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카페 - 350년의 커피 향기
윤석재 지음 / arte(아르테)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의 요즘 카페 문화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여전히 흰색 셔츠에 검정 조끼를 입고 나비 넥타이를 하고 흰 앞치마를 두른 채 서빙을 하는 파리의 카페가 어색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파리의 카페가 단순히 이런 이유 때문에 유명한 것은 아니다. 18~20세기를 산 유명한 작가나 예술가들의 작품이나 이야기 속에는 파리의 카페가 자주 등장한다. 만남이 있고 토론이 있고 가난한 예술가들에게는 추위와 외로움을 달래주는 피난처이기도 했고 작가들에게는 영감을 주는 글쓰기 장소이기도 했다. 파리에 한창 카페가 많을 때는 50만개까지도 있었다고 하니 파리에서 카페의 인기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파리 카페에 관한 책은 <카페를 사랑한 그들>이라는 크리스토프 르페뷔르의 작품을 오래 전에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이 이번에 읽은 <파리 카페>의 참고문헌으로 들어있어 반가웠다. <카페를 사랑한 그들>이 카페의 역사와 카페를 드나들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여러 문학작품의 인용을 들어 이야기하고 있는데 그 점은 이 책도 비슷하다. 다만 <카페를 사랑한 그들>이 2부에서는 여러 키워드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는 반면 이 책은 시대 순으로 변화하는 카페의 성향과 당시 인기있었던 카페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이 책의 특징은 사진이다. 저자가 사진작가이자 비디오 아티스트이다 보니 직접 촬영한 고퀄의 사진들이 책을 빛내준다. 다만 저자도 말한 것처럼 책을 쓰면서 재촬영을 계획하고 있었지만 코로나가 터지는 바람에 재촬영을 하지 못해 기존에 있던 사진으로만 채운 점이 아쉽다. 카페의 역사를 이야기하면서 참고사진 없이 내용과 관계없는 본인의 사진으로만 구성하다보니 인문학이 될 뻔 했던 주제가 그냥 에세이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게다가 카페에 직접 방문해서 카페의 구석구석을 살펴보고 시간을 보내면서 작가와 예술가들이 느꼈던 위안과 영감을 경험해보고 쓴 글이 아니라 저자가 이런 카페의 역사나 의미를 몰랐던 80년대 유학시절의 경험과 그로부터 30년 후 몇 번의 재여행을 통한 부분적인 경험에 의존하고 있어 많이 아쉽다. 이제는 코로나가 막았던 봉쇄가 대부분 풀려 여행이 가능해졌으니 좀 더 보충된 시각 자료와 내용으로 재판이 나온다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