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 현실과 환상이 만나고 다투다가 하나 되는 무대 클래식 아고라 2
일연 지음, 서철원 옮김 / arte(아르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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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 시절에는 <삼국사기>는 정사, <삼국유사>는 비사까지는 아니지만 뭐랄까 덜 공식적인 이야기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정사라고 알려진 것들이 승자의 기록이라 오히려 뭔가 만들어진 기록일 수 있는데 당시에는 뭐 그렇게 배웠으니까. 3년 전 쯤 경주 여행을 위해 읽었던 책 <경주에서 길을 찾다 - 이소윤 저>에 이런 말이 있다.


경주에서 길을 잃어버리지 않으려면 두 개의 지도가 필요하다

하나는 이야기의 지도인 삼국유사

그리고 내 머릿속의 지도인 상상력


<경주에서 길을 찾다 - 이소윤 저>에서 발췌

   당시 경주를 여행하면서 <삼국유사>는 꼭 읽어봐야지라고 했었는데 3년이 지난 이제야 읽게 되었다. <삼국유사>는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눈다고 한다. 첫 부분은 '왕력편'인데 일종의 연표나 계보로 이루어져 있어 이 책에서는 빠져있는 부분이다. 두 번째는 '기이편'으로 우리가 자주 읽고 듣던 왕들과 관련된 부분인데 설화나 신화적인 부분을 포함하고 있다. 마지막 세 번째 부분은 불교적 내용, 문화, 예술을 비롯해 각종 세상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 책을 읽고 처음 알게 되었는데 바로 '유사'의 뜻이 빠뜨린 일, 남겨둔 일, 버려진 일 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 제목만 보아도 왜 <삼국사기>와 항상 짝을 이루며 언급되는지 알 만 하다.


   말 그대로 이야기인데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되어 있어 읽기에도 편하고 무엇보다 재미있다. 왜 삼국유사를 '이야기의 지도'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의 출처가 삼국유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만큼 예부터 전해 내려오는 문화 유산에 담긴 사연의 뿌리가 삼국유사인 경우가 많다는 뜻이리라. 판타지라는 말만 없었지 기이한 존재나 현상에 대한 믿음은 아주 오래 전부터 존재해 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고려시대의 승려 일연이 여기저기 떠돌던 이야기들 중 남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된 것을 모아 편찬한 것이기 때문에 진짜 이런 일이 있었다라는 시각보다는 당시 사람들은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구나 정도로 받아들이면 좋을 듯 하다.


   <삼국유사>는 '클래식 아고라' 시리즈의 두 번째 책인데, 젊은 학자들의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하고 편찬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단순히 고전의 번역에 그치지 않고 해설이 포함되어 있는 점이 특징이다. 역자의 해석이 있는 경우, 한 사람의 시각을 경계해야 하는 단점도 있기는 하지만 오히려 개인의 역사 시각과 비교해 보는 장점도 있어 잘 활용하면 고전을 읽는 좋은 시각을 갖게 될 듯 하다. 앞으로 나올 시리즈들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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