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태니컬 아트 대백과
캐럴 우딘.로빈 제스 엮음, 송은영.이소윤 옮김 / EJONG(이종문화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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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은 못그리지만 그림 보는 건 좋아해서 읽어본 책. 꽃이나 식물의 세밀화를 보고 있으면 너무 사실적이고 입체적이라 실제로 종이 속에서 튀어나올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받게 된다. 지금까지는 그저 그림을 잘 그렸으니까라는 생각만 했는데, 이 책을 읽고나니 정답은 '관찰'에 있었다. 세밀화를 그리는 이들은 그저 사진을 보고 혹은 상상으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 직접 보고 관찰하고 그 식물에 대해 제대로 된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만 그런 세밀화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이 책은 실제 보태니컬 아트에 들어가기에 앞서 서론이 길다. 식물이나 과실류를 그리기 위해 직접 관찰이 중요한만큼 그림을 그리는 동안 어떻게 생명이 시들어가는 피사체의 수명을 늘릴 수 있는지에 대한 지침도 들어있고 야생식물의 경우 군락을 훼손시키지 않기 위해 알고 있어야 할 가이드라인도 제시해준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으로 보태니컬 아트 작가가 되기 위해서 필수로 알아야 할 기초적인 식물학에 관한 내용도 실려있다.


   이 정도 기본을 갖추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아트작업을 할 차례인가 싶지만 노노. 뭐든 기초가 중요한 법. 연필 소묘의 화법에 대해 일장 연설을 늘어놓는다. 마치 소묘를 제대로 못하는 자 아트를 시작하지 말지어다 이런 경고로 들린다. 연필로 각기 다른 종류의 식물의 특징을 어떻게 살려 그릴 것인지에 대해 친절하게 알려준다. 물론 그알못인 나는 아무리 친절해도 시도하기도 어렵지만 말이다. 자, 이제 연필이 끝났다면 이번엔 펜이다. 이렇게 3분의 1정도가 지나서야 보태니컬 일러스트를 채색하는 법이 나오는데, 구경꾼은 여기서부터가 진짜 재미다. 한장한장 넘길때마다 우와 감탄사를 연발하게 된다. 특히 색연필이나 물감으로 표현해 낸 식물이나 과일의 질감이 예술이다. 드라이브러시를 이용한 겹쳐 칠하기로 그린 사과는 정말 딱 먹음직스러운 부사다. 짐작했겠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고난위도의 기법과 엄청난 세밀화가 등장한다.


   보태니컬 아트는 기법이나 도구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제대로 된 세밀화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대상에 대한 이해다. 세밀화라고 해서 사진과 같은 그림이 아니다. 정교하게 사실적으로 그리되 아티스트만의 개성과 피사체에 대해 느끼는 감정에 따라 독창적인 그림이 탄생한다는 사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상에게 애정을 가지고 교감하는 것은 필수. 보태니컬 아트 드로잉의 기법을 다룬 책에 이토록 다양한 이야기가 담겨있는 이유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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