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
찰리 맥커시 지음, 이진경 옮김 / 상상의힘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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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라는 드라마를 봤는데 생각하지 못했던 말을 들었다. 나는 흔히 자해는(말 자체도) 자신을 해하는 것 그러니까 살고 싶지 않아서 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단다. 자해는 진짜 살고 싶어서 자신을 좀 도와달라는 몸부림이란다. 아..그렇구나. 갑작스런 깨달음. 자살과 자해는 다르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비슷한 깨달음을 얻었다. '도와줘'라고 말하는 건 포기가 아니라 포기를 거부하는 것이라는 것.


   <소년과 두더지와 여우와 말>은 일러스트 동화이다. 혼자였던 소년이 혼자였던 두더지를 만나고 덫에 걸린 여우를 구해주면서 동행이 되고 또 말을 만나 끊임없이 인생이라는 길을 걷는 그런 이야기다. 간단한 것 같지만 우리가 살면서 만나게 되는 그런 상황들이 다 들어있다. 우리는 보통 인생을 엄청 복잡하다고 생각하지만 때로는 이렇게 덕지덕지 붙은 살들을 다 떼어내고 하게 되는 성찰이 가장 와닿을 때도 있다. (이것도 일종의 편견이지만) 아무 배경없이 이 책을 보았을 때, 나는 저자가 어떤 장애를 가지고 있는 사람이 아닌가라고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보니 전혀 아니었다. 어느 날 친구들과 진정한 용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후 그걸 그림으로 그려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중증장애를 치료하는 센터나 학교 같은 곳에서 이 그림을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문의가 쇄도했다고 한다.


   일러스트가 뭐랄까 되게 독특하다. 부드럽고 따뜻한 느낌이다. 대부분이 흑백인데도 대충 스케치한 듯한 둥글둥글한 그림들이 절로 미소가 나오게 한다. 아마 다른 이들도 다 그런 느낌을 받았기에 이 그림을 사용하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이 책에 대한 인상을 한마디로 해보자면 '뽀시래기 행복'(이 표현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음)이라고 할 수 있겠다. 거창하지 않고 작고 사소하지만 우리에게 때로 완벽한 만족감을 주는 그런 것들 말이다. 두더지의 케이크랄지 그저 친구들과 함께 하는 것 같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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