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골목길 드로잉 산책 - 퇴근 후 피렌체를 걷다
박진호 지음 / 미디어샘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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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제가 '퇴근 후 피렌체를 걷다'라서 피렌체에 사는 작가님인 줄 알고 엄청 부러워했다. 나도 퇴근 후 매일매일 피렌체를 걸을 수 있다면 좋겠다라면서. 그런데 그건 아니고 이탈리아에 본사를 둔 외국계 회사에 다니면서 자주 이탈리아로 출장을 다니시는 분이었다. 그러니까 여행 경험 + 직접 그린 드로잉 + 약간의 상상이 더해진 에세이 정도라고 보면 될 듯 하다. 깊은 인문학적 내용을 다루거나 하는 건 아니라서 이탈리아를 다녀온 독자라면 그 시간을 추억하면서, 이탈리아를 가보지 못한 독자라면 언젠가 갈 날을 꿈꾸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특히 작가가 직접 그린 드로잉이 매력적인데 마치 현지 기념품 가게에서 파는 엽서 같은 느낌이다. 한 장 사서 몇 자 적어 누군가에게 보내고 싶은 마음이 들게 만드는 그런 엽서. 정말 이탈리아는 고대로부터 부침이 많았던 곳이라 그런지 역사에 많이 등장하는 주인공다운 품격이 풀풀 풍기는 곳이라 한 일년쯤 살면서 곳곳을 다녀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정말이지 도둑과 소매치기, 사기꾼만 없다면 훨씬 좋은 나라가 될텐데.


   나도 직장 때문에 프랑스 니스 쪽으로 출장을 많이 다녀봐서 그런지 이렇게 일 덕분에 평소 가보고 싶은 곳을 자주 다니게 되는 건 복인 것 같다. 물론 여행과 출장이 같을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일을 마치고 소소한 여행자가 되는 즐거움을 누릴 기회는 있으니까. 그리고 그런 즐거움을 누리는 모든 이들이 저자처럼 그 순간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런 결심을 하고 실천에 옮기는 것만으로도 이미 저자는 다른 이들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뭔가를 하는 사람인거다.


   책의 내용만 보자면 나에게는 조금 아쉽기는 했다. 잘 알려진 그런 이야기들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서 좀 심심했다고나 할까. 그리고 쓸데없는 간섭이지만 적어도 책을 쓰는 분들은 미켈란젤로의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를 <천지창조>라고 안했으면 하는 소망이. 작가님의 첫 번째 책이니 앞으로 두 번째 세 번째 책이 나온다면 좀 더 나만이 바라볼 수 있는 이탈리아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된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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