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쿠엔틴 타란티노 지음, 조동섭 옮김 / 세계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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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에 개봉한 동명의 영화를 소설화한 쿠엔틴 타란티노의 첫번째 소설이다. 보통은 책을 영화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반대이다. 그만큼 쿠엔틴 타란티노가 이 작품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이 된다. 사실 난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팬은 아니라서 무수한 매니아층을 달고다니는 그의 작품들을 많이 챙겨보는 편은 아니다. 동명의 영화도 보질 않았는데 바로 그 점이 소설에 좀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해주었던 듯 하다.


   소설은 1960년대의 할리우드를 쿠엔틴의 방식으로 추억하고 애도하고 있는 듯 보인다. 소설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작품들을 거의 본 적이 없는데다 언급되는 배우나 감독들도 아는 사람이 없어서 사실 고백하자면 처음에는 좀이 쑤셨다. 책을 몇 번이나 덮었는지 모른다. 그러다 1960년대의 할리우드에 대해 검색을 좀 해보고 나서야 흐름 같은 것이 이해가 되었다. 특히 찰스 맨슨과 그를 숭배하던 히피 일족들이 샤론 테이트를 잔인하게 죽인 사건이 일어난 해가 1969년인데 이 소설은 바로 그 해를 중심으로 한물간 서부극 배우인 릭 달튼과 그의 스턴트 대역이던 클리프 부스를 내세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릭 달튼은 허구의 인물인데 재미있게도 쿠엔틴 타란티노는 허구의 인물인 릭 달튼이 2023년 5월에 90세의 나이로 하와이에 있는 자택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는 부고를 올렸다고 한다. 당연히 릭 달튼의 절친으로 나오는 스턴트맨인 클리프 부스도 허구인물이다. 하지만 이 두 인물은 사실 여러 인물의 조합으로 탄생했다고 하니 그 당시 헐리우드를 꿰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들의 캐릭터에서 누군가를 떠올릴 지도 모르겠다.


   실제 사건과 허구가 마구 뒤섞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감독 나름의 질서와 의미를 부여한 것이 책을 읽다보니 느껴진다. 소설에서는 샤론 테이트는 죽지 않는다. 그리고 쿠엔틴의 아버지가 '애주가 명예의 전당'이라는 술집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커트라는 인물로 나오는데 커트가 릭 달튼에게 여섯살짜리 아들을 위해 사인을 부탁하는데 아들 이름이 바로 쿠엔틴이다. 그의 찐 팬이라면 실제와 허구를 비교해 보면서 쿠엔틴이 비틀어 놓은 1969년의 할리우드에 대한 그의 마음을 짐작해 볼 수도 있을 듯 하다. 소설을 읽고 나니 이제야 영화를 볼 마음이 생긴다. 1969년의 할리우드 - 절대 100% 이해할 수 있는 시공간은 아니지만 멀티버스도 익숙해지려는 즈음에 1969년의 할리우드쯤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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