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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사적인 은하수 - 우리은하의 비공식 자서전
모이야 맥티어 지음, 김소정 옮김 / 까치 / 2023년 10월
평점 :
번역 제목이 별로다. 뭐가 사적이라는 건지. 원제 그대로 번역하는 편이 나을 것 같은데. 원제는 번역판 부제와 비슷한 The Milky Way : An Autobiography of our Galaxy 인데, 우리은하의 자서전을 왜 굳이 '비공식' 자서전이라고 했는지도 의문.
암튼 그건 그렇고, 이 책이 왜 우리은하의 자서전이냐. 바로 화자가 우리은하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영리하다. 만약 저자가 화자이면서 이런 식으로 썼다면 약간 응? 하는 면이 있었을 듯 한데, 거의 신과 맞먹는 우리은하가 인간들을 까대는 건 어딘지 자연스러워 보인다. 그럴 권리가 충분하다는 것처럼. 우리은하가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광대한 존재들을 인간에게 이해시키기 위해 쓴 자서전이니 인간들은 겸허한 마음으로 우리은하에게 고마움을 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까칠한 우리은하가 아주 기분나빠할 것이다.
저자는 무려 하버드 대학에서 천체물리학과 신화학을 공부하고 콜롬비아 대학에서 천체물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우리은하인척 하면서 쉽게 설명한다고 했지만 과알못인 나로서는 여전히 어렵게 겨우 겨우 완독했다는 사실. 그래도 배운게 있기는 하다. 얼마 전 읽은 <삼체>에서 우리 우주의 종말을 '빅 크런치'로 묘사했었는데 우주의 죽음이 빅 크런치 이론만 있는 건 아니었다. 빅 립, 빅 프리즈, 빅 바운스, 빅 슬러프 같은 다양한 이론들이 있었다. 사실 웃긴 건 인류는 현재 우리 우주가 종말을 맞이할 때 즈음이면 더 이상 존재하지 않을 예정인데(인류 뿐만 아니라 아마도 태양계 전체가) 인간들은 왜 우주의 종말에 그렇게도 많은 관심이 있는지 모르겠다. 아마 순수 호기심일까? (그래서 SF를 사랑하는지도) 우리은하도 그 점을 궁금해 한다.
어려웠다고는 했지만 마냥 어려운 것은 아니다. 재미있는 부분도 있다. 우리은하는 옆 은하인 안드로메다 은하를 사랑한다. 견우와 직녀는 일년에 한번이라도 만나지만 우리은하와 안드로메다 은하가 서로 만나려면 40억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우리은하에게 40억년 쯤이야. 불행인지 다행인지 우리는 그 극적인 만남을 볼 수 없지만 걱정하지 말자, 인간에겐 무한한 상상력이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