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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늙은 개에게 창이 되어 주고 싶어 ㅣ 베스트 세계 걸작 그림책 23
필립 C. 스테드 지음, 강무홍 옮김 / 주니어RHK(주니어랜덤) / 2023년 1월
평점 :
내가 누군가를 위해 뭘 해줄 수 있나를 생각하는 것보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뭘 해줄 수 있나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사람의 본성이지 않을까.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인간은 이기적인 존재라 나의 이익에 반하는 행동을 자주 하지는 않는다. 인간들끼리도 그러는데 하물며 동물이 상대방이라면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을 듯.
그저 귀엽다는 이유로, 외롭다는 핑계로 같이 살게 된 반려동물을 쓸모없어진 물건 버리 듯 버리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어떤 악마가 들어앉아 있는 걸까? 강아지를 입양해 함께 살다 보니 이런 뉴스를 보게 되면 허탈해진다. 그런 마음을 가진 이들이 이 그림책을 본다 한 들 달라질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보여주고 싶다. 아기 사슴을 위해 키 큰 풀이 되고 싶은 마음이 어떤 것인지, 개구리가 뛰어들 수 있는 웅덩이가 되고 싶은 마음이 어떤 것인지 한번 쯤 생각해 보도록 말이다. 화자는 무엇보다 '지혜로운 늙은 개에게 창이 되어 주고 싶어'라고 하는데 이는 저자의 오랜 반려견에 대한 러브레터라고 한다.
요즘 그림책은 그저 한번 쓱 읽어보고 끝나는 그런 종류의 책이 아니다. 철학적이고 심오하다. 은유가 가득한 시 같기도 하다. 단순하고 쉬운 메세지 같지만 나에게 소중한 것들을, 내가 사랑하는 존재를 향한 마음을 되돌아보게 만든다. 반려견의 보호자로 있어도 좋지만 반려견이 '창 너머 풍경을 바라보며 행복하게 꿈꿀 수 있도록' 창이 되고 싶다는 그 기특한 상상은 어떤 마음을 가져야만 나오는 걸까. 이해하려고 하지 말고 그 순수함을 그저 흡수할 것. 일러스트 스타일의 예쁜 색감을 지닌 사랑스런 그림들을 보는 즐거움은 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