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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된 서점
가쿠타 미츠요.오카자키 다케시 지음, 이지수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2월
평점 :
이 책은 우리나라엔 이제야 번역된 것이지만 쓰여지기는 약 15여년 전에 쓰여진 책인듯 하다. 그래서 책 속에 등장하는 헌책방도 지금은 안타깝게도 문을 닫은 곳이 몇군데 있는 것 같다. <종이달>의 작가 가쿠타 미쓰요와 <장서의 괴로움>의 저자 오카자키 다케시가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만담처럼 쓴 도쿄 헌책방 순례기이다. 오카자키가 사부로서 가쿠타에게 매회 지령을 내려 헌책도를 다양한 방식으로 깨닫게끔하고 이를 가쿠다는 나름의 방식대로 잘 소화해내면서 헌책도를 깨우치는 과정을 담았다. 일본 작가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나로서는 책에서 언급하는 대단한 작가들에 대해 공감할 수 없어 많이 아쉬웠고, 이 책을 들고 도쿄에 가서 서점에 들른다 한들, 까막눈이라 책에서 언급된 헌책들을 찾아다니는 재미 또한 느낄 수 없겠지만 헌책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음은 물론이다.
가쿠타가 사부에게서 받은 지령들은 다음과 같다.
- 어린 시절 즐겨 읽던 책을 찾아라!
- 책 진열법을 배워라!
- 설마 했던 곳에서 헌책방을 만끽하라!
- 청춘 시절의 책을 찾아라!
- 쇼와 초기의 책을 찾아라! (쇼와 원년은 1926년)
- 균일가 매대를 노려라!
- 그 지방 작가의 책을 찾아라!
- 즉매회가 열리는 곳에서 취향에 맞는 책을 찾아라!
책을 읽고 서울의 헌책방을 검색해봤는데, 책에서 언급된 헌책방 같은 진정한 헌책방은 찾기 어려운 듯 하다. 우리나라의 헌책방은 다 어디가버렸을까. 어렸을 때 읽고 또 읽었던 세계문학전집이나 아빠 서재에 있던 어렵게만 보이던 책들은 지금은 다 어디있을까. 옛 책들을 귀하게 여기는 일본인들의 감성은 어디서 비롯된것일까. 우리나라에도 누군가는 어딘가에서 오래된 책들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어린 시절 책들을 간직하고 있지는 않을까. 책을 읽고 나름 사부가 내린 지령들을 나도 수행하고픈 마음은 굴뚝 같았으나, 그럴 기회는 오지 않을 것 같아 많이 아쉽다. 단순히 책을 싸게 파는 할인서점이 아닌, 책방에 가는 것만으로도 역사 순례를 하는 듯한 기분이 들게 만드는 진짜 '아주 오래된 서점'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런 헌책방을 있게 만드는 독자의 의무란 어떤 것일까 생각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