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숍 스토리 - 취향의 시대, 당신이 찾는 마법 같은 공간에 관한 이야기
젠 캠벨 지음, 조동섭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책을, 특히 종이책을 애정하는 사람이라면 서점이라는 단어를 듣기만 해도 달뜬 기분일 것이다. 당신이 바로 그런 취향이라면 전 세계에서 심혈을 기울여 선정한 300여개의 독립서점에 관한 이 마법 같은 이야기가 얼른 읽고 싶어질 것이다.


서점은,

타임머신

우주선

이야기 제조기

비밀 보관소

용 조련사

꿈 사냥꾼

진실 탐색기

그리고 가장 안전한 장소다

(책에서 발췌)


   이 특별한 서점 여행은 저자의 나라인 영국에서부터 시작한다. 스코틀랜드, 잉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를 거쳐 유럽과 북,남미 그리고 아프리카와 호주를 거쳐 아시아의 서점까지 두루 섭렵한다. 서점으로 세계일주를 하는 셈이다. 단순히 서점이라는 장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서점이 탄생하게 된 배경이나 각 서점을 특히 사랑하는 작가들의 이야기, 작가들이 서점을 낸다면 어떤 서점을 갖고 싶은지와 같이 기분좋은 상상을 하게 만드는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저자가 찾아낸 서점들의 대부분은 그냥 책을 판매하는 장소가 아니라 늘 책과 관련된 이벤트가 열리고 서점을 찾는 손님들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책을 읽으며 서점 직원들이 손님들과 책에 관한 이야기를 스스럼 없이 나눌 수 있는 그런 곳이다. 특히 중고책 시장이 활성화 되어있고 중고책의 값어치를 무조건 '새 것의 상태에 가까운'에 두지 않는 감성이 부럽다. 독립서점들은 대형 체인서점들과는 달리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체인서점들은 팔리지 않을만한 책을 두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지만 독립서점들은 새롭거나 흥미롭거나 하는 것들에 관심을 갖는다. 그렇게 해서 서점의 개성과 지성을 차근차근 쌓아가게 된다.


   물론 그런 독립서점들의 발전을 위한 독자들의 노력도 요구된다. 인터넷으로 쉽게 책을 주문할 수 있는 시대에 직접 멀리 떨어진 서점을 방문하고 사려고 계획하지 않았던 책들을 구입하고 단골 고객이 되는 일이 쉽지는 않다. 동네 서점이 전멸한 한국에서는 특히 어려울 것이다. 가고싶은 서점을 만들기 위해서는 서점과 독자 모두의 아이디어와 투자가 필요한데,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이야기 중 개인적으로는 특히 '책 자판기'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다. 각 서점마다 흥미롭고 독창적이지만 절대 팔리지 않을 책들이 있을 것이다. 그런 책들을 어떤 책인지 미리 알 수 없도록 자판기에 넣고 뽑게 만드는 것인데, 책의 가격을 2달러 정도로 책정해서 호기심으로 뽑게 만드는데, 내가 직접 눈으로 보았다면 책꽂이에서 빼지 않을 책들과 우연히 만나는 즐거움을 맞볼 수 있다. 어떤 사람은 일년동안 1주일에 1권씩 자판기에서 책을 뽑아 다 읽고 블로그에 서평을 남겼다고 한다. 예전에 프랑스에 있는 한 햄버거 집에서 키오스크로 주문을 하면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면서 읽을 수 있도록 짤막한 이야기가 영수증 종이에 인쇄되어 나오는 것을 보기도 했는데, 책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좋은 방안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쉽지만 우리나라의 서점은 등장하지 않는다. 나 개인적으로도 우리나라의 독립서점에 큰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는 듯하다. 빌 브라이슨의 말처럼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알아챌 수 있'는 특별한 서점이 내가 사는 곳에도 있을까?


서점은 독자와 독자의 호기심으로 살아갑니다. 망설이지 마세요. 들어오세요!

호기심에, 촉각에 힘을 주세요. 인생을 짧고 책에서 발견할 것은 많습니다.

책은 맛있고 배부르고 달콤하고 진귀합니다.

(몽골 울란바토르에 있는 '리브레리 파피용'의 슬로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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