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스페이스 실록 - 너의 뇌에 별을 넣어줄게 파랑새 영어덜트 4
곽재식 지음, 김듀오 그림 / 파랑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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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교 시절에는 생물을 제외한 나머지 과학을 정말 싫어했는데 지금은 그 싫어했던 과목들이 재미있는 걸 보면 공부와 시험이라는 압박이 없어서 그런것인지 그만큼 재미있고 이해하기 쉬운 책들이 많아져서인지는 모르겠다. 저자인 곽재식 교수는 교양과학서적도 많이 출간했고 대중매체 여기저기에 많이 나오는 분이지만 이분의 저서를 읽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우선 책의 제목이 재미있다. 굳이 풀이하자면 '우주 실록'인데 우리는 보통 과학과 우주에 관한 학문은 유럽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고 대부분의 관련 책들 역시 그들의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 그렇다면 그들이 활동했던 시기와 비슷한 때에 우리 조상들은 별에 관해, 우주에 관해, 그 어떠한 궁금증도 없었고 기록도 없었을까? 이 책은 바로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내가 알고 있는 우리 문화 유산 중 하늘과 관련된 가장 유명한 것을 꼽으라면 당연히 경주에 있는 첨성대이다. 처음에는 첨성대가 별을 관측한 곳이라는데 크기가 너무 작아서 실망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여전히 첨성대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된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정확하게 알기 어려우나 확실한 것은 신라시대의 사람들도 이미 하늘이나 별에 지대한 관심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하늘에서 유난히 밝게 빛나는 별을 수호신으로 여기고 제사를 지내거나 혜성이 관측되었을 때는 불길한 일을 점치기도 했고 서양에서 관측된 초신성이나 혜성같은 것들을 같은 시기에 우리 조상들도 관측하고 기록했다는 것이 신기했다.


   다만 우리와 서양의 다른 점이 있다면 서양에서는 하늘에 특이사항이 발견되면 널리 알려 연구할 수 있도록 했던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반역이 일어날 조짐이니 어쩌니 하면서 쉬쉬하거나 그저 운명론적인 생각으로 끝났다는 것이다. 심지어 영조는 하늘의 태양을 관찰하는 것을 임금에 대한 도전으로 보고 기구들을 다 없애버릴 정도였다니 말 다했다. 하지만 지금은 우리나라의 우주과학연구나 기술도 훌륭한 수준에 올라 많은 공헌을 하고 있다고 한다. 수성에 윤선도와 정철의 이름이 붙은 지역이 있고 우리나라 고등학생들이 지은 이름인 '아라'가 한 외계행성의 이름으로 지정되기도 했다니 신기했다.


   재미있는 이야기도 많다. 1476년 성종 때 있었던 과거시험에 부정행위가 적발돼 그 날 시험은 무효가 되고 다음 날 다시 시험을 치렀는데 원래 출제되었던 문제가 국방에 관한 문제였다면 다음 날 나온 문제는 과학문제가 많았다고 한다. 그 중 하나만 인용해 보면,


세상에는 온천이라는 것이 있어서, 물이지만 자연히 뜨거운 것이 있다. 그런데 왜 차가운 불이라는 것은 없을까?

p364


   예전에는 물과 불이 서로 반대의 성질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나온 질문이다. 이 질문에 어떤 대답들을 했었는지에 대한 내용이 없어 아쉽기는 하다(엉뚱한 대답들이 많았을 것 같은데). 조선시대 이규보가 쓴 <문조물>에 관한 에피소드도 재미있다. '문조물'이란 '조물주에게 묻는다'라는 것인데 글의 시작이 세상을 만들 때 왜 성가신 모기 같은 것도 같이 만들었는지 따지는 것이라고 한다. 당시에도 사물이나 생물의 존재에 대한 사고가 존재했다는(생각해보면 당연한데도) 것이 흥미롭다. 이외에도 세상에 이런 일이? 같은 이야기들도 많아 재미있는 교양과학서로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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