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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산책하는 방법 - 행복한 반려 생활을 위한 첫걸음
마크 베코프 지음, 장호연 옮김, 최재천 감수 / 동녘사이언스 / 2023년 6월
평점 :
책 내용은 정말 좋은데, 번역 제목이 책을 대변해주지 못하는 아쉬움을 어쩔. 원제는 Canine Confidential : Why Dogs Do What They Do이다. 한마디로 말해 개가 하는 행동들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돕는 책이라 할 수 있다. '개와 산책하는 것'은 그 중에 아주 일부분에 해당한다.
나도 이제 반려견과 함께 생활한 지 2년이 다 되어가지만 여전히 모르는 것 투성이다. 강아지의 마음을 더 잘 알고 싶고 어떻게 뭘 해줘야 좋은 건지 끊임없이 궁금하다. TV 프로그램을 보거나 책을 읽을 때는 저대로 따라하기만 하면 다 될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이 책은 동물행동학자가 쓴 개의 행동에 관한 이야기다. 개들이 어떤 행동을 하고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어떤 부분은 명확하고 어떤 부분은 여전히 잘 알지 못하는 영역으로 남아있고 어떤 부분은 앞으로도 절대 알지 못할 지 모르지만 조금이라도 나의 가족을 이해하려는 마음으로 읽어보았다.
저자는 시간이 날 때마다 다양한 개 산책 공원에 가서 개들을 관찰한다. 사실 외국과 우리나라의 반려동물 산책 환경은 많이 다르기 때문에 평등한 관찰 결과가 도출될 수는 없지만 개에 대한 신화를 믿지 말라는 저자의 의견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개의 반려자를 위한 온라인 카페가 무수히 많지만 막상 가입해보면 수많은 카더라와 근거도 없는 주장이 난무하는 걸 보게 된다. 저자는 사람마다 개성이 있듯이 개들도 마찬가지이며 그래서 개에 대한 신화를 맹신하는 것에 따른 위험을 경고한다. 나의 반려견은 나의 반려견의 관점에서 바라봐야지 다른 개들에게 맞는 것이라고 해서 무조건 강제하면 안된다는 뜻. 그래서 이 책은 어떻게 하면 자신의 반려견을 잘 이해하고 잘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조언이라고 보면 된다.
내가 가장 관심있던 부분은 개와 노는 법, 개와 공감하는 법 그리고 개의 감정과 생각을 이해하고 아는 법이다. 흔히 우리는 산책할 때 주도권을 반려자가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산책 시 만큼은 주도권을 반려견한테 주라고 조언한다. 우리의 인상을 찡그리게 만드는 다른 개들의 흔적에 코와 입을 갖다대고 끊임없이 킁킁대는 것을 못하게 하지 말라고 한다. 개의 코는 예술작품이란다. 개의 신체 기관 중 가장 발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코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건 개들이 세상에 대한 정보를 얻지 못하게 막는 것이고 개들의 대화 수단을 차단하는 인간 중심의 행위라고 한다. 저자의 의견을 듣고 생각해보니 유명한 개 훈련사들이 사람이 산책의 주도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 건 결국 인간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인간을 편하게 하기 위한 방법이었던 것이지 결코 개를 위한 건 아니었다.
개의 감정이나 생각을 우리가 완벽하게 알거나 이해할 수는 없지만 개와 함께 살기로 결정한 사람이라면 어떤 것이 나의 반려견을 행복하게 하는 지에 대한 고민을 해야만 한다. 나의 소망은 정말이지 넓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반려견이 목줄 없이 신나게 킁킁거리며 맘놓고 뛰어다닐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아직 부족한 것이 많은 나를 나의 반려견이 좀 더 참아주길 바라며 이 책은 여러번 읽어볼 가치가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