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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도도 - 사라져간 동물들의 슬픈 그림 동화 23
선푸위 지음, 허유영 옮김, 환경운동연합 감수 / 추수밭(청림출판) / 2017년 8월
평점 :
살아 있는 모든 피조물을 향한 사랑은
인간의 가장 고결한 특징이다 - 찰스 다윈
정말? 인간이 그런단 말이야? 이 책을 읽고 나면 이런 자문을 하게 된다. 심지어 나도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이 부끄러워진다. 도도는 지구상에서 멸종된 대표적 종으로서 'as dead as Dodo'라는 숙어를 만들어 낼 정도로 사람들의 마음 속에 비극으로 남아있는 생물종이다. 지구가 생겨난지 약 45억년, 지구에 생물이 출현한 지 약 38억년, 수많은 생물들이 생겨났다 사라지는 것은 당연하다. 멸종은 새로운 종의 탄생만큼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토록 '멸종'에 집착하는가? 우리가 우려해야하는 부분은 자연현상이 아닌 인간에 의한 '인위적인' 멸종이다. 한 인종이나 생물의 탄생과 멸종은 생태계의 고리와 관계에 영향을 미친다. 서로 연결고리로 이웃해 있는 한 개체가 어떤 징후나 예고 없이 한순간에 사라질 경우, 하나의 유기체로 결합된 자연에 위기가 찾아온다. 먹이사슬의 상층부에 있는 인간에게까지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하다.
하지만 이 책은 여기서 생물종의 멸종으로 인해 인간이 감내해야 할 무언가를 강조하지 않는다. 결국은 인간이 살기 위해서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이기적인 관점을 강요하지 않는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이미 멸종되었거나 멸종위기에 있는 생물들을 다루지만, 그 생물들과 공존하며 살아가던 원주민들의 멸종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인간이 같은 인간을 '멸종' 시킬 권리가 있는가. 누군가는 아메리카 신대륙을 개척한 콜럼버스를 위인으로 칭송하겠지만 누군가는 "콜럼버스는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침략과 종족 멸종을 가져온 선구자였다" (p254)라고 평한다. 다음의 저자의 말에 씁슬하지만 동의할 수 밖에 없다.
옳고 그름과 선악을 판단하는 최소한의 기준은 생명을 존중했느냐가 되어야 한다.
그 생명이 인간이든 동물이든 마찬가지다. (p255)
우리가 굳이 보태지 않아도 자연은 멸종과 탄생의 순환을 반복한다. 인간 역시 하나의 생물종이며 멸종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지구와 모든 동,식물을 위해 인간이 멸종해야 한다'는 섬뜩한 농담이 현실이 되길 바라지 않는다면 지금이라도 반성해야한다. 자연의 섭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종은 야만이라 불러 마땅하다. 자연과 싸워 이길 수 있다는 근거없는 자만은 버려야한다. '생각하는 사람'이라는 타이틀을 반납하고 싶지 않다면 진짜 생각 좀 하고 살자, 얼마나 많은 원주민들과 동물들이 이미 가진 자의 더 갖고자 하는 탐욕으로 인해 더 이상 자연의 일부로 남을 수 없게 되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