것으로 인해 참주정으로 타락할 수 있다는 그의 지적은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 이후의 히틀러체제를 완벽하게 설명해줄 뿐만 아니라, 요즘 유럽정치의 가장 위협적인 정치세력으로 주목받는 우파포퓰리즘의 대두까지도 예견하는 듯 하다.
 
  또한, 플라톤이 이상시하고 있는 철인통치를 위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교육'은 현재의 민주주의에서도 매우 중요한 요소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훗날, 아리스토텔레스가 주장하는 혼합정치체에서 '중산계급의 원리'를 그 전제조건으로 삼은 것과 마찬가지로, 교육을 통한 이성의 확보는 민주주의가 후퇴하지 않기 위한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학 1학년 시기 막연하게 품었던 이상정치체, 철인정치는 플라톤의 그 당시 생각으로도 실현불가능한 것임이 확인되었다. 플라톤 스스로도 이후 저작에서 그의 이론을 후퇴, 법치를 차선으로 선택한 것에서 볼 수 있듯 철인왕은 그의 천재적인 형이상학에서 나온 것에 불과하다.
 
  한편, 철인왕의 가장 필수적인 덕목이라 할 수 있는 이성(reason)의 지나친 강조는 훗날 인간우월주의, 유럽중심주의의 원흉이 되었다고 본다. 근대 이후 홉스에 의해 인간의 이성이 계산능력(capaciting avility)으로 평가절하되기는 하지만, 홉스 역시 자신의 사회계약론에서 인간의 이성에 의한 국가건설을 말하고 있는 것을 볼 때 플라톤의 과오는 재평가 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제1권부터 시작된 정의논쟁 중의 질문, "정의로운 사람이 실제로 잘 사는 것이냐?"의 대답을 '혼'의 문제 내지는 사후세계로 돌려버린 것은 끝끝내 진한 아쉬움을 남긴다. '혼', '사후세계'는 그의 철인통치론과 더불어 그대로 중세 '기독교사상'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었으며, 이것은 현재의 기독교근본주의까지 문제삼을 수 있다고 본다. 나의 정의에 관한 생각이 여전히 '트라시마코스'의 손을 들어줄 수 밖에 없는 결정적 원인이 되었다.
  그러나, 국가 전체를 통해 나타나고 있는 '이상주의'는 여전히 놓쳐서는 안되는 것이라는 생각은 한달동안의 노력 끝에 얻은 소중한 결실이다. '현상은 현실주의로, 이념은 이상주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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