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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박물관 - 모든 시간이 머무는 곳
매기 퍼거슨 엮음, 김한영 옮김 / 예경 / 2017년 6월
평점 :
세상에는 엄청나게 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이 존재하고 그들이 사람들의 삶에 끼치는 직,간접적인 영향은 다 헤아리기 어렵다. 나만 하더라도 대학생이 될때까지 한번도 가보지 못한 (적어도 가본 기억이 나지 않은) 박물관과 미술관들의 존재가 그 이후에 한꺼번에 쓰나미처럼 덮칠때 느꼈던 감정들을 지금도 고스란히 기억한다. 그리고 그 이후 그들에 대한 관심은 지금도 유효하다. 이 책을 엮은 저자도 아마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인상 깊었던 박물관을 다시 찾아가 기억 혹은 무의식 언저리에 묻혀있던 추억을 듣고 싶었나보다. 단, 전문 미술 비평가들이 아닌 작가들에게서 말이다. 이 책은 24명의 작가들이 자신의 유년 시절의 한자락을 차지했던 박물관에 관한 이야기이다. 때로는 즐거웠던 기억을 이야기하고 때로는 끔찍했던 기억도 떠올린다. 유년 시절의 기억이 여전히 유효한 곳도 있고 그 때와 다르게 느끼는 장소도 있다.
자, 이제 24명의 작가들의 추억의 장소로 이동할 준비가 되었는지. 우리에게도 너무나 잘 알려진 거대한 박물관들은 의도적으로 배제된 듯 하다. 등 떠밀려 다니며 겨우 멀리서 인증 샷 하나 찍을 정도로 번잡한 (물론 작가들의 유년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을 수도 있으나) 박물관이나 너무나 거대해 무엇을 봐야할 지 모르는 박물관에서는 아무래도 작가적 상상력이 발동하거나 사유를 위한 나만의 시간을 갖기 어렵지 않을까. 그래서인지 여기에 소개된 박물관들은 대부분 가보기는 커녕 내가 한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곳이 많다. 24곳 중 내가 실제 가본 곳은 파리의 <로댕 미술관>, 멜버른의 <빅토리아 국립미술관>, 그리고 빈의 <레오폴드 미술관>이다.
24인 작가들의 경험은 대체적으로 흥미롭고 그들의 마음 속에 존재하는 박물관들 역시 한번쯤 가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작가들의 작품도 나에게 맞는 스타일이 있듯이 각 작가들의 짧은 글들도 호불호가 생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듯 하다. 우선 내가 가보지 못한 장소에 대한 묘사가 너무 추상적이거나 심하게 기억의 편린에 의존한 것일 경우, 도무지 머릿 속에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호감도가 하락한다. 어딘지 어수선한 느낌이랄까. 특히 마지막에 실린 작은 사진들을 제외하면 박물관을 시각적으로 이해시킬 사진이 없어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가본 박물관들에 대한 이야기는 확실히 흥미지진했고 가보지 않았어도 독자를 끌어당기는 이야기도 분명 있었다. 그러니 독자에 따라 다를 수 있음을 분명히 말해둔다.
하지만 적어도 이것만은 확실하다. 나에게 끌리는 박물관은 무엇이었는지 생각해보게 만들었던 시간이었고 그들의 추억 속 24곳을 비롯해 세상의 모든 박물관을 더욱 탐하게 되었다는 것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