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 푸로스퍼로
에이미 마이어슨 지음, 성세희 옮김 / 파불라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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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한 번 모험을 하기로 해본다. 최근에 읽었던 제목에 '서점'이 들어가거나 서점이 배경인 작품들이 그냥 그래서 고민을 했는데 알라딘 '추천 마법사'가 나를 위한 책이라고 친히 추천해주니 읽어보기로 했다. 보통 서점이 배경인 책들의 공통점이 있다. 꼭 어디에 그렇게 하라고 나와있는 것처럼 비슷하다. 주인공은 서점엔 눈꼽만큼의 관심도 없었는데(혹은 그런 서점이 존재하는 줄도 모른다) 가족 혹은 친척이 죽으면서 주인공에게 서점을 유산으로 남겨준다. 생업이 있는 주인공은 돌아가신 친척의 변호사로부터 소식을 전해듣고 서점을 본인이 운영할 생각은 전혀 없는 채로 처분하려고 오지만 서점의 재정 상태는 항상 꽝. 망해가기 일보 직전인 서점과 거기에 생계가 달려있는 서점 직원들의 적대적인 태도도 빠지지 않는다. 그러다 서점의 누군가와 로맨스가 생기고 결국 생업은 내버려두고 서점과 운명을 함께 하기로 한다.


   와...이 책도 세부사항만 조금씩 다를 뿐 저 위에서 말한 내용과 정확히 동일하다 ㅎㅎ 어쩜 이렇게 똑같을 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괜찮았다고 말할 수 있는 포인트가 몇 가지 있다. 우선 책의 제목이기도 하고 서점의 이름이기도 한 '푸로스퍼로'가 이야기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단어인데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에 나오는 마법을 지닌 공작의 이름이다. 주인공 미랜더(역시 <템페스트>에서 푸로스퍼로의 딸 이름이다)는 12살이 될 때까지 정말 친하게 지냈던 삼촌 빌리가 엄마와 크게 싸운 뒤 16년간 연락을 하지 않고 지내다가 삼촌의 부고 소식을 듣게 된다. 서점 푸로스퍼로는 삼촌이 운영하던 서점인데 미랜더 역시 어렸을 때 자주 놀러가던 곳이다. 16년간 연락을 끊고 지내던 삼촌은 이 서점을 미랜더에게 유산으로 남기는데 어렸을 때 삼촌과 종종 하던 보물찾기 방식으로 돌아가신 삼촌의 메세지가 미랜더에게 전달된다.


   미랜더는 항상 12살의 생일이었던 날, 삼촌과 엄마가 무엇 때문에 싸웠는지, 이후로 왜 삼촌이 연락을 끊었는지에 대한 의문을 품고 살았지만 부모님도 그 일에 대해서는 아무말도 해주지 않았다. 돌아가신 삼촌의 수수께끼 같은 메세지를 받은 후 미랜더는 어렸을 때 했던 것처럼 수수께끼를 풀어보기로 한다. 이 과정 덕분에 이 책은 서점을 배경으로 하는 다른 책들과 차별화된다. 푸로스퍼로로 시작해서 푸로스퍼로로 끝나는 이 수수께끼가 많은 걸 담고 있다. <템페스트>는 그냥 한 번 쓱 읽어보았던 작품인데 다시 정독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삼촌과 관련된 비밀이 미국이라는 사회에서 그게 그렇게 철통 방어를 해야할 만큼 엄청난 것이었는지 미랜더 엄마의 태도는 좀 수긍이 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는 했지만 뭐 작가의 갈등 유발 의도라고 생각해 본다. 원제는 '어제의 서점'이나 '과거의 서점' 정도로 해석할 수 있으나 이 제목의 의미는 책의 결말 부분에서야 드러난다. 번역 제목인 '푸로스퍼로'가 단순 고유명사 이상인 것으로 생각해 보면 번역 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 


당신도 죄를 용서받으실테니, 저를 관대하게 놓아 주십시오.

<템페스트> 푸로스퍼로의 대사, 본문 p390

   이 대사가 이렇게 울림이 있을 줄이야. 당신이 용서받기를 원하는 것처럼 그도 용서해달라는 푸로스퍼로가 청충에게 마지막으로 호소하는 대사. 이 한마디로 나는 이 소설의 진부한 설정을 용서했다(응? 너가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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