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시간, 그 너머 - 원자가 되어 떠나는 우주 여행기
크리스토프 갈파르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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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렸을 때 '우주'에 관한 이야기라면 다 공상과학이라고 생각했다. 우주란 인간이 감히 침범할 수 없는 영역이며 그래서 때가 타지않은 순수한 공간이라고 믿었다. 지금은 우주에 대해 밝혀진 사실이 많아 더 이상 '신의 영역'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지만, 여전히 그래도 우주는 나에게 '공상'이었다. 천체물리학자인 저자는 이 책을 쓴 목적이 어려운 공식을 언급하지 않고서도 대중들이 천체물리학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스티븐 호킹을 지도교수로 모시기도 했던 저자가 최대한 전문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물리학에 대한 상식이라고는 1도 없는 나같은 독자를 위해 이런 아름다운 책을 썼다는 것 자체로도 황송할 지경인데, 심지어 이 책은 정말 재미있기까지 하다. 우주와 은하와 별과 행성들에 관한 어설픈 지식이 부끄러웠던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자신감을 회복해보도록 하자.


   저자는 우리가 비교적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우주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우리가 지레 겁먹지 않도록 다독인다. 책에서 언급되는 유일한 수학공식은 E=mc² 뿐이라며 우리를 안심시키고 우리가 속해 있는 태양계, 우리가 속해 있는 은하 등 친숙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뉴턴의 중력의 법칙으로 안내한다. 여기서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뉴턴의 중력의 법칙이 한계가 있다는 말을 과학 수업시간에 들어본 기억이 없는 나로서는(물론 나의 잘못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는 않겠다), 태양 주위를 도는 8개의 행성 중 수성은 왜 뉴턴의 법칙에 어긋나는 궤도로 태양 주위를 도는지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유독 수성의 유별성에 신경을 쓰던 한 사람이 중력은 힘이 아니라 시공의 휘어짐이라는 정신나간 생각을 하게 되는데, 그 사람이 바로 아이슈타인이며 정신나간 생각은 일반상대성이론이라 불리는 유명한 이론이 된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천체물리학의 거의 모든 이론들을 등장인물로 하나씩 내세우는데 마치 앞으로 친해져야 할 친구를 소개하는 듯한 느낌이다. 여전히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 어려운 이론들도 존재하지만, 시공의 의미가 없어지는 빅뱅 이전의 우주라는 반환점을 돌아 다시 내가 살고 있는 이 시공간으로 돌아오는 기나긴 여정을 포기하지 않고 완주할 수 있도록 해주는 페이스메이커 같은 책이다.


   이 책은 상상력과 부지런함을 요한다. 어느 순간 빛의 속도의 99.9 퍼센트의 속도로 날아가는 로켓에 올라타있나 했더니, 갑자기 미니버전이 되어 우리 집 냉장고와 자석 사이에 존재하는 양자의 세계를 거닐기도 한다. 한번도 본적 없는 블랙홀에 빨려들어가 영원히 사라지나 했더니, 극적으로 양자점프를 통해 블랙홀을 탈출하기도 한다. 우주는 하나만 있는 줄 알았더니 세상에, 다중우주는 물론이고 평행우주, 거품우주까지 등장한다. 그리고 괴상한 끈 이론은 무엇이며 브레인 이론은 또 뭔가. 죽은 것도 아니고 산 것도 아닌, 죽었으되 살아있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어떻게 되었을까. 이게 무슨 괴상한 소리인가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이 양자물리학 강의를 한 뒤 학생들에게 했다는 말을 들으면 안심이 되지 않을까.


" 여러분이 내 말을 이해했다면, 내가 똑바로 말하지 못한 것이다." (p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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