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머스 페인 유골 분실 사건 - 상식의 탄생과 수난사
폴 콜린스 지음, 홍한별 옮김 / 양철북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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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폴 콜린스라는 작가는 팟캐스트 '빨간책방'에서 다룬 적이 있는 <벤버드의 어리석음>이라는 책을 통해 처음 접한 인물이다. <벤버드의 어리석음>도 직접 읽지는 않았기에 이 작가의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검색하면서 발견한 책이 바로 <토머스 페인의 유골 분실 사건>이다. 폴 콜린스의 작품은 이 두개 밖에 접하지 못했지만, 두권 모두 잊힌 것들에 대한 기록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에 대해 좀 더 검색해보니 과거의 미스터리나 잊혀진 인물이나 역사적 사건에 관심이 많은 작가라고 한다. 이 두 권만 보아도 그게 어떤 의미인지 알 수 있다.


   토머스 페인은 18세기에 활동하던 혁명가이자 자유주의 사상가 및 작가로서 미국독립혁명과 프랑스 혁명 때 활약했던 인물이다. 그가 쓴 46페이지짜리 작은 소책자인 <상식>은 토머스 페인이 자신의 묘비명에 '상식의 작가'라는 단 한구절만 써달라고 할 정도로 그의 사상의 모든 것이 압축되어 있으며 존 애덤스는 "<상식>을 쓴 작가의 펜이 없었다면 워싱턴의 칼은 아무 의미도 없었을 것이다"라고 말함으로써 토머스 페인이 미국독립혁명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설명한다. 그렇다면 이렇게 유명하고 위대한 인물이 어떤 미스터리한 사연을 가지고 있고 그의 유골은 왜 분실되었을까? 그의 글은 당시 안정적인 정부형태라고 생각되었던 입헌군주제, 즉 왕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고 공격하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왕 뿐만 아니라 성직자나 군주를 막론하고 모든 불합리한 권위 모두에 대한 공격이었다. 뿐만 아니라 권력과 부의 세습을 비난하고 토지세의 징수로 불합리한 사회구조에 대한 보상책을 마련해야한다고 주장하는 등, 기득권 세력에게 페인은 불편한 존재가 된다.


   토머스 페인이 미국으로 건너갈 때 소개장을 써 준 벤자민 프랭클린의 장례식에는 2만명이 참석하고 토머스 페인의 장례식에는 여섯 명이 참석한다. 프랭클린의 무덤은 순례지가 되었지만 토머스 페인의 무덤은 사람들이 돌을 던지러 오는 곳이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토머스 페인의 무덤이 파헤쳐지고 그의 유골이 사라졌다! 게다가 잊혀진 사상가의 유골을 찾아 헤매는 두 부류가 있었는데, 한쪽은 그의 이상을 추종하는 사람들과 한쪽은 그의 영원한 안식을 도저히 허락할 수 없는 자들이다. 죽은 이후에도 그렇게 많은 논란과 이야기거리를 제공하는 토머스 페인은 도대체 어떤 인물이고 그의 사상은 어떤 것인가?


   폴 콜린스는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이야기를 그만의 유머감각을 발휘하여 재미있게 풀어나간다. 마치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시니컬한 유머가 가득한 풍자 소설 같기도 하다. 게다가 300페이지 정도밖에 되지 않은 분량 안에 밑줄 긋고 싶은 사이다 같은 글들이 수없이 존재한다. 또한 토머스 페인의 사상을 둘러싼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속 유명한 인물들의 이름이 아무렇지도 않게, 무심한 듯 섞여있는 재미있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들이 주인공일 것만 같고, 주인공이어야만 할 것 같은 우리의 편협한 역사 의식을 가차없이 날려버리는 그런 느낌이랄까. "잊힌 것들에 대한 따뜻한 기록자"라는 타이틀에 걸맞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책을 읽고나면 그 작가의 작품 모두를 위시 리스트에 넣게 되는데, 폴 콜린스가 바로 그런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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