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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 ㅣ 대한민국 도슨트 13
이지상 지음 / 21세기북스 / 2024년 1월
평점 :
21년에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 9번째 책인 <제주 북쪽>을 읽고 이렇게 좋은 책이 시리즈로 나온다며 좋아했었는데 그 이후로 도슨트 시리즈를 다 읽어야지 생각만 하고 2년이 훌쩍 넘어 13번째 시리즈로 나온 <포천>을 읽었다. 대한민국 도슨트 시리즈의 출간 의도가 '더 늦게 전에 한국의 오늘을 이야기하고자 한다'인만큼 일반적인 유행의 시류를 따라가는 그런 기행 도서가 아니다. 그 곳이 오랫동안 목격해 온 역사는 물론이고 그 땅에 살았던 사람들에 관한 진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사실 '포천'하면 떠오르는 건 막걸리와 이동갈비 그리고 38선이 가까운 곳 정도로 아는 바가 별로 없었다. 포천을 통과해서 어딘가로 가보기는 했었겠지만 포천을 목적지 삼아 간 적은 없었을 것이다. 포천에서 그닥 멀지 않은 곳에 살면서도 가볼 생각을 딱히 하지 않았던 건 그곳에 대해 알지 못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각 시리즈마다 저자가 다르기 때문에 당연하게도 같은 시리즈라고 하더라도 글의 느낌이나 결이 달라진다. 포천은 38선과 가까운 곳이라 역사적 부침이 많았을터인데도 저자가 음악을 하는 분이라 그런지 문체나 어투가 <제주 북쪽>에 비해 무거운 느낌은 덜한 편이다. 거기에 더해 포천이 저자의 고향인지라 어릴 적 개인적 이야기들이 많이 포함되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포천이 이렇게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줄 몰랐다. 역사에서 이름을 꽤 알린 이들도 많고 경치 좋은 곳도 많고 가보고 싶은 곳도 많다. <제주 북쪽>에서도 느낀 거지만 책에 실린 사진도 예술이다. 글 한 꼭지를 읽고 나면 사진을 오래오래 보게 된다. 비둘기낭 폭포나 산정호수는 이 세상 풍경이 아닌 것 같다. 그래서인지 각종 영화나 드라마의 촬영지로 많이 선택된다고 하는데, 저자가 TV에서 이런 곳이 나올 때마다 반색을 하며 상대방에게 자부심을 드러내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될 정도다.
역사적으로는 먼 옛날 후삼국 시대의 궁예부터 시작하여(물론 청동기 시대의 고인돌도 있긴 하지만) 무사 백동수, 봉래 양사언(이분이 국민시조라 할 수 있는 태산이 높다하되 하늘아래 뫼이로다...라는 시조를 쓰신 분인 줄 몰랐다!)에 얽힌 이야기가 인상적이었고 포천이 신유박해로 인한 죽임을 당한 천주교인들의 순례의 땅이라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포천이 그런 곳이었구나. 이제는 포천하면 막걸리만 떠올리지는 않을테니(막걸리도 포천의 엄청난 자부심!이다) 누가 포천에 한번 가볼래라고 한다면 너 그거 알아?라고 아는 척 좀 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