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후 세계를 여행하는 모험가를 위한 안내서 - 천국과 지옥 그리고 연옥까지 인류가 상상한 온갖 저세상 이야기
켄 제닝스 지음, 고현석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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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는 가이드북이 등장했다. 저자가 가이드북을 자처하니 나도 분류에 '여행'이라는 키워드를 넣어보았다. 원제는 100 Places to see after you die, 그러니까 죽은 후에 가보아야 할 100개의 장소로 유명 여행 가이드북을 패러디했고 우리나라 번역 제목은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패러디했다.


   제목만 가이드북이 아니다. 여행지의 대분류는 신화, 종교, 책, 영화, 텔레비전, 음악과 연극에서 다루는 사후 세계이고 그 아래 소분류로 각 영역에서 사후 세계를 다룬 이야기나 작품들을 선정했다. 진짜 가이드북처럼 현지의 유용한 정보, 가는 방법, 가서 봐야할 것, 숙소, 피해야 할 것, 맛봐야 할 것, 먹으면 안될 것, 사야 할 기념품 등에 관한 팁도 제공한다(웃겨 죽을 뻔).


   신화나 종교 속의 사후 세계는 비교적 많이 알려져 있는 여행지라서 아주 막 흥미롭지는 않다. 책과 영화 및 대중 매체들이 다루는 사후 세계가 훨씬 재미있다. 아직 보지 못한 책이나 영화 혹은 텔레비전 시리즈 등도 많았는데 저자의 입담이 대단한 건지, 꼭 가보고 싶은 사후 여행지가 많이 생겼다. 그 중에서도 텔레비전 시리즈 중 하나인 <환상특급>은 에피소드 별로 다양한 모습의 사후 세계가 소개되는데, 한 당구 챔피언은 천국에서 당구를 즐기다가도 자신에게 도전하는 선수가 나타나면 지상으로 내려가야 하는데 천국 당국에서 안내 방송을 해준단다 ㅋㅋ <업로드>라는 디지털 천국은 더 황당하다. 여기서는 죽기 직전에 자신의 의식을 가상 천국으로 업로드 할 수 있는데, 거의 모든 게 옵션이다. 월 이용료가 연체되면 바로 '2기가' 신세가 된다. 2기가가 뭐냐고? 그대들의 휴대폰 데이터 용량이 2기가라고 생각해보라. 그럼 쉽게 이해될 것이다. 이런 사후 세계를 단테가 봤다면 어떻게 받아들였을 지 매우 궁금하다 ㅋㅋ


   그나저나 사람들은 왜 이렇게 사후에 뭐가 있을 지 궁금해하는 걸까? 아마 현세에 만족하지 못해서일 수도 있고 현세에서 양심에 찔리는 일을 많이 해서 후세가 두려운 것일 수도 있으리라. 사실 그렇다면 사후엔 흙으로 돌아가서 아무것도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편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또 사후 세계를 믿는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모양. 인류가 마지막으로 탐험할 장소는 우주라고 생각했건만 이 책을 읽고 나니 그건 착각이었다. 인류의 마지막 탐험지는 사후 세계가 될 듯. 이 책이 알라딘 펀딩으로 나왔을 때는 소개글만 슬쩍 보고 그냥 잡학서적이려니 했는데 읽고 보니 신화와 종교, 문학과 다양한 대중 매체 속 사후 세계라는 방대한 자료를 한 번에 볼 수 있도록 집대성했을 뿐 아니라 저자의 재치있는 입담과 유머까지 더해져 사후 세계의 여행가이드북으로 아마도 이름을 날리게 되지 싶다. 독자 여러분들도 마음에 드는 곳으로 하나 골라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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