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허풍담 1 - 차가운 처녀
요른 릴 지음, 백선희 옮김 / 열린책들 / 2012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요른 릴의 북극 허풍담 시리즈는 10권이 완결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는 3권까지만 번역이 되어있다. 아마도 독자들의 호응이 그리 크지 않았던 모양인데, 내 개인적으로는 꽤 재미있게 읽었던 작품이다. 북극의 그린란드 북동부에 사는 사냥꾼들의 시트콤이라고 할 수 있데 대부분 엉뚱하고 에이~ 말도 안돼..라는 혼잣말을 하게끔 만드는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지만 그 중에는 눈가를 촉촉하게 만들고 북극의 눈도 녹일만큼 따뜻한 이야기들이 숨어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너무 웃겨서 허풍담이라는 제목이 딱 들어맞는 소설이다. 3권까지 다 읽고 나니 10권까지 볼 수 없다는 것이 아쉽다.


   그린란드 북동부에는 시기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지만 사냥회사에 고용된 약 20명 정도의 사냥꾼들이 두명 혹은 세명씩 짝을 이루어 각각 다른 장소에서 살면서 사냥을 하며 살아간다. 서로의 오두막까지는 기상조건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썰매로 3,4일 정도 걸리고 이들은 1년에 한번씩 보급품을 전달해주고 사냥된 모피를 수거해가기 위해 오는 베슬마리호가 외지에서 오는 유일한 방문객이다. 베슬마리호는 사냥꾼들을 위해 새로운 물품도 싣고 오지만 때로는 새로운 사냥꾼이나 조사단 같은 손님들을 실어 나르기도 하는데 북극 사냥꾼들에게는 1년에 한번 오는 베슬마리호가 도착하는 날이 가장 큰 축제날이며 그때는 그린란드의 모든 사냥꾼들이 배가 기항하는 곳에 모두 모인다.


"흔히들 그린란드 북동부의 사냥꾼들을 놀기나 좋아하는 사람들로 묘사를 한다. 축제를 즐기는 취향을 가진 사람들이라는 의미라면 아마 맞는 말일 것이다. 어쩌면 그런 취미는 단조로운 일상과 고된 노동, 그리고 고립 생활에서 생겨난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이곳 사람들은 인생이 제공하는 즐길 가능성에 다른 어느 곳보다 열려있고 태평스럽고 더 유쾌한 사람들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린란드 동부 사냥꾼들은 사실 세계 여느 지역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다만 그들은 다른 가능성들을 가졌을 뿐이다. 사회가 제공하는 감호 창살 안에서 평생을 사는 사람들은 북극에서 사는 상상만 해도 소름이 돋을 것이다. 황량하게 펼쳐진 빙하, 무시무시한 고독, 무한하고 척박한 세계 속에서 수도승처럼 사는 정결한 생활. 이런 곳에 스스로의 의지로 매년 남아 있을 뿐 아니라 이곳 생활을 좋아한다는 걸 이해하기란 어렵다" (p165)


   외부인들에게는 척박하고 고립되고 따분하게 생각되는 북극 생활이 실제 그곳에 사는 사냥꾼들에게는 경이롭고 자유롭고 재미있는 곳이 된다. 사냥꾼 중에는 귀족이어서 백작이라 불리우는 사람도 있고 전직 군인도 있으며 나름 문명 사회에서 이런 저런 일을 하다가 북극으로 오게 된 사람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명 생활을 그리워하거나 보급품 수송선을 타고 나가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은 겉보기에 화려한 감옥보다는 광활한 자연 속 고독이 더 낫다는 북극 사냥꾼들의 삶의 철학을 보여주는 듯 하다. 사냥 말고는 아무일 없을 것 같은 북극에서 일어나는 개성 넘치는 사냥꾼들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