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준 PD·이민 작가의 제주도 랩소디 - 아름다움과 맛에 인문학이 더해진 PD와 화가의 제주도 콜라보
송일준 지음, 이민 그림 / 스타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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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히 어디서 한 달 살기하고 왔다고 내놓는 책에 만족한 적이 없었다. 소설이라 하루 동안 일어난 일을 가지고도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 하지만 여행 에세이는 한 달 아니 일년이라도 부족하다. 특히 장소가 인지도가 높은 곳일수록 알려진 사실들이 많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책을 읽어보기로 한 것은 저자가 <PD 수첩>을 담당했던 PD인데다가 화가가 제주도를 담은 그림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우선 책장을 넘기면서 그림을 먼저 감상해 보았다. 대부분이 제주에서 작가가 산책한 골목길의 풍경이라 어딘지 알아볼 수는 없었지만 강렬한 색감이 인상적이었는데 유화라고 생각했다가 붓터치가 보이질 않아 의아했는데 그림 아래 '판타블로'라고 쓰여있다.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판화와 회화의 기법을 접목한 것인데 붓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붓을 사용하지 않고도 이렇게 깔끔한 선과 색이 탄생할 수 있다니 놀라웠다.


   이야기는 평범했다. <PD 수첩> PD라고 해서 프로그램의 성격을 닮은 저자인가 했는데 의외로 헛똑똑이 같은 소탈한 분이었다. 미리 알아보고 가지 않은 덕분에 헛탕친 곳이 한 두군데가 아니었는데, 저자가 목적지로 이동할 때마다 '설마 오늘도 또?'라는 말이 절로 나올만큼 가는 곳마다 문을 닫거나 없어지거나 아니면 기대와 다르거나 하는 일들이 빈번히 일어났다. '아..쫌 미리 알아보고 가지'라는 잔소리가 절로 나왔지만 여행의 묘미란게 지도를 접고 헤매는 것이기도 하니 그 나름대로 추억거리가 생긴 것일 수도. 그래도 그렇게 헛탕친 곳을 기어이 다시 가고야 마는 집요함은 아마 직업에서 나온 성격일지도.


   사실 인문학이라고 할 정도의 책은 아니다. 그냥 가벼운 여행 에세이인데, 생각해보면 만약 내가 어디에서 한 달 살기를 한다면 나 역시 뭐 특별하지는 않을 것 같다. 아..그리고 책을 읽기 전에는 글과 그림이 매칭되는 방식이려니 짐작했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점. 각각 독립적인 작품이었다. 한 달 살기 대리경험을 원하는 분들은 한번씩 읽어보아도 괜찮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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