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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 기후위기와 패스트패션에 맞서는 제로웨이스트 의생활
이소연 지음 / 돌고래 / 2023년 11월
평점 :
연초에 쇼핑을 줄여보겠다는 목표를 세웠었다. 옷과 신발, 가방을 구입하지 않은 날에 매일 만원씩 저금하는 것으로 기록을 해보기로 했다. 한 해의 절반이 지난 지금 저금액을 보면 그래도 쇼핑 품목이 20개 정도는 되는 듯 하다. 여름이라 티셔츠 한 장, 휴가 가야 하니 반바지 하나 사야지라는 생각은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떠오른다. 티셔츠가 없어서? 반바지가 없어서? 옷장에 옷이 차고 넘치지만 매일 왜 이렇게 입을 옷이 없냐고 불평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야 한다.
정확히 말하면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가 아니라 '새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이다. 저자는 이미 5년 차 새 옷을 구입하지 않고 있는 사람으로 옷이 필요한 경우 중고거래로 구입하거나 새 옷을 사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친구들이 자신들이 안입게 된 옷을 받기도 하는데, 옷을 사지 않는다고 해서 스타일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저자는 여러 방면에서 환경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람이다. 저자의 제로웨이스트 의생활 역시 이런 배경에서 탄생한 것이다. 저자 역시 처음에는 쇼핑좀비라고 할 정도로 쇼핑에 중독된 상태였다고 한다. 이런 저자가 옷을 사지 않기로 결심한 이유에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특히 패스트패션을 주도하는 기업들의 노동력 착취와 환경오염에 대한 무감각이 주된 이유이다. 패션업계의 현실에 대한 고발에 각종 참고자료를 인용하고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얼마 전에도 한 명품회사의 노동력 착취에 대한 기사가 헤드라인을 장식했지만 여전히 그 매장의 물건을 사기 위해 사람들은 줄을 서 있을 것이다. 지구의 환경을 오염시키는 것들 중 가장 많은 탄소배출을 하는 것이 바로 의류업계라고 한다. 비행기가 배출하는 탄소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어마어마한 재고는 소각되면서 엄청난 오염을 만들어내고 섬유쓰레기들은 비서구 국가에 여과없이 버려져 소가 여물대신 섬유조각을 씹고 있는 충격적인 장면을 만들어낸다.
'재활용'에 대한 부분에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깨달음이 왔다. 플라스틱을 재활용해서 옷을 만든다고 해서 친환경이 아니라는 점이다. 무언가를 재활용하기 위해서도 에너지가 필요하고 재활용과 생산 과정에서 발생되는 유해물질은 피할 수 없다. 폐페트병으로 만든 티셔츠를 구입한다고 해서, 에코백을 구입했다고 해서 환경에 도움이 되는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말자. 저자는 미니멀리즘을 주장하지 않는다. 마구잡이로 버리는 것은 또 다른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내 수중에 있는 물건을 되도록 오랫동안 쓰는 것이 가장 좋은 제로웨이스트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사는 것을 멈추는 것이 필요한 시대다. 물론 혼자서 쇼핑을 멈추는 것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그렇지만 이런 노력은 한 번쯤은 우리가 외면하고 있던 문제들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