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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 - 마지막 3년의 그림들, 그리고 고백 ㅣ 일러스트 레터 1
마틴 베일리 지음, 이한이 옮김 / 허밍버드 / 2022년 8월
평점 :
세상의 빈센트 앓이하는 이들 덕분에 반 고흐, 특히 그가 보냈던 편지를 엮은 책들이 그렇게 많음에도 불구하고 또 매년 신간이 나오는 것이 반갑다. 흔히 빈센트가 작성했던 편지들을 '영혼의 편지'라고 하는데 그만큼 그가 화가로서의 삶을 살았던 시기의 거의 모든 것을 편지로 남겼다. '거의'라고 말한 것은 자신의 귀를 자른 사건과 마지막 총기자살건에 대해서는 그만이 진실을 알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빈센트가 파리에서 프로방스로 건너간 이후 그의 생애 마지막 3년간 테오와 주변인들에게 보냈던 편지들을 담았다. 대부분의 편지가 테오에게 보낸 것이지만 여동생과 동료 예술가들, 특히 귀를 자른 지 약 한달이 지났을 무렵 고갱에게 쓴 편지가 있는데 영어로는 처음 수록된 편지라고 한다. 우리나라 번역본에서 다룬 적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나 역시 처음 접한 편지로 고흐의 고갱에 대한 애정과 원망의 이중적인 감정과 불안한 정신상태를 보여주는 편지로서 테오에게 보내는 것과는 또 다른 느낌, 말하자면 좀 더 솔직한 그런 편지였다.
빈센트는 편지를 쓸 때 자신이 지금 그리고 있는 그림들을 편지에 작게 스케치하고 설명하는 습관이 있었는데, 이 책은 그런 편지 속 스케치들을 함께 담고 있어 그 결과물인 그림과 비교할 수 있어 흥미로웠다. 빈센트의 일방적 편지만 실려있어 그 점이 좀 아쉽긴 하다. 사실 빈센트의 편지들은 테오의 답장과 짝을 이루어 볼 때 훨씬 그 느낌이 잘 전달된다. 빈센트가 죽은 후 6개월 뒤 테오 역시 세상을 뒤로 한 것으로 보아서 그 둘의 애정과 우정이 남달랐음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허밍버드에서 앞으로 나올 [일러스트 레터] 시리즈 중 첫번째 문을 연 책이다. 작가의 편지들이 담긴 시리즈가 계속 나올 것 같은데 제인 오스틴과 브론테 자매의 서신들은 이미 출간이 확정되었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작가나 예술가들이 남긴 이런 편지들을 통해 그들에 대해 그리고 그들이 남긴 불후의 명작들에 대해 훨씬 깊은 이해를 할 수 있을 것이다. (허밍버드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