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 책 두 챕터 읽고 내일 다시 오세요 - 책으로 처방하는 심리치유 소설
미카엘 위라스 지음, 김혜영 옮김 / 책이있는풍경 / 2018년 1월
평점 :
책을 읽고 나니 원제가 궁금해졌다. 찾아보니 원제는 <Aux Petits Mots Les Grands Remedes>. 프랑스어에 문외한이지만 사전을 찾아보니 작은 단어(문구), 큰 치료라는 뜻. 글로 치료하는 독서 치료를 의미할거라 짐작해본다. 제목이 나타내는 것처럼 우리의 주인공 '알렉스'는 독서치료사이다. 마음이 아픈 사람이나 그 어떤 치료로도 마음의 평안을 찾지 못한 사람들을 문학으로 치유하는 남자. 오호~ 멋지도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우선 알렉스 본인이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사회 부적응에 가까우며 최근에는 너무 책에만 빠진 나머지 아내 멜라니가 그의 곁을 떠난 상태이다. 게다가 세들어 사는 집 월세가 밀리고 집주인에게 잘보이지 못해 집까지 곧 비워야 하는 실정. 아무래도 자신이 치료를 받아야 할 것 같은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들어 그를 찾아온 환자들이 범상치 않다. 교통사고로 혀를 잘려 말을 할 수 없는데다 얼굴까지 망가져 비뚤어질대로 비뚤어진, <호밀밭의 파수꾼>의 홀든보다 더 심각한 십대 소년 얀,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으로 알렉스를 찾아온 프랑스 최고의 축구선수 안토니,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는 명품 시계 세일즈맨인 로베르. 이들에게 알렉스는 어떤 문학을 처방할 것인가.
소재는 매력적이고 알렉스가 처방하는 문학들 역시 번역서로 나와있다면 당장이라도 장바구니에 넣고 싶을만큼 호기심을 자극한다. 하지만 프랑스 소설의 특징이라고 해야하나, 무언가 분명한 카타르시스가 부족하다. 구제불능일 것 같은 알렉스의 의뢰인들은 결국 회복된 것처럼 보이거나 환경의 변화로 치료를 끝내기는 하지만, 문학이 진정으로 그들에게 도움이 되었다라는 논거가 부족하고 책 전체를 관통하는 '독서 치료'에 대한 신뢰를 심어주기에도 약간은 부족한 내용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소설의 시점 역시 알렉스로 일관되지 않고 여러 사람의 시점이 번갈아가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데, 마치 애매모호한 소설의 내용을 직접적으로 등장인물이 나서서 독자에게 해명하기 위한 것처럼 느껴져서 당황스럽기도 했다. 특히 로베르의 죽음과 장례식 장면은 뭐랄까, 소설의 장르가 갑자기 코미디로 전환되는 그런 느낌마저 든다. 음...프랑스 유머를 이해못하는 내가 문제일 수도 있지만, 이런 경우는 어떤 문학을 처방받으면 좋을지 알렉스를 소환해봐야겠다.
책에서 알렉스에게 치료를 받는 사람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책이 끝나기 전 치료를 마무리 한다. 책의 내용으로만 봐서는 알렉스의 치료가 효과를 발휘한 것인지 아닌지가 모호하다. 적어도 알렉스 본인의 상황은 확실히 개선된 것처럼 보이는데, 그 역시 책의 효과인지는 불분명하다. 왜냐하면 처음에 그가 자신에게 처방한 책은 아무 소용이 없었기 때문. 하지만 그들이 알렉스를 찾아오지 않았더라면 존재하지 않았을, 어떻게 보면 그들의 반복적인 일상에서 어느 정도 일탈을 가져온 '독서'라는 행위로 인해 바뀌게 되는 삶에 관한 이야기를 작가는 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바뀐 삶이 예전보다 더 좋아질 수도 있고 나빠질 수도 있지만 나의 노력을 통해 내 삶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아무나 쉽게 터득하기 어려운 큰 깨달음이고 알렉스가 염두에 둔 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일수도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