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잠 세트 - 전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7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린 일생의 3분의 1을 자면서 보내요. 3분의 1이나. 게다가 12분의1은 꿈을 꾸면서 보내죠. 하지만 사람들 대부분은 관심이 없어요. 잠자는 시간을 단순히 몸을 회복하는 시간으로 보거든요. 깨는 순간 꿈은 거의 자동적으로 잊혀요.(...) 잠의 세계는 우리가 탐험해야 할 신대륙이에요. 캐내서 쓸 수 있는 소중한 보물이 가득 들어있는 평행 세계죠. 앞으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단잠 자는 법을 가르치는 날이 올거에요. 대학에서는 꿈꾸는 방법을 가르치게 될 거에요. 대형 스크린으로 누구나 꿈을 예술 작품처럼 감상하는 날이 올 거에요..." (p13-14)


   카롤린 클라인의 잠과 꿈에 대한 위의 대사가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뼈대라고 생각된다. 꿈에 관한 프로이트 이론이나 루시드 드림이라고 하는 자각몽에 관해 들어도 보고 관련 책도 읽은 적은 있지만 직접 나의 잠과 꿈을 통제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지는 않은 듯하다. 인간의 수면주기는 잠의 깊이와 뇌파의 종류에 따라 5단계로 나뉘는데 (0단계까지 포함하면 6단계), 우리가 흔히 렘수면이라고 알고 있는, 몸은 이완되어 있으나 오히려 뇌의 활동은 활발해지고 안구의 빠른 움직임이 포착되는 역설수면의 단계가 바로 이 5단계이며 이때 우리는 선명한 꿈을 꾸게 된다. 소설은 이 역설수면 이후 6단계가 존재한다는 가정에서 시작된다.  소설에 따르면 6단계에 들어서면 우리의 몸은 더 이완이 되어 심장박동 수는 더 느려지지만 뇌의 활동은 더 활발한 단계로 '솜누스 인코그니투스' 즉 미지의 잠의 단계로 불린다.


   밝혀진 잠과 꿈의 영역을 확장시켜 미지의 세계를 상상해 내는 방식이 내가 좋아하는 형식이기도 하고 내가 탐험해보려고 시도해보지 않은 잠과 꿈의 세계에 관한 이야기라 기대치가 높은 작품이었다. 소설의 앞부분은 현재까지 밝혀진 사실들에 바탕을 둔 이야기들이라 그런지 내 기대감을 충족시켜주는 듯 했지만, 카롤린 클라인이 '미지의 잠'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꿈의 부족인 세노이 부족을 찾아가서 무엇을 했는지, 아들 자크가 세노이 부족의 일원을 아내로 맞이하면서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미래의 내가 과거의 나를 만나러 오는 6단계 잠의 비밀에 관한 내용 등이 소설 안에서의 개연성이 충분하지 않은 듯 하여 많이 아쉽다. 평소에 역설수면의 단계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자각몽을 꾸는 사람이라면 모르겠으나, 꿈을 통제하기는 커녕 어제 꾼 꿈도 기억못하는 경우가 많은 나로서는 별로 친절하지 않은 소설이었다. 유명 작가에게 용두사미라는 말을 함부로 쓰기는 어려우나, 나에게는 그리 느껴졌던 작품이었다. (그리고 사족이지만, 분량이나 글밥으로 보았을 때 충분히 한권으로 만들어도 되었을법한 책이다)


"현실이 믿음이라면 꿈은, 꿈은 뭐죠?"

"꿈은 일체의 믿음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거야." (p8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