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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에 간 수학자 - 캔버스에 숨겨진 수학의 묘수를 풀다 ㅣ 미술관에 간 지식인
이광연 지음 / 어바웃어북 / 2018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예술작품이란 참 신기하다. 우리네 일상과는 별로 상관없는 것 같다가도 이렇게 붙여도 말이 되고 저렇게 붙여도 연관성이 있고...놀라울 정도로 시대를 반영하고 인간을 대변한다. 그래서 '미술관에 간....' 시리즈가 출간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좋아하기는 하지만 거리감은 여전한 명화들을 우리네 일상 속에 초대하는, 아니 이미 우리와 함께 하고 있지만 우리가 미처 자각하지 못한 생활 속 미술 이야기들을 담은 시리즈이다. 지금까지 '미술관에 간 인문학자, 화학자, 의학자'가 발간되었는데, 이번에는 수학자이다. 뼛속까지 문과생이라 확신하는 나로서는 약간의 도전이 필요하기도 했지만 대체적으로 수학적 지식의 여부에 상관없이 (물론 수학에 관심있는 독자나 수학을 아주 잘 하는 독자라면 더 더 재미있었을 것이지만) 교양서로 읽을만한 수준이다.
그림을 그릴 때 사용되는 기법은 많이 들어서 익숙하다. 예를 들어, 원근법이나 스푸마토랄지 소실점이나 인체 해부를 통한 인체 비례에 관한 연구 등은 새롭지 않다. 그런데 단순히 미술 기법이나 그림을 더 잘 그리기 위한 연구 정도로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정교한 수학적 공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고, 미술작품을 보면서 그 안에서 수학의 얼굴을 발견하는 저자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부분은 노아의 방주에 관한 부분과 미궁과 미로의 차이를 설명하면서 나오는 위상수학, 그리고 신들의 가계도에서 시작된 거듭제곱에 관한 것이었다. 미술관에서 이런 그림들을 보면서 수학을 생각하는 관람객을 상상하니, 왠지 어울리지 않는 모양새인 듯 여겨지지만 이 책을 읽고나니 수학을 모르면 그림을 그릴 수 없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림 기법에 획기적인 발전을 가져온 수학의 원리들을 보고 있자면 미술과 수학은 공생의 운명이지 싶다. 앞으로는 '난 그림에 소질이 없어'라는 말을 함부로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해보게 되는데, 사실은 그림에 소질이 없는 게 아니라 수학에 소질이 없는 것일지도..^^; 앞으로는 미술관에 가게 되면 '미술관 옆 카페'에서 수학이야기에 열심인 관람객이 있지는 않은지 귀기울여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